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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김택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 계속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 아닌 경상도에서만 살았던 셈입니다. 그런 제게 전라도 사람은 지금 제가 외국사람을 생각할 때 느끼는 이질감보다 더 거리감있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에 만난 친구들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랑 상관없이 모두가 한 나라 사람이었습니다.
경상도 중에서도 남도 출신인 제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교적 가깝게 느껴집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이랑 같은 도시에서 살았다는점도 크게 작용했겠죠. 그런 제게 김대중 대통령은 여느 정치인보다 좀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야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삼당합당 이후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대한 제 평가는 조금 바뀌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서울로 온 이후로 여러 지역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에 지역에 대한 편견은 깰 수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연하게만 접할 수 있었기에 변함이 없었을터입니다. 2012년에 있었던 총선과 대선 이후로 처음으로 정권 변화를 이루어냈던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은 커지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유례없는 전라도의 상황을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책인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30년을 일한 시인이자 작가입니다. 특이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도법스님, 권정생 선생 등 인물에 대한 책들 여러권 쓰셨습니다. '들어가며'를 보면 왜 그랬는지는 저자도 모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서 본인의 자서전을 쓰게 하셨다고 합니다. 사형수에서 대통령까지 모든 상황을 겪은 김대중이라는 한 사람의 말과 글을 접한 저자가 '현대사를 갈아엎은 격정의 세월이 녹아 있는' 글들을 엮어서 만들어낸 책이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입니다.(7쪽)
책은 용기·도전·지혜·인내·성찰·평화·감사 라는 일곱 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각 장별로 열 다섯 개 내외의 김대중 전 대통령 말을 보여주고 그에대해서 작가가 부연설명하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들은 그가 생전에 남긴 메모, 일기, 편지, 연설, 법정 진술, 인터뷰 등 다양한 소스에서 카테고리에 맞는 글을 뽑아냈습니다.
애초에 나누어진 일곱 개의 카테고리를 보고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카테고리가 있긴 하지만 나누어진 글이 꼭 그 카테고리에 딱 맞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문구들을 뒤섞어놔도 크게 상관없을법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하나의 문구들에서 하나의 단면만 보여지는게 아니라 김대중이라는 사람이 잘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 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2009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생애 마지막 연설
"나쁜 정당에 투표 안 하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 힘을 보태고,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42,43쪽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