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화났다 - 초등학생을 위한 동시조
유성규 지음, 어린이 62명 그림 / 글로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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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큰아이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엄마마음은 우리아이만큼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가끔은 학교에서 상도 타다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 아이와 요즘 들어 자주 싸우게 되는데  일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는 일기의 글감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30분을 앉아

있어도 2-3줄을 채워가기가 힘들어 한다.

물론 나 어릴 적에도 일기쓰기를 싫어했고, 힘들어 했기에 2학년 아이에게

뭐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조금은 답답하고 속상하기만하다.

아이가 가끔 글감이 없을 때 쓰는 것이 동시.

몇 자 끄적끄적 거리는 것이 보기는 싫지만  때로는 아이의 마음이 참 잘 표현되어

있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동시와 관련된 책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필화났다>는 시조를 널리 알리고 싶으셨던 유성규 시인님의 작품이다.

어린이 정서에 맞게 어른이나 혹은 어린이가 지은 이 시조는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읽어 내려감에 있어서 옛날의 우리가 알고 있던 시조와는 많이

다르다.  어려운 말이 아닌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겪었던 것들을

동시조의 형식을 빌려 참 재미있게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초등학생 아이들의 천진스러움이 그대로 표현된 그림과 시인의 동시조가

잘 버무려진 배추와 배추 속처럼 맛깔스럽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 감탄하면서도

이렇게 쉽게 쓰는 거라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시조라는 부 제목에 우리아이는 자신을 위한 책이라며

자기 방으로 가져가 읽어 본다.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는 이 동시조들을 읽으며

자신도 멋진 시인을 꿈꾸게 되고 동시조 1편도 쓰기 시작했다.

 

<시계>  - 우리 집 아이의 동시조 (형식무시)

 

똑딱똑딱

힘들겠다.

 

똑딱똑딱

재미없겠다.

 

나도 못 참는 것을

하다니

시계는 부지런하다.

 

조금은 어설프고 다듬어 지지 않은 동시조

하지만 <연필이화났다>의 아름답고 우리의 정서를 담은 동시조를

꾸준히 읽는다면 시인과 같은 맑고 깨끗한 마음과

멋들어진 동시조를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기의 글감 때문에 엄마랑 더 이상의 실랑이는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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