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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샘터를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어디서 그렇게 구해오시는지 받아오시는지 간간이 주곤 하셔서 읽었는데 그것도 너무 오래전 일이다. 얘기 중에 제일 재미있는 얘기를 꼽으라면 아마도 남의 이야기 아닐까 싶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도 웃음과 눈물, 진한 감동, 깊은 울림 등 다양하게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10월 호 샘터는 내게 많은 것을 던져주었다.
"선생님은 원래 체육학과 지망생이었는데 고1 때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었어. 갑자기 진로를 바꾼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말들만 했었지. 그때 담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 사람들은 생각보다 네게 관심이 없으니 너 자신만 생각하면 된다고!" ~ 라테는 말이야! -p25
선생님의 가벼운 한마디가 한 학생의 진로를 바꾸고 때로는 삶의 힘이 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선생님뿐 아니라 나의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때로는 상대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비수로 꽂힐 때도 있다. 나 역시 나보다 한참 어린 중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말을 할 때는 항상 조심스럽다.
또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에게 관심이 없으니 너 자신만 생각하면 된다.' 정말 괜찮은 말 같다. 사람들은 참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내가 이걸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서 내가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뭐라 한마디씩 하겠지? 애이 그냥 하지 말자.' 등등으로 말이다. 그러나 실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 없다.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일, 네가 마음먹은 일을 자신 있게 해 보라는 말이 정말 공감이 간다.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뉘우치면 웬만해선 재차 화살을 쏘지 않는다. (중략) 자존심은 소중한 사람과 싸우고 나서 세우는 게 아니란 걸 결혼해서 사는 동안 알아갔다.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손 내미는데 사과를 받아주지 않거나 되레 화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잊지 말아야겠다.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아야 할 때와 먼저 고개 숙여야 할 때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p31
누구나 잘못을 한다. 그런데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무슨 변명이 그리 많은지 그래서 상황이 또 다른 상황을 키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은 대단한 게 아닌 잘못한 일에 대한 사과인데 말이다. 나 역시 참 이게 잘 안된다. 그런데 더 미련한 것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13년을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이젠 좀 마음을 가다듬고 잘못을 빨리 인정하는 현명함도 챙겨야겠다.
얼마 전 논어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특히나 이번에 연재된 글 중'수레 장인에게 배우는 고전 읽는 법'은 그래서 더 의미 깊었다.
'무턱대고 그냥 읽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고전을 읽는다면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이론만 습득하는 고전 읽기는 쓸모가 없다. 고전은 삶에 적용할 수 있고 일에 응용할 수 있는 지혜의 보고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말하는 법, 일의 지혜, 공부하는 방법, 부자가 되기 위한 지혜 등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모두 고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략) 단순히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을 빛나게 하고 내 일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지혜로 받아들이려면 느끼고,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맞다. 그래서 요즘 더 논어 읽기가 재미있다. 그 안에서 내가 삶에 적용할 거리를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특히나 이론만 습득하는 읽기는 쓸모없다는 얘기는 고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지혜로 받아들이려면 느끼고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는 말이 더욱 공감되었다. 여기에 삶에 실천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이리라.
샘터에는 추억의 십자말풀이가 있다. 예전 신문을 구독해서 읽던 시절 신문에 실린 십자말풀이와 숨은 그림 찾기가 그토록 기다려지고 재밌었는데 십자말풀이를 하는 내내 그때의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어려운 건 나만의 느낌인가? 그만큼 우리말에 소홀해왔고 단어도 가물가물한 현재 내가 좀 서글펐다.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카카오톡으로 샘터와 친구가 되어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집, 행복일기, 샘톡에 사연을 응모하여 일반인들의 글을 샘터에 실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돼지목살 보쌈과 배추 겉절이' 어떤가? '할머니의 부엌 수업'이라는 코너에 <밥상 가득 퍼 담은 어머니의 내리사랑>의 글과 함께 실제 보쌈과 겉절이를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를 실어 주어 신선했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내리사랑, 군대 간 자식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를 애지 중지하며 몇 번을 읽어 내려가는 사연, 초졸 학력의 경비원 작가의 책 이야기, <69세>라는 영화 소개, '서울 촌놈'이라는 TV프로그램 소개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화와 공연, 수필, 시, 편지글, 자신의 작은 사연 하나하나 등 우리 삶 속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글로 소개하고 있어 깔깔거릴 때도 있고, 줄치며 메모하는 곳도 있었으며 스르르 눈물이 흐르는 장면도 있어 읽은 후 진한 여운이 남았다. 또한 독자를 참 잘 챙기는 소소하지만 세심함이 잘 묻어나 있었다. 독자의 짧은 글이지만 편집자에게 보내는 글을 실어 라디오 사연을 읽는듯한 느낌도 좋았다. 샘터를 통해 이 가을 나를 생각해보는 '여유'라는 선물을 받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