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우다 고인돌 그림책 8
김일광 글, 장호 옮김 / 고인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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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다 제 몫의 일이 있었던 옛날이지만, 겨울에는 조금 다르지요.

집밖에 나가면 다 놀이터고, 아이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면 언제나 놀 수 있지만

나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은 없어요.

이 책은 동화작가이면서 초등학교 교사인 김일광 선생님이 자신의 어릴 적

겪은 이야기를 글로 풀었다고 해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지만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가

오두막에서 추녀 끝에 매달려 자신을 지켜보는 구렁이를 보았지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숨이 콱 막히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데요.

그 순간 나타난 할머니는 “에구, 이 바람 찬 날에 뭐 할라꼬 나오셨는교.

가뜩이나 약한 아 혼나간 거 보소. 그라이 마 노여움 풀고 그냥 가던 길 가이소.“

이 말을 들은 구렁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사라졌데요.

꼭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가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더 흥미진진하면서 할머니의 구수한 말투가 듣기 좋았어요.

그날 저녁 흰 눈이 오네요. 어디선가 캑캑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는 여우의 소리라고 해요.

외딴 집 할머니는 여우가 사람 혼을 빼간다며 집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네요.

조금은 엉뚱한 나는 여우가 보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키는 큰지 작은지, 눈은? 주둥이는?

그래서 나는 여우를 보려고 우물 옆에 숨었지요.

기다리다 오줌이 마려워 울타리에다 오줌을 갈겼는데..

바로 눈앞에서 여우가 화들짝 놀라 달아나고 있었어요.

달아나던 여우와 나는 눈이 마주쳤어요...

강아지처럼 예쁜 여우는 새하얀 털, 뾰족한 주둥이, 반들거리는 눈을 한 체

나를 바라보았어요. 나는 그날 밤, 여우에게 혼을 다 빼앗기고 말았어요.

 

김일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아주 잔잔하게 이야기 해 주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듣는 아이들은 자기가 시골의 한 소년으로 돌아가 직접

구렁이를 보고, 여우를 만나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답니다.

책속에 나와 있는 구렁이는 징그러운 구렁이 라기보다는 왠지 사람이 죽어서

구렁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여우 역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 아닌

인간과 아주 가까운 친구처럼 그려졌어요.

이야기와 함께 그려진 유화풍의 그림은 조금을 절제되어 있는 그림으로

보는 아이들로 더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만들기에 충분하답니다.

요즘 굉장히 날씨가 쌀쌀하지요.

마음 편하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듯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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