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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 글읽는 사람 - 과학적으로 읽고 논리적으로 쓴다, 텍스트 메커니즘
구자련 지음 / 다섯번째사과 / 2014년 11월
평점 :
과학적으로 읽고 논리적으로 쓴다
고등학교 다닐때까지는 ‘권장도서’를 보면 읽어야할꺼같은 압박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늘 ‘재미있는가’였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읽은 책들이 몇몇 특정 분야로 치우쳐서 일부러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노력하지만 어떤 분야의 책은 읽고싶은 유혹을 참지 못합니다. ’책읽기’라는 분야가 바로 그런 분야입니다. ‘과학적으로 읽고 논리적으로 쓴다’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텍스트 메커니즘 글쓰는 사람 글읽는 사람’은 제목을 본 순간부터 너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저자인 구자련 님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습니다. 이 책에 앞서 2013년에 ‘국어의 원리 1 (원리편)’,’국어의 원리 2(적용편)라는 고등학교 참고서를 만들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책에서 ‘텍스트 메커니즘’이라는 개념으로 글읽기 및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논리문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긴 하지만 이미 텍스트에 익숙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닙니다. 문자는 깨우쳤지만, 글을 읽고 독해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책입니다.
‘독서법, 속독법,문장론, 글쓰기 방법론 등 출간된 많은 독서,독해 관련 서적과 연구들은 이미 텍스트를 능숙하게 다루는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숙달된 상태의 글 읽기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능숙한 상태의 설명이 아니라 능숙하게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명시적 설명이다.’
글을 읽고 잘 이해하기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하는 것’입니다. 글을 읽기전에 그 글이 얘기하는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있으면 이해하기 쉬운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분야를 더 알기위해서 글을 읽는데 그 분야를 잘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것은 아이러니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배경지식은 답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배경지식이 없는 글을 어떻게 읽어 내려가야 하느냐인 것이다.’
저자는 글의 단위를 ‘한 문장 단위’와 ‘문장과 문장 단위’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문법’을 책속에서 ‘학교문법’이라고 표현하면서 한 문장을 완성하기위해서 지켜야할 원리라고 합니다. 이런 ‘학교문법’은 각 언어마다 언어 고유의 개별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문장과 문장 단위’를 완성하는 것을 ‘논리문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논리문법’은 인간의 사고방식이라는 ‘보편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학교문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 문장’을 쓰고, ‘논리문법’을 따라서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나가는것이 바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텍스트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역’,’니은’을 배울때무터 소위 글을 배운다고 할 때 ‘학교문법’은 비교적 체계적으로 배웁니다. 그렇지만 ‘논리문법’은 따로 체계적인 교육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말의 경우 한 문장을 구성하는 ‘학교문법’의 특징이 언어의 보편적인 ‘논리문법’과 상이한 부분이 있어서 더 접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논리문법’과 ‘학교문법’이 유사성을 지니는 영어를 배우면서 ‘논리문법’의 특징을 ‘영어’의 특징이라고 배우기도 합니다. ‘논리문법’이 꼭 하나의 모습만을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습득하게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책을 찬찬히 읽어나가다보면 조금 더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배우면서 누구나 익히게 되는 ‘학교문법’뿐 아니라 ‘논리문법’까지 익숙해 진다면 글 읽기를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럴때 우리는 ‘배경지식’이 부족한 내용이더라도 좀 더 수월하게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배경지식을 쌓는 글읽기는 평생 끊임없이 해야 하는 행위이고, 구조적 글읽기는 앞서 익히고 훈련해야 하는 공부의 방향이다.’
‘논리문법’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단지 저자의 생각을 따라서 읽는것에 그치지 않고, 글에 대한 평가도 가능해집니다. 글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은 텍스트를 받아들이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내보낼 수 있어지는 것이고, 그 시점이 비로소 응용력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책 속에 소개한 양주동 선생님의 글의 일부를 옮기려 합니다.
멋모르고 “예,예.”하다 보니 어느덧 대정각(a와 c)이 같아져 있지 않은가! 그 놀라움, 그 신기함, 그 감격, 나는 그 과학적, 실증적 학풍앞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내 조국의 모습이 눈앞에 퍼뜩 스쳐 감을 놓칠 수 없었다.
현대문명에 지각하여, 영문도 모르고 무슨무슨 조약에다 “예,예.”하고 도장만 찍다가, 드디어 “자 봐라, 어떻게 됐나.”의 망국의 슬픔을 당한 내 조국! 오냐, 신학무을 배우리라. 나라를 찾으리라. 나는 그 날 밤을 하얗게 새웠다.
-양주동,국문학자,시인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