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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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야. 샤워 못하겠어. 그냥 너무 싫어.” (p.21)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난 이쓰미와 겐시는 아이 없이 도쿄에서 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겐시는 수돗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며 샤워를 거부합니다. 이어서 비누와 치약도 쓰지 못하게 된 겐시...

빗물이나 강물로는 개운하게(?) 씻어내는 남편을 보며 이쓰미는 어린시절 태풍이 지나간 물웅덩이에서 데려왔던 물고기를 떠올립니다. 소중히 기르지 않았음에도 오래 살아있다가 이쓰미가 다시 강으로 흘려보낸 물고기를요.

‘혹시 지금, 남편은 미친 걸까. 이쓰미는 그걸 모르겠다. 어느 쪽인지 알고 싶다. 같이 살고 있는데 다른 게 보이는 느낌이다. 저만 두고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자신은 어디에 남겨지는 걸까.’(p.67)

'용서하고 싶어서 괴롭다. 유약한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미쳐가는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p.133)

영업직이었던 겐시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부부는 이쓰미가 자란 시골의 낡은 할머니댁으로 이사합니다. 강에서 씻고 수영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남편을 바라보며 이쓰미는 온화한 남편과 평온한 자신의 인생에 생긴 균열에 대에 생각합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부부의 잔잔한 일상이 흔들리는 과정을 잘 그려냅니다. 남편에게 목욕을 강요하진 못하면서도, 겐시가 도시와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가 자신에게서도 떨어져나갈까 불안해하는 모습의 아내를요.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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