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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저자는 1부에서 차별이 무엇이고, 왜 나쁜가를, 2부는 차별의 예외적 상황을 다루며, 3부에서는 차별 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서술하고, 4부는 차별 금지로 나아가야 평등한 미래, 공존하는 삶이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쉬운 예로 ‘노키즈존’이 왜 차별인가를 살펴보자. 많은 사람이 업주의 자유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자는 바로 이러한 논리가 공존을 깨뜨리는 자유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노키즈존의 허용이 영업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연령뿐만 아니라 다른 사유로도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p.49)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노키즈존에 이어 노아재존, 노시니어존, 노아줌마존 등의 상업시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조카와 함께 가족 나들이를 하러 갔다가 노키즈존 카페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 일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은 아이에게도 매우 부당한 일이었고, 조카에게 출입 금지 이유를 설명하는 것조차 낯부끄러웠다. 이러한 부당한 대우가 있는 사회에서 나의 존재가 차별의 사유가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하나 더 공감되는 것은 채용 과정에 행해지는 차별이다. 채용 공고상에는 법 규정에 따라 평등한 채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채용 시장은 여전히 너무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용모 단정이라는 문구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진을 제출해야 하며, 출신 학교는 물론 학점까지 작성해야 하고, 때에 따라 서류 과정부터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회사도 많다. 어차피 중요한 건 업무적 능력이 아닌가? 이토록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한국형 채용 시장의 이력서야말로 차별을 조장하는 이력서가 아닐는지.
저자는 이 외에도 역차별 논란, 난민 문제, 차별금지법 반대 사유 등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나도 역차별의 함정에 빠져본 적이 있기 때문에 차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져있을지 모를 나에게 의미가 깊었던 문장을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이 용인되는 세상의 폭력은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다.(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