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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반양장) ㅣ 사계절 1318 문고 63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평점 :
1950년대 강원도 양양에 6살짜리 꼬마아이 순이가 있습니다. 아들로 태어나지 못해 엄마에게 폭력과 욕을 먹지만 순이는 영이와 노는 것이 좋고, 천국이 있음에 희망을 갖기도 합니다.
이 책은 언제나 자기 편을 들어주는 할머니와 엄마와 순이는 물론 동생 철이에게 폭력을 행하는 아버지. 너그러운 듯하지만 언제나 할머니를 무시하는 할아버지와 집안의 생계를 이끌어 가는 어머니. 이렇듯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을 통해 고부간의 갈등과 부부간의 갈등, 모녀간의 갈등을 한눈에 보여 주고 있는데요, 지금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 당시 이것은 일반적인 모습 이었음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네요. 자신을 너무 닮아 순이를 미워하지만 정작 엄마는 순이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랬고요, 매사에 싫은 소리를 할머니에게 하지만 엄마는 편해서, 할머니가 같은 여자라서 그렇게 할 수가 있었답니다.
순이는 이야기 전개상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6살 순이가 초등 입학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있고, 할머니, 엄마, 순이의 눈을 통해 그 시대를 바라보며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그리고 있답니다. 조금은 답답하면서도 이익에 밝지 못하는 할머니와 전쟁 중에서도 돈의 가치를 파악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어머니, 가난한 삶 속에서도 때로는 슬퍼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순이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강원도 양양의 지리적 특성상 어느 순간에는 북한의 땅이었다가 또 다시 남한의 땅이 되면서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인민군과 국군 양쪽에 보내고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까웠네요. 또한 미국을 천당으로 생각하며 한없이 동경하는 순이의 모습에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순이가 문자를 익히고, 문자를 통해 자신이 경외했던 천국과 미국이 자신을 배반하리라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될 거라는 글을 읽으며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우리 세대는 경험하지 못했던 1950년대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가 있었고요, 조금은 어색해서 읽기가 꺼려졌던 강원도 사투리도 책을 읽는 동안 어느 정도 친숙하게 되었네요. 전쟁 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을 어떠한 비평 없이 기술한 순이. 저 역시 있는 그대로의 그 당시의 모습을 느껴 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네요. 지금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