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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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당시 만나던 남자 친구를 뉴욕에서 만나 정착하기로 하고 영국을 떠났지만, 연고도 없는 뉴욕에 홀로 남겨진다. 이로 인해 저자는 고독이라는 감정과 마주하는데, 이를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신만 굶고 있는 것 같은(P.25) 기분이라고 설명하는 저자의 비유는 너무나 적확하다.

저자는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예술가 에드워드 호퍼의 이야기를 필두로 앤디 워홀,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헨리 다거, 클라우스 노미등의 예술가들을 통해 평생을 고독과 저항했던 인물들의 생을 다룬다. 이들은 대체로 성장 과정에서 아동 학대를 당하거나,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졌고, 동성애자이며, 에이즈 환자로서의 고립과 배제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데이비드 워나로위츠가 에이즈 탓에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고립된 이들을 위해 저항한 행동이었는데 그 과정이 연대라는 연결로 이어진 부분이다. 그가 사회적 저항을 선택하면서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행위(P.284)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저자에게 일체감의 회복을 선물한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예술가들이 상처를 수선하는 방식은 삶의 고독이 혼자만의 감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그건 배고픔 같은 기분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신만 굶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 P25

살아오면서 언젠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막역한 친구를 얻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함께 있을 사람을 한 명도 얻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혼자 있기 싫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 나는 정말로 혼자였다. - P91

그는 헨리의 손을 밧줄로 묶어 말뒤에서 뛰면서 따라오게 만들었다. 이 장면은 제시카 유가 제작한 다거 다큐멘터리에서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채찍질을 당하고 더 큰 힘 뒤에 매달려서 끌려가는 것. 자기 인생에 대한 무력함을 그보다 더 잔인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 P199

그는 자신이 갈수록 투명인간이 되는 듯한 기분을 이야기하고, 아직 겉으로는 명백히 건강해 보이는 그의 몸뚱이 너무 그가 어디 있는지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없어질 거라고, 존재하기를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흐릿하게 친숙한 껍데기가 남아 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거나 알아봤다고 생각하는 낯선 사람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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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마음 - 문화예술 변호사 박주희의 예술 같은 나날들
박주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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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실 에세이를 그렇게 즐겨 읽는 편은 아니라서, 책을 받기 전에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부제에 적힌 ‘문화예술 변호사’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화예술’이면 어떤 법률 분쟁이 있나 궁금했달까.

기대와 달리 법정 사건과 관련된 언급이 많지는 않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에 더 가까운 에세이다.

저자의 성정이 나와 닮은 면이 있어서 꽤 공감하며 읽었다. 그는 직업상 더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업무에 있어서 쓸모와 효율을 중시하는 태도가 그랬고, 완벽에 대한 강박이 있는 면도 그랬다. 나도 어떤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고, 일에 있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라 묘하게 공감하며 읽게 됐다.

특히 마지막 저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문화 예술계의 용어와 상황을 법률적인 언어로 전환하고, 문화예술계 의뢰인에게는 법률의 언어를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을 말하며 자신을 통역사에 가깝다고 비유한 부분이었는데 이보다 명확한 비유는 없겠다고 느껴서다. 비록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랐지만, 저자가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나도 의지를 다지게 되는 면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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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 곰 세 마리부터 아기 돼지 삼 형제까지 흥미진진한 영국 동화 50편 드디어 시리즈 3
조셉 제이콥스 지음, 아서 래컴 외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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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던 동화를 원작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잭과 콩나무>, <피리 부는 사나이>, <아기 돼지 삼 형제>뿐만 아니라 조금은 변주된 듯한 이야기의 <엄지 공주>, <신데렐라>까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느낌의 동화로 꽉 채워진 책이다.

흔히 알고 있는 동화들은 큰 줄거리로 보면 낯익은 이야기였지만, 상세한 내용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잔인하고, 끔찍한 묘사가 많다. 동화가 이렇게 잔혹하고 폭력적이었던가, 새삼 놀라게 된다. 원작은 대체로 잔인한 묘사가 많았다고 듣긴 했지만, 어른이 되어 읽는 원작 동화는 너무 천진난만하게 잔인하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어릴 때 접한 동화는 아름답게 각색된 내용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앞부분에 담긴 동화보다 5장 <운명>에 담긴 동화들이 새로워서 흥미로웠다. 특히 <딕 휘팅턴과 고양이>가 영국 전래동화 느낌이 물씬 났고, 내용과 결말도 만족스러웠다. <물고기와 반지>는 결말이 너무 동화적이라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했달까. 인과응보가 확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잠시 동심에 젖어 원작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잔혹한 면도 있어서 어린 조카와 내용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야기를 통해 추억에 잠기고 싶은 어른이라면, 한 번 이 책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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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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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카두케우스 이야기'와 무너진 세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 담긴 소설집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는 전염병이 닥친 세상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담긴 단편이 들어있어 지난 시간의 감각을 떠올리게 됐다.

카두케우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재회>였다. 자신에게 중요했던 우주비행사 시험을 조난당한 소형 여객선을 구하느라 망친 수미의 이야기는 한순간의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수미는 삶을 도둑맞은 결정이었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 사람은 새 삶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선택의 순간,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형진을 만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수미는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 작품이었다.

전염병이 도래한 세계를 다룬 이야기들은 어딘가 친숙했는데 디스토피아 세계관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수진>이었다. 내 본체는 잉여 인간이 되어, 취미 생활을 하고 또 다른 분신인 내가 돈을 벌어왔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수진의 이야기를 보며,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난 책 읽고 두 번째 나는 열심히 돈 벌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황된 꿈을 잠시 그려보게 되었달까.

우주에 놓인 인간이든 팬데믹에 놓인 인간이든, 재난의 상황에 놓인 각각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갈등을 헤쳐가는 이야기였다. 그 끝이 꼭 희망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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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입니다 -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보이지 않는 악인들에 대하여
데비 미르자 지음, 김미덕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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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알지만,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라는 개념은 처음 접해봐서 궁금했다.

책에는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안타까운 점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타깃이 되는 피해자들이 자기 성찰을 하는 사람이고(P.69), 다정하고, 예민하며, 배려심 있고, 믿음직한 사람들(P.72)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뛰어난 공감 능력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후반부에는 타깃이 되어 온 피해자를 위해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자신을 의심해 온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만약 자신의 주변에 본인을 실패자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도 같은 상황을 겪어 봤기에 누구보다 피해 당사자를 잘 이해하며, 응원의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꼭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타깃이 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저자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는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에게도 충분히 위안이 될 법한 글이었다. 그중 다음과 같은 문장을 공유한다. “당신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세상은 당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강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타인에게 원하는 배려와 도움을 자신에게 먼저 베풀어라.”(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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