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통 아기 할머니 - 좋은책어린이문고 국내창작 2 좋은책어린이문고
윤수천 지음, 남은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제가 ‘축제’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점점 외소해지며 아이가 되어가는 어머니를 아름답게 그렸던 영화였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되어 간다는 말.  예전에는 실감이 안 났는데 한해 두해가 달라지는 우리 엄마의 모습 속에서 이 말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가끔씩 얼마 전의 일들을 기억 못하거나 했던 말들을 또다시 했을 때 나의 가슴은 얼마나 철렁했는지.  “혹 엄마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나쁜 일들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지?”하는 불안감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몇 번 있었다.  누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겠는가.  건강하게 살다가 죽고 싶지만 그것이 우리가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고 그러기에 준비를 하고 그때를 이겨나갈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을.

11살 지혜.  아직은 어리고  할머니의 침해를 받아들이기 힘든 나이이지만 지극정성 사랑을 받고 자란 아빠의 할머니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보며 순간이나마 자신이 못되게 생각했던 것을 후회한다.  할머니의 부재에 가슴 아파하고 이젠 할머니와의 추억을 가슴에 묻은 체 할머니를 보내 드린다.

예전의 어른들은 침해에 걸리신 경우가 요즘 보다 더 많았던 것 같다.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자식과 가족에게 온 생을 희생한 나머지 아무래도 가슴속에 쌓인 한 들이 많아서 일 것이다.  희생을 강요했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키울 수 없었을 테니깐.

책을 읽으며 현재의 나의 모습과 미래의 우리 엄마의 모습.  수술 후유증으로 침해 증상을 보이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모습까지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 만일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과연 지혜의 아빠처럼 마음을 다해 보살펴 드릴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되고 두렵기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  같은 추억을 공유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아직 커야할 시간이 많이 남았고 침해라는 것이 피부에 와 닫지는 않겠지만 간접적으로 나마 느끼고,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사라진다는 것.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지 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은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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