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큰아이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엄마마음은 우리아이만큼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가끔은 학교에서 상도 타다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 아이와 요즘 들어 자주 싸우게 되는데 일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는 일기의 글감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30분을 앉아
있어도 2-3줄을 채워가기가 힘들어 한다.
물론 나 어릴 적에도 일기쓰기를 싫어했고, 힘들어 했기에 2학년 아이에게
뭐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조금은 답답하고 속상하기만하다.
아이가 가끔 글감이 없을 때 쓰는 것이 동시.
몇 자 끄적끄적 거리는 것이 보기는 싫지만 때로는 아이의 마음이 참 잘 표현되어
있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동시와 관련된 책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필화났다>는 시조를 널리 알리고 싶으셨던 유성규 시인님의 작품이다.
어린이 정서에 맞게 어른이나 혹은 어린이가 지은 이 시조는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읽어 내려감에 있어서 옛날의 우리가 알고 있던 시조와는 많이
다르다. 어려운 말이 아닌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겪었던 것들을
동시조의 형식을 빌려 참 재미있게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초등학생 아이들의 천진스러움이 그대로 표현된 그림과 시인의 동시조가
잘 버무려진 배추와 배추 속처럼 맛깔스럽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 감탄하면서도
이렇게 쉽게 쓰는 거라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시조라는 부 제목에 우리아이는 자신을 위한 책이라며
자기 방으로 가져가 읽어 본다.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는 이 동시조들을 읽으며
자신도 멋진 시인을 꿈꾸게 되고 동시조 1편도 쓰기 시작했다.
<시계> - 우리 집 아이의 동시조 (형식무시)
똑딱똑딱
힘들겠다.
똑딱똑딱
재미없겠다.
나도 못 참는 것을
하다니
시계는 부지런하다.
조금은 어설프고 다듬어 지지 않은 동시조
하지만 <연필이화났다>의 아름답고 우리의 정서를 담은 동시조를
꾸준히 읽는다면 시인과 같은 맑고 깨끗한 마음과
멋들어진 동시조를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기의 글감 때문에 엄마랑 더 이상의 실랑이는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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