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머니는 왕 스피커!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
장지혜 지음, 경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7월
평점 :
나이가 들면 몸에 있던 기들이 입으로 간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인지 말을 많이 하고, 때로는 했던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아마도 말할 상대가 없어서 외로워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저희 엄마도 이와 비슷하시거든요.
왕 스피커라고 할 정도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외할머니가 있습니다.
언제나 붉은 입술을 한 할머니가 공포스럽기까지 한데요,
결정적으로 손녀의 비밀이야기를 체육대회 날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윤서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이 좋아했던
동환이 와의 사이도 멀어지게 되지요.
비밀은 말하면 안 되는데, 이것이 비밀인지 조차 몰랐던 할머니를 어쩌면 좋을까요.
할머니가 애지중지하시는 장독에서 고추장 된장을 섞어 버릴까요?
그러다가 발견한 빈 항아리... 그 속에서 수군수군...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요.
윤서의 실수로 항아리의 뚜껑이 깨지면서... 사건은 발생합니다.
이 책은 항아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손녀가 할머니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지요.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온 할머니는 매서운 시집살이를 했기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할 수가 없었어요. 지푸라기 새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남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항아리에 쏟아 넣었던 것이지요.
항아리의 뚜껑이 깨지던 날...
그동안 할머니가 담아 두었던 수많은 말들이 세상에 떠돌고
할머니는 이런 말들 때문에 시달리게 되지만 윤서가 항아리 속에 들어가 가져온
지푸라기 새가 소문 새가 되어 모든 소문들을 먹어 버리면서 사건은 마무리가 되어요.
저희 엄마도 그렇지만 예전 분들은 매서운 시집살이를 하신 분들이 많지요.
할머니가 항아리에 담았던 수많은 말들에는 시집살이 민요, 지푸라기 새,
벙어리 삼년, 장님 삼 년, 귀머거리 삼년, 숭늉 등 전래에서나 나 올 법한 용어들이 나오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요, 이야기의 전개가 빨리 흥미진진하네요.
한 여자로써 예쁘게 보이고 싶은 할머니의 빨간 입술과 왕 스피커처럼 이야기 할 수밖에
없게 된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 윤서는 이젠 어떻게 되었을까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이해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