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금 늦은 18살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18살 신타로는 우등생이다. 공부도 잘했고, 아직까지 별 문제없이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신타로에게 위기가 찾아왔으니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 이로 인해 히키고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운둔형 외톨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여느 남자들 같으면 금방 잊어 버렸을 테지만 신타로 로서는 이런 경험이 없었기에 외부와 단절하고 운둔생활을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 동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때문에 자신에게는 기숙사 비만 준단다. 한 달 여간 학교도 가지 않았기에 장학금은 물 건너갔고, 신타로에게는 방값과 등록금등...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
‘산과 바다와 강에서 실컷 놀아봅시다!’라는 광고에 끌려 놀이학원 교사가 된 신타로. 원장인 마사무네씨와의 첫 만남은 그리 산뜻하지 않다. 일사천리에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신타로는 마사무네씨의 수업 방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뜻 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나름 철학이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의 놀이 수업과 중학생들과의 수업. 처음에는 힘겹기만 하더니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며 신타로 역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고, 나름 적응을 해 가며, 아이들의 습성이나 아이들의 내면을 볼 수 있게 된다.
밑바닥까지 내려간 신타로는 아이들과의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들려온 엄마의 사고 소식. 지나치게 동생을 편애해서 정이라곤 없는 엄마가 사고로 입원을 했고, 누군가가 병간호를 해야 한단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하는 아빠, 훈련 중인 동생, 신타로는 자신이 없다. 엄마와는 어떤 공감대도 없었고, 자신도 없으니까...
신타로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마사무네씨는 ‘어머니도 신타로 군이 곁에 있어드리면, 안심이 돼서 빨리 쾌차하실 거네’라고 말을 한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신타로는 엄마의 곁을 지키고, 그러는 과정 속에서 피하기만 했던 엄마와의 눌렸던 감정이나 아픔, 서운함 등을 해소한다.
책을 읽으면서 신타로에게는 가슴 밑바닥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서운함 등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소심하다보니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고, 엄마로서는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혹 느꼈더라도 자신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기에 그냥 덮어 둔 것은 아닌지. 어릴 때 묵었던 감정이 쌓이고 쌓이면 커서는 풀고 싶어도 풀 수 없기에 엄마의 사고로 인해 신타로와 엄마는 그간 풀지 못했던 묵은 감정들을 풀어 가면서 신타로는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가족 간에도 하기 어려운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가족이란 어려움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존재이기에 서운함이 있을 때 그것을 무시하거나 피하기보다는 함께 풀어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그럴 때 자신의 상처도 치유됨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