“실패야. 샤워 못하겠어. 그냥 너무 싫어.” (p.21)⠀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난 이쓰미와 겐시는 아이 없이 도쿄에서 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겐시는 수돗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며 샤워를 거부합니다. 이어서 비누와 치약도 쓰지 못하게 된 겐시...⠀빗물이나 강물로는 개운하게(?) 씻어내는 남편을 보며 이쓰미는 어린시절 태풍이 지나간 물웅덩이에서 데려왔던 물고기를 떠올립니다. 소중히 기르지 않았음에도 오래 살아있다가 이쓰미가 다시 강으로 흘려보낸 물고기를요.⠀‘혹시 지금, 남편은 미친 걸까. 이쓰미는 그걸 모르겠다. 어느 쪽인지 알고 싶다. 같이 살고 있는데 다른 게 보이는 느낌이다. 저만 두고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자신은 어디에 남겨지는 걸까.’(p.67)⠀'용서하고 싶어서 괴롭다. 유약한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미쳐가는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p.133)⠀영업직이었던 겐시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부부는 이쓰미가 자란 시골의 낡은 할머니댁으로 이사합니다. 강에서 씻고 수영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남편을 바라보며 이쓰미는 온화한 남편과 평온한 자신의 인생에 생긴 균열에 대에 생각합니다.⠀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부부의 잔잔한 일상이 흔들리는 과정을 잘 그려냅니다. 남편에게 목욕을 강요하진 못하면서도, 겐시가 도시와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가 자신에게서도 떨어져나갈까 불안해하는 모습의 아내를요.⠀⠀•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