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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정치에 대한 첫 기억은 오래전 명절 때로 돌아갑니다. 명절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만난 다른 사촌들이 열심히 놀고 있을 때, 가끔씩 아버지 옆에 앉아서 큰아버지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곤 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정치라는건 참 시끄럽고 답이 없는 것이기에 관심을 안두는게 최선이겠구나 하는 인식이 그 때 생겼습니다. 첫 기억의 영향과 태어나서 자란 동네의 성향 등으로 인해서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사회가 더 시끄러워졌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마디로 문민정부 이전의 군사정부 때의 억압적인 정치 상황이 더 효율적이라 사회에 좋은 면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태어난 지역을 떠나서 살게 되었지만, 이후로도 오랜 시간동안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태어난 지역색을 띈 정치세력을 지지하는건 아니었고, 꼭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정치 외적인 부분을 기준으로 선택하곤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 시절엔 거의 선거에 참여한 기억이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다 똑같고, 굳이 관심을 가져도 바뀌는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진 소위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주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한쪽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혹은 어쩌다가 이렇게 바뀌었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다가 한쪽을 확고하게 지지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전에는 아무래도 태어난 지역의 영향을 받은 쪽이었으니 중도를 가로지른 변화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정치 성향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정치 성향이 '타고난 성향인가' 혹은 '학습된 이념인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서문을 읽기 전까지 몰랐는데, 서문에서 이 책의 원서는 2013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에 2023년에 나온 개정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국 판권 상으로 2025년 3월 27일이 초판 1쇄인걸 보면 2013년에 나온 원서의 초판은 번역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책을 준비했고, 미국에서 책이 처음 출간된 이후로 트럼프와 바이든 대통령을 거쳐 다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시점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서 문 ┃ 계승되는 갈등
제1장 ┃ 불편한 동행
제2장 ┃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제3장 ┃ 무엇으로 정상을 판단하는가?
제4장 ┃ 선호의 정치학
제5장 ┃ 엇갈리는 시선
제6장 ┃ 우리의 본성은 운명인가?
제7장 ┃ 결국 환경은 무의미한가?
제8장 ┃ 분화의 역사
제9장 ┃ 우리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결 론 ┃ 서로 다른 현실 아래
부 록 ┃ 정치 성향 진단 테스트
참고 문헌
400쪽에 달하는 책은 전부 9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핵심만을 짚어나가는 방식의 책은 아닙니다. 예시와 이론을 풍부한 언어로 표현해가는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의 책입니다. 다른말로 하자면 읽어나가다가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책의 스타일 뿐 아니라 책에서 다루는 대상 자체가 '정치 성향'이라는 어찌보면 추상적인 내용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쓰여진 스타일이나 다루는 대상과 달리 책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정치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확고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은 바꿀 수 없다는게 이 책의 결론입니다. 결론대로라면 너무 혼란스러운 정치적인 대립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나와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애초에 같은 사실을 보고 다르게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처음부터 서로 다르다는걸 인정하고 시작해야만 한다고 저자들은 조언합니다.
정치 성향이 바뀐 사람들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서 그런 생각 하나하나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당장 위에서 저도 제 스스로의 정치 성향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정치 성향이 바뀌었다기보다 명확하지 않은 정치 성향이 명확해진거라고 봐야할꺼 같습니다. 정치 성향이 달라진 또다른 경우라면 다른 이익과 연결되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실제 정치 성향과 다른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보주의자에게 전하는 말
보수주의자에게 전하는 말
변화는 계속된다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의 결론에는 위의 세 글이 담겨있습니다. 책은 400쪽에 달하는 긴 책이지만, 결론은 길지 않기 때문에 책 전부를 읽지 못하는 분들이더라도 결론만은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사실 저자들의 결론을 받아들여야한다고 머리속으로 생각되는 지금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성향이 다른게 아닐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들이 제 말을 들으면 '도대체 책에서 뭘 읽은거냐'고 따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