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 1
최사규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들어 TV를 통해 팩션 물을 자주 접하게 된다.  팩션이 뭔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라고 되어 있다.  실미도와 한창 우리를 TV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던 선덕여왕이 그 예일 텐데 그래서 평강공주 역시 작가가 어떤 식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짧은 동화를 통해 읽어 왔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는 너무나 자주 울어서 그렇게 울면 바보온달에게 시집을 보낼 테야 라고 평원왕이 이야기를 하자 공주가 눈물을 그쳤고, 성인이 되어 공주는 옛날의 왕이 했던 말을 실천하기 위해 공주라는 신분을 떠나 바보와 혼인을 하게 된다.   온달을 용맹스러운 장군으로 만들어 고구려를 지키는 일꾼으로 만들었으며, 그러다가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온달의 영구가 움직이지 않자 평강공주가 와서 관을 어루만지니 영구가 움직였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내가 알고 있는 평강공주는 이렇게 신분을 초월하고 바보를 훌륭한 장군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내조를 잘 하는 그런 여성상인데 작가는 이것에 의문을 가지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신분제도가 엄격한 사회에서 일국의 공주가 평민출신의 온달과 왜 결혼을 했을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이야기에서 이렇게 작은 의문으로 시작된 이 역사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설화나 건국신화들을 보면 그 안에 그 당시의 역사적 배경들이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하나하나를 풀어 가다보면 역사적 배경도 이해하게 되고 몰랐던 다양한 상식들도 알게 되는데 평강공주 역시 나에게 그런 많을 것들을 알려준다.  울보라고 알려졌던 공주가 정말로 울보였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책속의 평강공주는 아버지 평원왕이 왕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엄마에 대한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남몰래 조사를 하며, 모든 것들에 있어서 철저하고 적극적이며, 때로는 어진 며느리로, 때로는 따뜻한 엄마로,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그려진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만을 선택한 여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개척자’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그런 반면 온달은 조금 나약하게 그려진다.  힘은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고, 평강을 만나면서 평강을 자신의 하늘로 생각하는 그런 남자.  하지만 자신의 칼에 피를 묻히는 것에 있어서 항상 갈등하고 고뇌하는 그런 인간상으로 그려지니 씩씩하고 용맹한 온달 장군을 기대했다면 그 마음은 접어야 할 것이다.

 

팩션의 별미 역시 마지막이지 싶다.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싸움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온달.  그것은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 또 다른 반전이 이 책에서는 기다리고 있다.  공주와 평강이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동생(영양왕)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며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내 마음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사람으로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누구는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럽기도 하고, 역사를 새로운 시각과 생각으로 바라보니 재미있기도 하다.  사실과 허구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평강공주를 통해 역사 속에 숨겨진 권력싸움과 음모는 물론 역사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역사에 흥미가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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