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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ㅣ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동사 <하다>를 테마로 하는 세 번째 앤솔러지 소설집 <보다>를 읽었다. <보다>는 제목처럼 보는 것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흐린 윤곽으로 가득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선명하게 시작해서 그러데이션처럼 점차 흐려지는 빛깔이랄까.
언니의 교제 폭력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모토부에서>, 사라진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다룬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살아갈 이유를 찾고자 떠난 이의 이야기가 담긴 <왓카나이>, 이삿짐과 손님을 싣고 가는 여정이 담긴 <하얀 손님>, 새로 이사한 이후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의 <이사하는 사이>가 담겨 있다.
이들은 일상에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교제 폭력 사건을 마주하는 소설을 쓰고, 혜임과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종묘원에 갔다가 죽은 이의 발을 보게 된다. 여기까지는 제법 윤곽이 그려지는 일을 보았다면, <왓카나이>부터는 화자가 무엇을 보았는지 선명하게 담기지 않는다. 소설 속의 나는 그저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될 뿐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 그저 짐작만 할 뿐. <하얀 손님>의 주인공은 조금 더 복잡하다. 습관화된 행동으로 유리병의 균열을 보지 못해서 상흔을 입게 되는 그는 오히려 상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쪽에 놓이는 듯하다. <이사하는 사이>의 산희는 자신과 닮은 이들을 만나는 기현상을 겪지만, 이 또한 현실인지, 산희의 착각인지 정확하지 않다.
나는 <별 세 개가 떨어지다>의 홀로 죽은 사람을 조용히 묻어준 할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인지 가늠해 본다. 혼자 생을 끝내고 만 사람의 이후 시간을 조용하게 지켜주는 것, 그게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할아버지만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죽은 이의 상처를 본 할아버지만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집만큼은 뒤에 작품 해설이 있었으면 싶었다. 어쩌면 <보다>의 인물들이 보는 것이 저마다 다르듯이, 이 소설을 보는 독자도 저마다 다른 것을 보게 되지 않을까. 나는 김채원 작가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를 가장 인상 깊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