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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비관적인 시각이 아닌 낙관적인 시각에서의 기후 위기 대책을 담아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낙관적인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베이징 대기질 개선에 관한 주장이 그렇다. 물론, 성공적인 사례인 것은 맞다. 그러나 대기질 개선을 위해 공장을 폐쇄한 게 아니라 동부 해안으로 이주시켰다는 사실은 망각한 걸까. 당장 베이징의 대기질은 개선되었겠지만, 특정 지역의 대기질이 개선되었다고 전체적으로 대기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고기 대용품에 대한 낙관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고기 대용품이 육류 시장을 잠식하려면 ‘맛이 좋아야 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적인 식단에 잘 녹아들고, 저렴해야 한다.’(p.287)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건 식품이 비싸다. (실제로 스팸보다 대체육 스팸이 더 비싸다) 환경을 위한 소비를 하려면, 돈을 더 많이 써야 한다. 환경을 위해 소비자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낙관론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방식에 종종 회의적인 시각이 든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저렴하게 물건을 생산하느라 환경 파괴는 뒷전인데 왜 소비자는 더 많은 돈을 쓰며, 환경을 지켜야 하는가 말이다. 왜 환경을 지키는 것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만의 몫인 건데? 기업인은 지구인 아닌가요?)
무엇보다 저자가 실천한다는 환경 보호를 위한 요리 습관은 굉장히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고, 즉석요리 식품을 즐겨 먹는다는 것이 ‘지속 가능한 식단’이라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식재료의 이동은 탄소 배출량이 그리 크지 않고, 농작물 생산과 가축을 기르는 것의 탄소 배출량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마치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달까.
저자의 낙관론적인 이야기가 의아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적절해 보인다. 서서히 실천할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소고기를 섭취하는 횟수를 줄이고, 소와 양보다는 돼지를, 돼지보다는 닭을 먹는 정도의 노력은 해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