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에세이
발터 벤야민 지음, 새뮤얼 타이탄 엮음, 김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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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그의 명성이 높은 이유를 알 것도 같은 게 그의 사유와 문학에 대한 비평이 날카롭다. 서술되고 있는 책들의 내용을 알고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저자가 언급한 작품들을 대부분 읽지 않았고,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언급되어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여러 대목에서 그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특히 정보의 과잉으로 인해 진정한 이야기가 사라져 간다는 그의 통찰은 놀랍다. 사람들이 어떠한 사건을 정보화하게 되고, 사건 자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설명들이 독자가 자발적으로 사건을 이해할 자유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이 그렇다. 정보화 사회로 거듭날수록 경험과 전통에서 구술되는 이야기는 줄어들고, 오로지 요약과 설명으로만 간소화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은 소멸해 간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첫 번째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쉽게 안 읽혔다. 얇지만, 쉬운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두 번째 읽으면서 조금씩 개념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가 비평가로서 탁월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 한 권의 짧은 글로도 충분히 드러난다. 다만, 나의 얕은 지식과 표현력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에세이에서 언급된 소설을 읽고, 추후에 다시 이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 그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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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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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기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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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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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저자는 1부에서 차별이 무엇이고, 왜 나쁜가를, 2부는 차별의 예외적 상황을 다루며, 3부에서는 차별 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서술하고, 4부는 차별 금지로 나아가야 평등한 미래, 공존하는 삶이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쉬운 예로 ‘노키즈존’이 왜 차별인가를 살펴보자. 많은 사람이 업주의 자유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자는 바로 이러한 논리가 공존을 깨뜨리는 자유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노키즈존의 허용이 영업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연령뿐만 아니라 다른 사유로도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p.49)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노키즈존에 이어 노아재존, 노시니어존, 노아줌마존 등의 상업시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조카와 함께 가족 나들이를 하러 갔다가 노키즈존 카페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 일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은 아이에게도 매우 부당한 일이었고, 조카에게 출입 금지 이유를 설명하는 것조차 낯부끄러웠다. 이러한 부당한 대우가 있는 사회에서 나의 존재가 차별의 사유가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하나 더 공감되는 것은 채용 과정에 행해지는 차별이다. 채용 공고상에는 법 규정에 따라 평등한 채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채용 시장은 여전히 너무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용모 단정이라는 문구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진을 제출해야 하며, 출신 학교는 물론 학점까지 작성해야 하고, 때에 따라 서류 과정부터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회사도 많다. 어차피 중요한 건 업무적 능력이 아닌가? 이토록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한국형 채용 시장의 이력서야말로 차별을 조장하는 이력서가 아닐는지.

저자는 이 외에도 역차별 논란, 난민 문제, 차별금지법 반대 사유 등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나도 역차별의 함정에 빠져본 적이 있기 때문에 차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져있을지 모를 나에게 의미가 깊었던 문장을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이 용인되는 세상의 폭력은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다.(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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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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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에 관해 담은 앤솔러지로, 두 번째 소설집 <묻다>를 읽게 됐다. 소설집에는 고도를 기다리는 이유를 묻는 <고도를 묻다>, 정서의 죽음 이후 정서가 하려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드래곤 세탁소>,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개와 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방과 후 교실>, 살아있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조건>까지 다양한 질문이 담겨 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역시 박지영 작가의 <개와 꿀>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한 사람의 쓸모에 대해서, 정상성에 대해서, 정상으로 규정된 사람들의 시혜적 시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매섭고 날카로운 글을 읽고,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바로 답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어쩌면 그 입장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여전히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은 ‘고요한 폭력적인 말(p.109)'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내가 나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저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일 뿐인데. 이런 생각 끝에 나는 또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그나마 책을 읽고 부끄러운 게 뭔지 알게 되는 인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 또한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알게 되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테니까. 다음 앤솔러지에서는 어떤 장면을 보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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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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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담긴 작품이 다 좋았지만,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잔잔한 혜숙의 일상과 그리움을 담은 <겨울 정원>, 불규칙하고 제멋대로인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자신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준 <조금 뒤의 세계>, 사랑하는 상대를 알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랑 접인 병원>, 갑작스럽게 만난 조카와의 만남을 담은 <그동안의 정의>였다.

가장 기대한 작품이 임선우 작가의 <사랑 접인 병원>이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상상력을 담아냈을까 궁금했다.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일이 결국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문이 열리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고, 마무리까지 말랑말랑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랑말랑한 마음은 <그동안의 정의>로 이어졌다.

<그동안의 정의>의 담담한 문장 속에서 나는 어쩐지 애틋함을 읽었다. 조카의 얼굴에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마주하는 모습, 조카와 일상을 보내는 모습에서 자꾸만 마음이 애틋해졌다. 서로 궁금해하지 않던 남매간의 관계와 다르게 윤현수에게는 ‘아쉽거나 미안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p.196)는 생각이 드는 이유를 너무 알 것만 같아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왠지 나는 슬픔이 느껴졌다.
어쩌면 고모라는 위치 때문에 더 정의의 감정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정의와 현수의 모습에서 자꾸만 나의 조카를 떠올리게 됐으니까. 그래서 내 마음에 가장 들어온 작품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알던 작가들의 글도 다 좋았지만, 최예솔 작가를 발견하게 되어 나에겐 의미가 깊었던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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