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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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을 펼친 이유는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의 글이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가장 좋았을 때는 수학자를 하였고, 머리가 나빠지자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철학도 할 수 없을만큼 머리가 나빠졌을 때는 평화운동을 했지요."


 러셀이 했다고 알려진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버트런드 러셀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을 뿐 아니라 수학자로, 철학자로 그리고 평화운동가로도 모두 빠지지 않는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꼭 러셀의 책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제목이 끌려서 구입한 '행복의 정복 The Conquest of Happiness'은 제목과 달리 행복을 정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기독교인인 제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Why I Am Not a Christian'역시 그리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차에 버트런드 러셀의 책 Marriage & Morals이 결혼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번역되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웨일즈에서 태어나서 죽었고, 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러셀은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수학자이자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였습니다. 또한 195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장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화이트헤드와 함께 저술한 책 수학원리 Principia Mathematica 가 너무 수학 기호들이 가득찬 책이라 그런지 러셀의 책은 제게 어렵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했고, 그 이미지 때문에 러셀의 책을 읽는게 더 어렵게 여겨졌던지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러셀은 결혼과 도덕 책을 통해서 '성윤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합니다. 책의 머리말 '왜 새로운 결혼과 도덕이 필요한가?'에 따르면, 모든 사회는 경제 제도와 가족 제도라는 두 가지 본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습니다. 또한 성윤리는 법률 같은 제도, 법률은 개입하지 않지만 여론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 마지막으로 실제적으로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는 영역의 세 층이 있습니다.(7쪽) 어떤 성윤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가족의 문제, 법률, 인구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야만 합니다.(8~12쪽) 러셀은 오늘날의 성윤리를 비판할 때 첫째로 반드시 잠재의식에 뭍혀 있는 미신적인 요소를 제거해야하고, 둘째로 완전히 새로운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13쪽)


 머리말의 내용처럼 러셀은 과거로부터 그가 살던 시대까지 존재했던 여러 제도들을 살피는 것으로 책의 전반부가 진행됩니다. 그 후에 그가 살던 시대의 제도를 살펴본 후에 본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항목(러셀이 살던 당시를 기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책을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머리말을 읽을때까지는 성윤리가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야만 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는데, 책을 읽다보니 머리말 말미에 있던 비판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가지가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러셀이 말하고 있는 성윤리의 여러 요소를 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잠재의식 속의 편견(러셀이 미신적인 요소라고 표현한)과 끊임없이 비교해봐야만 했고, 러셀이 살고있던 시대 역시 지금 제가 살고있는 시대보다 과거이기에 러셀이 말하고 있는 바가 이미 지금 시대에 우둔해져버린 지혜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러셀이 살던 시대까지 이어진 제대를 살펴보는 부분에서는 제가 막연히 받아들인 수많은 것(제도 혹은 관념)들이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음을 배웠습니다. 러셀이 말하는 바람직한 성윤리의 모습을 살펴볼 때는 동의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역할이나 인구에 대한 대목에서 단일한 국제 정부에 대한 언급들이나 소극적 혹은 적극적인 우생학에 대한 부분에서 러셀이 살던 시대와 제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격차가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자유밖에 없다는 러셀의 주장과 그 자유가 습관화 되고 바른 교육과 결합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259쪽에 나오는 성을 음식에 비유한 러셀의 비유에도 무릎을 탁 쳤지만, 그럼에도 러셀이 말하고자하는 자유의 모습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습니다. 성의 자유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길고 복잡한 성윤리의 여러 층위들을 말하고 있는 책 중에서 러셀이 표현한 말 중 아래 대목은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성 간의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편견과 두려움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랑의 실현을 방해할까 싶어서 육체적인 토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대등한 결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252쪽)

 

 러셀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 대목에서 인습적인 도덕 때문에 인간의 동물적인 특질인 육체적인 성 충동과 정신적인 특질인 관념적인 사랑을 갈망하는 충동이 서로 모순되기에 대립 관계라고 받아들이던 제 잠재의식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성간의 사랑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감정인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또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러셀의 말을 사랑을 하는 이성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성 간의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편견과 두려움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랑의 실현을 방해할까 싶어서 육체적인 토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대등한 결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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