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정원 옮김 / 씨네21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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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에세이



 작년부터 인기를 끌고있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자들의 냉장고 속 재료를 가지고 전문 요리사들이 15분만에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승부가 크게 의미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승부가 달려있어서인지 만들어진 요리는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하기도 힘든 특별한 요리가 많습니다.



 책 날개에 '도시형 슬로 라이프의 전파자이자 자신만의 흐름을 따르는 살림의 고수'라고 소개되어있는 저자 히라마쓰 요코가 쓴 책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에는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집에 있고픈 날에는, 나만의 맛을 만든다, 새 바람을 불어넣는 법까지'라는 제목의 네 장으로 되어있고, 각 장별로 적게는 10꼭지부터 많게는 14 꼭지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글마다 사진과 함께 요리나 조미료 혹은 조리도구 딱 하나씩 소개해줍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항상 저녁에 뭐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걸 보면서 '나는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는데 왜 저렇게 고민을 하실까' 생각했었습니다. 정작 저도 혼자서 밥 챙겨먹는 나이가 되니 뭘 먹을지 고민합니다.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면 일행과 늘 하는 말이 '뭐 먹고싶은거 없어?' 혹은 '어디 맛있는거 없냐?'입니다. 거리마다 식당이 가득한 서울이지만 늘 특별한걸 추구하다보니 쉽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는 바로 그런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차고 넘치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건강할 때 먹는 죽, 그 맛이야말로 각별하다. 몸이 가벼워지는 걸 실감할 때 마음의 편안함도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무엇보다 죽을 먹을 때면 쌀이 지닌 단맛과 감칠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아, 쌀이란 이렇게도 맛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을 끓이는 과정에서 쌀이 지닌 참맛이 끌어내진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105쪽


 저자는 흰 쌀만 약한 불로 찬찬히 익혀서 끓여낸 죽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쌀의 맛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손쉬운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특별한 맛을 찾다가 놓쳐버리는 일상 음식의 맛을 느껴보고 그를 통해서 삶의 감각을 깨워보라고 권합니다.





 책을 읽은 후에 싱크대 아래에 넣어두었던 병을 꺼냈습니다. 두어해 전 방산시장에 들른김에 바닐라빈을 사다가 통채로 럼주에 재워둔 병입니다. 뚜껑을 여니 럼주의 알콜과 함께 바닐라빈의 달콤한 향이 잔뜩 올라옵니다. 마침 방에 있던 케익을 한조각 잘라서 바닐라향 가득한 럼주를 몇 방울 뿌렸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구입한 케익을 먹을 때면 달달한 맛으로만 먹었는데, 뿌려준 럼주 덕분에 좀 더 천천히 어떤 맛인지 느껴가면서 먹었습니다


 항상 저와 함께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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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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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계급투쟁은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난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이 최근 유럽이 직면하고있는 난민문제에 대해서 말한 책입니다. 딱히 유럽 난민 문제에 큰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지젝이라는 철학자의 글을 한 번은 읽어보고싶었다는 이유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을 받아서 손에 쥔 순간 너무 얇아서 일단 불안해졌습니다. 책 내용과 지젝 모두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싶은 분홍색 겉지를 잠시 벗겨두고 책을 펼친 순간 간단한 차례 이후에 여는 글이나 서문 따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책으로 인해서 당황했습니다.


 친절한 책은 아닙니다. 새로운 계급투쟁은 ‘이중의 협박, 좌파의 금기를 깨자, 종교의 음란한 이면, 신적 폭력, 난민의 정치경제학, 문화전쟁에서 계급투쟁으로, 그리고 다시 거꾸로, 위협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웃의 경계,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의 제목을 가진 아홉 개의 글이 모여있습니다. 막연하게 지젝의 글이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한 터라 지젝에 대해서 헤겔이나 라캉의 사상을 기반으로한다는 것과 마르크스와 공산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식으로 막연하게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장별로 무슨말을 하는지는 알겠고, 책의 결론이 뭔지도 알겠는데 각 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좌파의 금기를 깨자’는 제목의 두 번째 장이었습니다. 


적이란 당신이 아직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다.

문화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한 나머지 유럽의 역사적 유산인 인류의 해방을 언급하지 않다.

고유의 생활방식 수호 그 자체로 파시즘적 징후이거나 인종차별적이기에 논의를 피한다.

이슬람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거부한다.

정치 세력화한 종교를 광신과 동일시하거나, 이슬람교도를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광신도로 본다.


 뜯어보면 미묘한 의미를 지닌 말인데 지젝은 오히려 생각의 발목을 잡는 금기를 깨야한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마지막 장에서 지젝은 유념해야할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모두가 의무적으로 지킬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이 제한 내에서 상이한 생활방식에 무조건적 관용을 행해야 한다.


 지젝은 이 두 제안으로 그치지않습니다. 단순하게 서로 존중하는 선에 그치지 말고 함께 투쟁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유럽이 직면한 난민문제는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가 아닌 글로벌 경제의 대가라고 합니다. 그에대한 충분히 강한 적대성 네 가지로 생태 파국, 사유재산화, 새로운 기술-과학 발달, 새로운 형태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듭니다. 이 중 앞의 세 가지는 공유지의 사유화와 관련되있고, 마지막 적대인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의 적대가 가장 결정적이라고 합니다. 포함과 배제라는 적대를 건성으로 대하면 좌파의 금기처럼 손쉽게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럴 때 새로운 장벽·아파르트헤이트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자본주의로부터 인류라는 공유지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합니다. 


 인류의 생존이 아닌 정의와 관련된 네 번째 적대를 해결해줄 누군가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우리 사이에 잘못된 선을 함부로 그어서도 안됩니다. 지젝의 표현대로 그가 말하는 세계적인 연대는 유토피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토피아는 누군가 가져다 주는게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기다려온 바로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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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글쓰기 -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
김갑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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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글쓰기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

 진보적 글쓰기의 저자는 24쪽에서 좋은 글의 요건 세 가지로 '주제의 명료성'과 '표현의 정확성'과 '생각의 깊이'를 듭니다. 여기에 논증문의 경우 '논증의 적절성'과 '논리적 구성과 전개' 정도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39쪽에서 각각의 요건별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좋은 글의 요건을 설명한 다음 이 요건들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에 대해서 말합니다.

 앞에서는 '글은 일단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표현했고, 뒤에서는 '좋은 글과 매혹적인 글은 또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순수하고 진지함과 참신함과 참신함을 좋아한다고 믿는다고 하면서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글 쓰는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이 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합니다.(26쪽) 읽는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있는 글은 바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글'입니다.(43쪽)

 진보적 글쓰기 책을 선택한 이유는 사람에 따라 너무 여러가지로 해석하는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 제목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라는 부제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글쓰기가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책 전면의 문구를 보고는 책을 펼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년 가까이 거의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써왔습니다. 블로그에 찾아와서 글을 읽는 분들이 하나라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거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생각만하던 블로그를 시작하고 중단없이 꾸준히 글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는 소망이었습니다.

 무엇이라도 하나의 정보를 주거나,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측면을 얘기해 주는 글을 쓰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보나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넘어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자신이 없습니다. 책 서문에서 '이 책은 글을 성의 없이 쓰는 사람, 그리고 자기가 쓴 글에 대하여 근거 없이 자족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이제 슬슬 블로그에 글을 쓰는거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던 제게 딱 필요한 책이다 싶었습니다.

 책은 크게 <일반적인 글쓰기> <논리적인 글쓰기> <서사적인 글쓰기> <진보적 글쓰기를 위한 핵심 쓰기자료 -제자백가와 춘추전국->의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글쓰기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좋은 글의 요건을 하나씩 풀어서 알려줍니다. 2부와 3부는 각각 논리적인 글과 서사적인 글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글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4부는 글쓰기 책에 포함되기엔 좀 생소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참신한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재료가 될 수있는 내용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네거티브'를 강조하고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서문에서부터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쁜 글을 안 쓰러고 노력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도 계속 '이렇게 하라'보다는 '이렇게는 하지마라'는 설명을 많이 합니다. 두꺼운 책은 '개인 첨삭지도에 준하는 수준의 교재와 교수법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을 정리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곳곳에 실제 글을 들어서 보여줍니다. 그런 부분들을 읽으면서도 유난히 네거티브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거티브 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자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부자를 출세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고, 우리 공동체의 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여되기를 절실히 원한다고 말한 대목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진보'를 단지 변화할 따름인 역사의 주체가 되어서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바람처럼 공동체의 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데 '글쓰기'가 유익한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갑수 님의 '진보적 글쓰기'는 '글쓰기'라는 도구를 더 잘 사용하기 원하는 많은 분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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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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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세 살이 된 조카는 할머니집에 있는 강아지를 유난히 좋아합니다. 말도 제대로 못할 때부터 한참 울다가도 강아지 보러가자고 업고 나서면 울음을 그치곤 했습니다. 혼자서 곧잘 걸어다니는 지금도 지나가다가 큰 개가 있으면 무서워하면서도 어른들 손을 꼭 붙잡고 다가가서 구경하고싶어합니다.


 1950년대부터 시도했던 전통적인 인공지능 연구인 특징공학에서는 기계가 무언가를 알아보게하기 위해서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보편성'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서양철학의 본질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강아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강아지가 무엇인지 설명해줘야만 했지만 '강아지'라는 언어로 표현된 대상을 설명하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아무도 조카에게 개가 무엇인지 설명해 준 적 없지만 조카는 할머니 집에 있는 동물과 길을 가다가 만난 큰 동물이 같은 강아지인것을 압니다. 인간 vs기계 책 속의 표현을 빌리면 '현실이라는 우주에서 가장 큰 빅데이터를 통해 경험하고 학습하여 지능을 얻'습니다. 기계학습에서는 인간의 이런 학습법을 '원샷 학습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렇듯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뇌가 물체를 인지하는 과정을 개념적으로 본딴 인공지능 개발 방법이 바로 '딥러닝'입니다.



[인간 vs 기계]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에 충실한 책입니다. 프롤로그인 '어려운 천국과 쉬운 지옥'만 읽어도 '딥러닝'이 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딱딱한 책도 아닙니다. 총 13장의 책은 첫장부터 술술 읽힙니다. 로봇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서양철학사를 지나 라이프니츠와 비트겐슈타인까지 넘어가면서 인공지능에 대해서 들려줍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이세돌 vs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9장 즈음까지 읽고나면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지자동화 산업에 대해서 다루는 10장부터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13장까지는 자동화, 무인자동차, 부의 분배 등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변화할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카토피아 vs 카디스토피아'를 다룬 것처럼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단면적으로만 해석하지 않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68쪽에서 이야기하는 1900년 부활절 아침 뉴욕 5번가를 찍은 사진과 13년 후 같은 날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 속 운송수단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1900년에는 딱 한 대의 자동차를 빼고 나머지 모든 운송수단이 마차였지만 단 13년이 지난 후 모든 운송수단은 자동차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 13년 사이에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이점'을 지났기 때문입니다.(270쪽) 인공지능도 다른 기술들 처럼 어느 순간 특이점을 지날 것입니다.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의 특이점이 지난 후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요. 인류가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요. [인간 vs 기계]가 그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책이 들려주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그 해답을 찾아가는 시작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저처럼 인공지능이 뭔지 딥러닝이 어떤것인지 궁금한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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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김택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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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 계속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 아닌 경상도에서만 살았던 셈입니다. 그런 제게 전라도 사람은 지금 제가 외국사람을 생각할 때 느끼는 이질감보다 더 거리감있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에 만난 친구들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랑 상관없이 모두가 한 나라 사람이었습니다.

 경상도 중에서도 남도 출신인 제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교적 가깝게 느껴집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이랑 같은 도시에서 살았다는점도 크게 작용했겠죠. 그런 제게 김대중 대통령은 여느 정치인보다 좀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야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삼당합당 이후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대한 제 평가는 조금 바뀌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서울로 온 이후로 여러 지역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에 지역에 대한 편견은 깰 수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연하게만 접할 수 있었기에 변함이 없었을터입니다. 2012년에 있었던 총선과 대선 이후로 처음으로 정권 변화를 이루어냈던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은 커지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유례없는 전라도의 상황을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책인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30년을 일한 시인이자 작가입니다. 특이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도법스님, 권정생 선생 등 인물에 대한 책들 여러권 쓰셨습니다. '들어가며'를 보면 왜 그랬는지는 저자도 모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서 본인의 자서전을 쓰게 하셨다고 합니다. 사형수에서 대통령까지 모든 상황을 겪은 김대중이라는 한 사람의 말과 글을 접한 저자가 '현대사를 갈아엎은 격정의 세월이 녹아 있는' 글들을 엮어서 만들어낸 책이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입니다.(7쪽)

 책은 용기·도전·지혜·인내·성찰·평화·감사 라는 일곱 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각 장별로 열 다섯 개 내외의 김대중 전 대통령 말을 보여주고 그에대해서 작가가 부연설명하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들은 그가 생전에 남긴 메모, 일기, 편지, 연설, 법정 진술, 인터뷰 등 다양한 소스에서 카테고리에 맞는 글을 뽑아냈습니다.

 애초에 나누어진 일곱 개의 카테고리를 보고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카테고리가 있긴 하지만 나누어진 글이 꼭 그 카테고리에 딱 맞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문구들을 뒤섞어놔도 크게 상관없을법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하나의 문구들에서 하나의 단면만 보여지는게 아니라 김대중이라는 사람이 잘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 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2009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생애 마지막 연설

 "나쁜 정당에 투표 안 하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 힘을 보태고,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42,43쪽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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