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에 진심 - 우리에게는 서로를 우습게 위로할 권리가 있다 진심 시리즈 3
곽민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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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ADHD의 아픔을 넘어 충청도식 농담을 지나, 업계의 성차별, 재일조선인 친구의 이야기,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책을 마냥 즐겁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때론 웃다가도, 조금은 숙연해지고, 혐오 표현을 돌아보고, 외국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평가하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자기 안에 슬픔을 가져본 사람이, 아픔을 넘어선 사람이 진정한 ‘농담’의 힘을 안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을 자조적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에게서 그 속에 감춰진 슬픔을 볼 때가 있다. 이 책의 작가가 그렇다.

농담에 진심인 저자는 농담으로 ‘거대한 슬픔을 웃어넘길 수 있는(p.141)’ 사람이었는데 그 표현에 동의하는 바다. 자신을 자조적인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슬픔의 파도를 넘어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방식이라는 것도.

힘듦을 유머러스함으로 승화시키는 것 또한 우리가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농담에 진심인 사람이 된다. 저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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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9
정용준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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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동아와 언어 장애가 있는 인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사람이 어느새 마음을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달달한 모습이 담겨 있다. (헤어진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자!)

저자의 글에서 언어 장애가 있는 인물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발화되는 음성이나 문자라는 단순한 형태를 떠나 ‘언어엔 서사가 있고, 감정이 있고, 리듬이 있고, 고유함이라고 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p.147)라는 문장을 보면, 저자가 가진 언어에 관한 생각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저자의 작품에서 만나는 언어 장애가 있는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조금 더 조심스럽고, 드러내는 속도 또한 더디다. 그렇게 잔잔한 속도로 동아에게 다가가는 인하의 모습은 얼마나 애틋한가.

책에 적힌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애틋한 단어였던가 싶다. 나는 다른 의미로 겨울통을 앓게 되지 않을까. 겨울이 되면 또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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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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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진짜 사랑이 아닌 ‘연애’에만 빠져있던 미진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아 성찰로 나아가는 표제작 <돼지 목에 사랑>, 개꿀로 돈을 번다고 생각했던 일이 돌봄 노동으로 치환되어 짐이 되는 순간을 담은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타인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즐기는 선주와 그런 선주의 호의를 이용하는 이채의 이야기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미달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까지 대체로 비관적 상태에 빠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집이었고, 나열한 단편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을 읽으면서 저글링하는 원숭이를 볼 때만 해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느낌이었으나, 자신을 혐오하는 미달의 상태를 비유하는 것이란 느낌이 들고부터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나’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어떤 한도에 이르지도 미치지도 못한) ‘미달’의 마음을 잘 알 수밖에 없을 터. 그런 미달이 잘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뜨개질이었다. ‘코를 잘못 꿰면 풀었다가 다시 반복하고, 어느 날은 잘못 꿴 코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p.301)’는 일을 반복하는 미달은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고 이어간다는 것에서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인물 중에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미달이 아니었나 싶다.

단편 소설 속 이름처럼 대체로 미진하거나 미달 상태의 부족한 이들의 모습이 담긴 내용이라 조금은 비관적이지만, 그 취약하고 무른 모습이 오히려 잔상을 남기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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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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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스물한 살의 쥐스틴 네주는 오르탕시아 요양원의 요양보호사다. 그녀는 노인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19호실의 엘렌의 이야기. 소설은 쥐스틴이 작성한 ‘엘렌’의 과거와 쥐스틴의 가족사가 번갈아 서술되며 이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앨렌과 뤼시앵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이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깝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반면 쥐스틴 가족사에 얽힌 사랑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의 안타까움(N)을 자아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의 명암을 다 담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냉탕과 온탕을 계속 오가는 느낌이랄까.

한쪽은 아름다운데 한쪽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전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거든요.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읽어보시면 알아요. 전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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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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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목성 궤도 탐사선 딜레이니호에 탑승하게 된 응용사회학자 날리니는 드웨인과 함께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에 있는 돔도시 ‘뉴로어노크’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납치된 상태로 뉴로어노크로 거두어지게 되는데.....

뉴로어노크에 오게 된 어슐러 50호의 로이드는 도착 이후에 희귀한 현상으로 죽음을 맞게 되지만, 뉴로어노크인들은 그의 죽음마저도 ‘심장마비’라 지칭하며 사실을 왜곡하기 바쁘다. 도대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는 무엇이길래 그들은 이토록 언급을 회피하는 것일까?

지구의 모습과 유사한 돔 내의 ‘뉴로어노크’의 모습은 인간 군상과 전혀 다를 게 없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계급 사회, 정치적 당파 갈등은 여전하다. 소설 내내 인물들이 쉬쉬하며 궁금함을 자아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는 소설의 막바지에 밝혀진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외면하고, 왜곡하려고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의 거대 욕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유되어 끔찍한 모습을 이루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그 풍자가 너무 와닿았던 것 같다. 조지 오웰의 서늘한 통찰, 커트 보니것의 날카로운 유머가 결합되었다는 홍보 문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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