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호
성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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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중략) 그리고 한 번도 스스로에게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물어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내 문제 아니었을까. 나의 근원적인 문제.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궁금해할 수 있을까.’ (p.34)

나만의 집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여성들의 모임을 다룬 <임장>, 발달장애 동생을 시설에 맡긴 자인의 이야기 <하악>, 엄마와의 단절과 화해를 그린 <대부호>, 남편과 사별한 백주의 이야기 <운석>, 타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나방파리>, <원경>, <베인>까지 무엇하나 빠짐없이 좋았다.

이 책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나의 내면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소설 말미에 자신의 근원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았다.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는 비성년 존재의 이야기도, 타인의 고통보다는 나의 고통만 크게 보는 이들의 이야기도, 그 모습이 적나라하고 구체적이라 좋았다.

내면에 균열이 없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이 소설집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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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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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달동네를 벗어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살게 되기까지 재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계급 횡단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마음 한 곳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의심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저자의 책을 읽을 때마다 ‘경험담이 들어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만큼 소설이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저자가 책의 중간에 인용한 가난을 말하는 책들은 나도 관심 있게 읽거나 읽을 목록에 넣어둔 책들이라서 반갑기도 했다. 인용된 책뿐만 아니라 작가의 세밀한 묘사만 보아도 정말 자료 조사를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특히 자신의 세계가 좁았다는 것을 대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깨닫는 부분에 공감했는데, 비슷한 동네 친구들을 벗어나 대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생활환경이 이렇게 다양하고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때가 생각났다. 나는 그다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아이들을 보면서 알았다. 세상에는 저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재이는 집을 떠나 가난을 벗어났지만, 아직도 그 환경에 머물러 있는 원가족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쌍둥이처럼 ‘그를 탓할 수 있나?’를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럴 수 없다. 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것이 재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으니까.

그러나 어쩌면, 재이의 세대가 마지막 계급 횡단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집 마련이 점점 요원해지는 세상에서 계층의 사다리 이동이 과연 가능해질 수 있을까?

사회파 소설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현시대의 문제인 계급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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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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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총 6편의 단편이 담긴 소설로, 내가 만난 단요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기억에 남을 만한 단편을 꼽기 쉽지 않고 내가 이 소설집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대체로 ‘신’에 대한, 특정 종교에 대한 소재를 다룬 내용이 많았고, 신의 존재 여부에 의문을 품는 종교에 회의적인 뉘앙스를 풍겼는데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한 건지 모르겠다.

대체로 어리둥절한 상태로 읽은 부분이 많았다. 표제작은 뭔가 소스 코드 만드는 사람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은 내용이라 흐린 눈으로 읽었다고 고백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완독한 지금도 나는 작가의 글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소양이 부족한 걸 수도 있지만, 그냥 작가의 글이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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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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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담은 소설. 소설에 담긴 두 가지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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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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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겪게 되는 삼일 간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소설의 소개를 살펴봤을 때부터 자전적 경험이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소설가 안시찬과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을 운영 중인 아내 이지수라는 설정이 그랬다.

소설을 읽으면서 숨을 편히 쉴 수 없는 느낌이었다.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의 당혹감, 갑작스러운 상황 탓에 감정 조절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 같은 것들이 너무 와닿아서였다. 소설은 단 3일의 과정을 담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세밀하게 느껴져서 마치 30일의 시간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시찬은 현실적 문제와 복잡한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서성이게 된다.

어느 정도는 작가의 경험과 감정이 작품에 스며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저자의 경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술실 앞을 서성여본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큼 이 소설은 사실적이다. 읽는 중간중간 숨을 멈추게 될 만큼.

자기의 경험을 소설로 녹여낸다는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 장강명 작가에게도 응원을 보내며, 김새섬 대표의 회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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