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글쓰기 -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
김갑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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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글쓰기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

 진보적 글쓰기의 저자는 24쪽에서 좋은 글의 요건 세 가지로 '주제의 명료성'과 '표현의 정확성'과 '생각의 깊이'를 듭니다. 여기에 논증문의 경우 '논증의 적절성'과 '논리적 구성과 전개' 정도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39쪽에서 각각의 요건별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좋은 글의 요건을 설명한 다음 이 요건들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에 대해서 말합니다.

 앞에서는 '글은 일단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표현했고, 뒤에서는 '좋은 글과 매혹적인 글은 또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순수하고 진지함과 참신함과 참신함을 좋아한다고 믿는다고 하면서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글 쓰는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이 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합니다.(26쪽) 읽는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있는 글은 바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글'입니다.(43쪽)

 진보적 글쓰기 책을 선택한 이유는 사람에 따라 너무 여러가지로 해석하는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 제목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떻게 쓰나'라는 부제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글쓰기가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책 전면의 문구를 보고는 책을 펼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년 가까이 거의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써왔습니다. 블로그에 찾아와서 글을 읽는 분들이 하나라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거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생각만하던 블로그를 시작하고 중단없이 꾸준히 글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는 소망이었습니다.

 무엇이라도 하나의 정보를 주거나,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측면을 얘기해 주는 글을 쓰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보나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넘어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자신이 없습니다. 책 서문에서 '이 책은 글을 성의 없이 쓰는 사람, 그리고 자기가 쓴 글에 대하여 근거 없이 자족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이제 슬슬 블로그에 글을 쓰는거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던 제게 딱 필요한 책이다 싶었습니다.

 책은 크게 <일반적인 글쓰기> <논리적인 글쓰기> <서사적인 글쓰기> <진보적 글쓰기를 위한 핵심 쓰기자료 -제자백가와 춘추전국->의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글쓰기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좋은 글의 요건을 하나씩 풀어서 알려줍니다. 2부와 3부는 각각 논리적인 글과 서사적인 글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글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4부는 글쓰기 책에 포함되기엔 좀 생소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참신한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재료가 될 수있는 내용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네거티브'를 강조하고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서문에서부터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쁜 글을 안 쓰러고 노력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도 계속 '이렇게 하라'보다는 '이렇게는 하지마라'는 설명을 많이 합니다. 두꺼운 책은 '개인 첨삭지도에 준하는 수준의 교재와 교수법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을 정리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곳곳에 실제 글을 들어서 보여줍니다. 그런 부분들을 읽으면서도 유난히 네거티브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거티브 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자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부자를 출세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고, 우리 공동체의 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여되기를 절실히 원한다고 말한 대목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진보'를 단지 변화할 따름인 역사의 주체가 되어서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바람처럼 공동체의 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데 '글쓰기'가 유익한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갑수 님의 '진보적 글쓰기'는 '글쓰기'라는 도구를 더 잘 사용하기 원하는 많은 분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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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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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세 살이 된 조카는 할머니집에 있는 강아지를 유난히 좋아합니다. 말도 제대로 못할 때부터 한참 울다가도 강아지 보러가자고 업고 나서면 울음을 그치곤 했습니다. 혼자서 곧잘 걸어다니는 지금도 지나가다가 큰 개가 있으면 무서워하면서도 어른들 손을 꼭 붙잡고 다가가서 구경하고싶어합니다.


 1950년대부터 시도했던 전통적인 인공지능 연구인 특징공학에서는 기계가 무언가를 알아보게하기 위해서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보편성'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서양철학의 본질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강아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강아지가 무엇인지 설명해줘야만 했지만 '강아지'라는 언어로 표현된 대상을 설명하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아무도 조카에게 개가 무엇인지 설명해 준 적 없지만 조카는 할머니 집에 있는 동물과 길을 가다가 만난 큰 동물이 같은 강아지인것을 압니다. 인간 vs기계 책 속의 표현을 빌리면 '현실이라는 우주에서 가장 큰 빅데이터를 통해 경험하고 학습하여 지능을 얻'습니다. 기계학습에서는 인간의 이런 학습법을 '원샷 학습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렇듯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뇌가 물체를 인지하는 과정을 개념적으로 본딴 인공지능 개발 방법이 바로 '딥러닝'입니다.



[인간 vs 기계]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에 충실한 책입니다. 프롤로그인 '어려운 천국과 쉬운 지옥'만 읽어도 '딥러닝'이 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딱딱한 책도 아닙니다. 총 13장의 책은 첫장부터 술술 읽힙니다. 로봇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서양철학사를 지나 라이프니츠와 비트겐슈타인까지 넘어가면서 인공지능에 대해서 들려줍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이세돌 vs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9장 즈음까지 읽고나면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지자동화 산업에 대해서 다루는 10장부터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13장까지는 자동화, 무인자동차, 부의 분배 등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변화할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카토피아 vs 카디스토피아'를 다룬 것처럼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단면적으로만 해석하지 않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68쪽에서 이야기하는 1900년 부활절 아침 뉴욕 5번가를 찍은 사진과 13년 후 같은 날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 속 운송수단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1900년에는 딱 한 대의 자동차를 빼고 나머지 모든 운송수단이 마차였지만 단 13년이 지난 후 모든 운송수단은 자동차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 13년 사이에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이점'을 지났기 때문입니다.(270쪽) 인공지능도 다른 기술들 처럼 어느 순간 특이점을 지날 것입니다.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의 특이점이 지난 후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요. 인류가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요. [인간 vs 기계]가 그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책이 들려주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그 해답을 찾아가는 시작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저처럼 인공지능이 뭔지 딥러닝이 어떤것인지 궁금한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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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김택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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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 계속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 아닌 경상도에서만 살았던 셈입니다. 그런 제게 전라도 사람은 지금 제가 외국사람을 생각할 때 느끼는 이질감보다 더 거리감있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에 만난 친구들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랑 상관없이 모두가 한 나라 사람이었습니다.

 경상도 중에서도 남도 출신인 제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교적 가깝게 느껴집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이랑 같은 도시에서 살았다는점도 크게 작용했겠죠. 그런 제게 김대중 대통령은 여느 정치인보다 좀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야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삼당합당 이후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대한 제 평가는 조금 바뀌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서울로 온 이후로 여러 지역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에 지역에 대한 편견은 깰 수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연하게만 접할 수 있었기에 변함이 없었을터입니다. 2012년에 있었던 총선과 대선 이후로 처음으로 정권 변화를 이루어냈던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은 커지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유례없는 전라도의 상황을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책인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30년을 일한 시인이자 작가입니다. 특이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도법스님, 권정생 선생 등 인물에 대한 책들 여러권 쓰셨습니다. '들어가며'를 보면 왜 그랬는지는 저자도 모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서 본인의 자서전을 쓰게 하셨다고 합니다. 사형수에서 대통령까지 모든 상황을 겪은 김대중이라는 한 사람의 말과 글을 접한 저자가 '현대사를 갈아엎은 격정의 세월이 녹아 있는' 글들을 엮어서 만들어낸 책이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입니다.(7쪽)

 책은 용기·도전·지혜·인내·성찰·평화·감사 라는 일곱 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각 장별로 열 다섯 개 내외의 김대중 전 대통령 말을 보여주고 그에대해서 작가가 부연설명하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들은 그가 생전에 남긴 메모, 일기, 편지, 연설, 법정 진술, 인터뷰 등 다양한 소스에서 카테고리에 맞는 글을 뽑아냈습니다.

 애초에 나누어진 일곱 개의 카테고리를 보고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카테고리가 있긴 하지만 나누어진 글이 꼭 그 카테고리에 딱 맞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문구들을 뒤섞어놔도 크게 상관없을법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하나의 문구들에서 하나의 단면만 보여지는게 아니라 김대중이라는 사람이 잘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 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2009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생애 마지막 연설

 "나쁜 정당에 투표 안 하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 힘을 보태고,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42,43쪽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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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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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을 펼친 이유는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의 글이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가장 좋았을 때는 수학자를 하였고, 머리가 나빠지자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철학도 할 수 없을만큼 머리가 나빠졌을 때는 평화운동을 했지요."


 러셀이 했다고 알려진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버트런드 러셀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을 뿐 아니라 수학자로, 철학자로 그리고 평화운동가로도 모두 빠지지 않는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꼭 러셀의 책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제목이 끌려서 구입한 '행복의 정복 The Conquest of Happiness'은 제목과 달리 행복을 정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기독교인인 제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Why I Am Not a Christian'역시 그리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차에 버트런드 러셀의 책 Marriage & Morals이 결혼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번역되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웨일즈에서 태어나서 죽었고, 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러셀은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수학자이자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였습니다. 또한 195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장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화이트헤드와 함께 저술한 책 수학원리 Principia Mathematica 가 너무 수학 기호들이 가득찬 책이라 그런지 러셀의 책은 제게 어렵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했고, 그 이미지 때문에 러셀의 책을 읽는게 더 어렵게 여겨졌던지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러셀은 결혼과 도덕 책을 통해서 '성윤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합니다. 책의 머리말 '왜 새로운 결혼과 도덕이 필요한가?'에 따르면, 모든 사회는 경제 제도와 가족 제도라는 두 가지 본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습니다. 또한 성윤리는 법률 같은 제도, 법률은 개입하지 않지만 여론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 마지막으로 실제적으로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는 영역의 세 층이 있습니다.(7쪽) 어떤 성윤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가족의 문제, 법률, 인구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야만 합니다.(8~12쪽) 러셀은 오늘날의 성윤리를 비판할 때 첫째로 반드시 잠재의식에 뭍혀 있는 미신적인 요소를 제거해야하고, 둘째로 완전히 새로운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13쪽)


 머리말의 내용처럼 러셀은 과거로부터 그가 살던 시대까지 존재했던 여러 제도들을 살피는 것으로 책의 전반부가 진행됩니다. 그 후에 그가 살던 시대의 제도를 살펴본 후에 본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항목(러셀이 살던 당시를 기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책을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머리말을 읽을때까지는 성윤리가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야만 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는데, 책을 읽다보니 머리말 말미에 있던 비판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가지가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러셀이 말하고 있는 성윤리의 여러 요소를 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잠재의식 속의 편견(러셀이 미신적인 요소라고 표현한)과 끊임없이 비교해봐야만 했고, 러셀이 살고있던 시대 역시 지금 제가 살고있는 시대보다 과거이기에 러셀이 말하고 있는 바가 이미 지금 시대에 우둔해져버린 지혜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러셀이 살던 시대까지 이어진 제대를 살펴보는 부분에서는 제가 막연히 받아들인 수많은 것(제도 혹은 관념)들이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음을 배웠습니다. 러셀이 말하는 바람직한 성윤리의 모습을 살펴볼 때는 동의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역할이나 인구에 대한 대목에서 단일한 국제 정부에 대한 언급들이나 소극적 혹은 적극적인 우생학에 대한 부분에서 러셀이 살던 시대와 제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격차가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자유밖에 없다는 러셀의 주장과 그 자유가 습관화 되고 바른 교육과 결합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259쪽에 나오는 성을 음식에 비유한 러셀의 비유에도 무릎을 탁 쳤지만, 그럼에도 러셀이 말하고자하는 자유의 모습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습니다. 성의 자유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길고 복잡한 성윤리의 여러 층위들을 말하고 있는 책 중에서 러셀이 표현한 말 중 아래 대목은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성 간의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편견과 두려움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랑의 실현을 방해할까 싶어서 육체적인 토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대등한 결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252쪽)

 

 러셀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 대목에서 인습적인 도덕 때문에 인간의 동물적인 특질인 육체적인 성 충동과 정신적인 특질인 관념적인 사랑을 갈망하는 충동이 서로 모순되기에 대립 관계라고 받아들이던 제 잠재의식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성간의 사랑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감정인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또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러셀의 말을 사랑을 하는 이성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성 간의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편견과 두려움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랑의 실현을 방해할까 싶어서 육체적인 토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대등한 결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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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의 역습 - 빈부, 세대, 지역, 이념을 통해 새로 그리는 유권자 지도
이현우 외 지음 / 책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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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즈음부터 페이스북에서 몇 번 [표심의 역습]을 봤습니다. 아무래도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선거 때문인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어제 받자마자 오늘 하루종일 잡고 후딱 읽었습니다.


 [표심의 역습]은 내일신문사,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총 5번의 조사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있는 책입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부터 4장까지는 '세대, 지역주의, 계층, 이념'의 측면에서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 나오고 마지막 5장에서는 앞에서 분석한 여러 자료들을 가지고 유권자들이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서문에서부터 푹 빠져들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평상시에는 정치권이라는 그들만의 무대에서 권력 확대와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4쪽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통합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갈등의 조장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민이 바뀌어 정치를 변화시켜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5쪽


 전체 내용을 간단하게 알려주는 서문과 목차를 지나면 그 뒤에 '시작하기 전에'라는 부분에서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자꾸만 변하는 정당을 어떻게 지칭할 지 말하고 있는 두 번째 부분이야 별스럽지 않지만, 의례히 10세 급간으로 연령을 구분하곤 했던 '세대 구분'을 매우 세분화해서 구분하거나 혹은 이를 다시 2개의 구간씩 묶어서 활용하는 등 유권자를 잘 구분하기 위해서 노력했음을 보여줍니다. 뿐만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책이니만큼 사용한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 출처와 확인방법 등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각 장에서는 평소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던 여러 정보들이 실제와 다르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영남, 충청, 호남을 순서대로 분석한 후 '04 지역투표? 유권자는 억울하다'와 '05 우리나라 지역정당의 실체는 무엇인가' 부분이 나오는 지역주의에 대해서 분석한 책의 2장이었습니다.

 


 위 그림은 책 111쪽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의 정보를 1차적으로 해석하면 두 가지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착각을 책에서는 '지리적 넓이와 거주 유권자의 밀도간 괴리'라고 표현합니다.(110쪽) 아래쪽 그림은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 3장 '누가 지역감정을 만드는가'에 나오는 그림입니다.(세상물정의 물리학 35쪽) 그림1은 광역자치단체장 투표 결과를 그냥 지도로 표시한 것과 인구비례지도로 표시한 것이고, 아래는 인구비례로 교육감,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 새누리당 지지율을 그린 것입니다. [표심의 역습]에서 말하고 있는 '지리적 넓이와 거주 유권자의 밀도간 괴리'가 어느정도 일어나고 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심의 역습] 책 속에 나온 사진만 보면 3~4배의 지지 차이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 그것보다 차이가 적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표심의 역습]에 나온 2012년 총선의 정당별 의석 분포 그림을 보고 가지게 될 착각은 영·호남의 지역투표가 아주 명료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지역 전체 투표자 54.7%의 지지를 얻어 94%의 의석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 전체 투표자 53.1%의 지지를 얻어 83%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은 전체 투표자의 20.1%였지만 실제 의석은 4.5%만 차지했습니다. 즉, 그림 속처럼 극단적인 지역투표로 보이는 결과는 유권자의 투표 때문이 아니라 득표와 의석이 제대로 연동되지 못하는 시스템, 즉 선거제도의 효과 때문입니다. (112쪽)


 이런 설명을 한 후 [표심의 역습] 2장에서는 실제로 지역투표가 있었다기보다 그렇게 해석하는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이 유권자가 필요해서 지역정당이 됀 것이 아니고 정치인(정당)의 필요 때문에 지역정당이 되었다고 말합니다.(124쪽) 선거 제도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지역을 필요로 할 뿐인 정당들의 프레임에 놀아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정당을 평가하자고 말합니다.(129쪽)



 책은 각 장이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하루종일 손에잡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이 조금 더 일찍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면 싶다가 또 한편으로 오늘 하루종일 흘러나온 정치권 뉴스를 보면서 저런 사건은 일반적인 해석과 다르게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좀 더 천천히 나왔더라면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글은 아무래도 서로가 생각하는 해법이 일치하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다시금 다가온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선거 시스템이 실제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결과로 반영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위서 말씀드린 영·호남의 의석수만해도 그렇고, 19대 총선 후 국회 전체 의석수도 득표율과는 괴리가 있었습니다.(2012년 4월 11일에 있었던 19대 총선 결과) 괴리가 일어난 방향이 거대 여·야에게 이로운 방향이라서 이번 선거법 개선 때도 제대로 바로잡히지 못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화했다는 사실만은 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다음 달 13일에 있을 20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표심의 역습]은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법한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혹여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이시라면, 더더욱 읽어보셔야 합니다.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만든 정치인들의 속내를 꼭 아셔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평상시에는 정치권이라는 그들만의 무대에서 권력 확대와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4쪽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통합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갈등의 조장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민이 바뀌어 정치를 변화시켜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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