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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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카두케우스 이야기'와 무너진 세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 담긴 소설집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는 전염병이 닥친 세상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담긴 단편이 들어있어 지난 시간의 감각을 떠올리게 됐다.

카두케우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재회>였다. 자신에게 중요했던 우주비행사 시험을 조난당한 소형 여객선을 구하느라 망친 수미의 이야기는 한순간의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수미는 삶을 도둑맞은 결정이었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 사람은 새 삶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선택의 순간,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형진을 만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수미는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 작품이었다.

전염병이 도래한 세계를 다룬 이야기들은 어딘가 친숙했는데 디스토피아 세계관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수진>이었다. 내 본체는 잉여 인간이 되어, 취미 생활을 하고 또 다른 분신인 내가 돈을 벌어왔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수진의 이야기를 보며,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난 책 읽고 두 번째 나는 열심히 돈 벌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황된 꿈을 잠시 그려보게 되었달까.

우주에 놓인 인간이든 팬데믹에 놓인 인간이든, 재난의 상황에 놓인 각각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갈등을 헤쳐가는 이야기였다. 그 끝이 꼭 희망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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