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스 포커 (완역본) - 월스트리트 천재들의 투자 게임, 《빅 쇼트》 작가의 대표작!
마이클 루이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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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각색이란 글을 새롭게 고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빅쇼트는 아담 맥케이가 원작자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다, 사실 빅쇼트는 영화만큼 훌륭한 원작이 있었다. 바로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서적이 그것인데, 심지어 영화에서 보여준 시니컬한 유머와 세밀한 취재, 낮은 눈높이의 설명은 모두 마이클 루이스가 원작에서 먼저 선보인 요소들이었다. 마이클 루이스는 사회고발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아주 쉽게 빠져드는 글을 쓴다. 실제 사건들을 리포트하는 에세이를 쓰면서도, 여느 소설에 버금가는 몰입도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이다. 정말 탁월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마이클 루이스는 80년대 중후반에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채권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월가를 직접 경험했다. 살로먼 브라더스는 당시 급증하고 있는 채권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다가 몇년 뒤인 91년에 국채입찰조작으로 몰락한 투자은행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당시 사회 분위기상 큰 돈을 벌 겸 살로먼 브라더스에 입사했던 그는, 그곳에서 금융계의 비인간적 탐욕과 사회적 위험성을 충격적으로 경험한다. 그가 현장에서 느꼈던 월스트리트의 이익추구와 혁신, 그리고 비생산성과 위험을 이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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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통해 데뷔하였던 마이클 루이스는 후에 <빅쇼트>를 내면서 다시 월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이 <라이어스 포커>에 빅쇼트의 서막과도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빅쇼트 맨 처음에 나레이션으로 불량 금융상품들이 점점 심한 거품으로 몸집을 불려가는 과정에 포함되는 내용이 이 책에서 그리는 80년대 월가의 모습에서 보인다. 바로 주택담보대출채권 상품의 초기 모습이 나오는 부분이다. 후에 이 상품이 여러번의 진화를 거치면서 거품에 거품을 거듭하여 08년도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되는데, 나비효과의 첫 발원지를 보는 셈이다. 작가의 최고의 히트작이 첫작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니, 정말 운명이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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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채권 팀을 운용하다가 운좋게도 시대의 흐름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그야말로 돈을 쓸어담는 살로먼 브라더스 모기지 팀의 이야기는 그냥 그 자체로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크본드 판매 및 시장 붕괴라는 측면에서 실제로 겹치기도 한다.) 본래 금융계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지만 용어와 복잡한 상품 구조 등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은 편인데, 마이클 루이스의 쉽고 재미있는 글은 금융이슈의 높은 문턱을 상당히 상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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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는 회사의 위기에 대량해고사태를 목도하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놀랍게도 그를 케어해주는 임원의 가호 아래 그는 해고사태에서도 벗어나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되지만, 그와중에도 그는 회사의 비효율적인 조직운영과 해고를 비웃고 도리어 자신은 돈의 유무에 따라 회사를 옮기는 유형은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에 충성하지 않은 이들이 결과적으로 더 큰 돈을 벌었고, 회사에 충성한 이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와 해고위험을 가지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재미있다. 금융회사는 종목을 손절하듯이 직원들을 손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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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는 충격적인 금융계의 현실을 경험한 후 자신의 말대로 돈과 상관없이 스스로 퇴직하였다. 비현실적인 돈들이 매일 오가는 세계에서 지친 결과로, 그 살로먼 브라더스를 별 이유도 없이 그만둔 것에 대해 스스로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마무리하는 마이클 루이스는 얼마 후 불세출의 작가가 되었다. 바로 첫 작품인 이 <라이어스 포커>에서부터 대박은 이미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스스로의 인습을 끊어낸 예상밖의 결정에 인생을 베팅하여 대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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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투자 실천 바이블 - 성공하는 주식 투자자를 위한 전략과 전술
오쿠야마 쓰키토 지음, 이성희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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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치투자자는 아니다. 자금의 크기와 타고난 기질 등에 따라서 각자에게 더 적합한 전략이 있을 것인데, 지금의 내게 가치투자는 영 맞지 않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크기가 일정 이상 사이즈를 돌파하면 느긋한 시간과 함께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할 수 있다. 바닥에서 턴할만한 시그널을 포착하고 본격적 상승 전에 진입하는 전략은 매수와 매도 모두 여유롭게 마련이다. 언젠가는 거쳐가야할 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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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실천 바이블>은 피터린치를 추종하는 일본의 30년 경력 가치투자자가 초보자들이 책을 통해 중상급 가치투자자로 올라설 것을 목표로 저술하였다고 한다. 재무를 살펴보는 것이 까다롭고 관심도도 떨어져서 이해가 잘 안되는 편인데, 이 책은 매우 낮은 눈높이로 설명하고 있어서 읽기 쉬운 편이었다. 기본적인 개념들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사례를 공개하기도 하고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분석 등 날카로운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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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유명 블로거로, 2008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100만엔 시드머니의 공개계좌를 만들어서 투자과정을 공개해왔는데, 14년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2,300만엔을 돌파했다고 한다. 가치투자를 통해 수익금을 쌓아가면서 복리가 누적된 결과 23배 이상 점프한 것이다. 물론 공개계좌인만큼 본계좌의 자산은 훨씬 클 것이다. 느린 투자의 힘을 몸소 증명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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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가치평가 뿐 아니라 산업 성장 가능성과 시장변화를 함께 캐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투자에 있어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재무분석이 도리어 시장에 대한 넓은 시야를 방해하고 종목에 집착하게 만드는 경우라 생각한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계속 달라진다. 그저 눈과 귀를 닫고 숫자에만 집착하다가는 탄탄한 회사 주식으로 자산과 시간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치투자는 끊임없이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변동성에도 버틸 수 있는 근거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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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기업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항목들을 점검하는 구체적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데 가치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면서 천천히 매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치투자의 장점 중 하나인 만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피터린치식 투자를 저자가 한번 더 쉽게 걸러서 설명해주는 책이라 가치투자를 배우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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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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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투자자는 이것만 한다! - 과학적 접근으로 주식 투자 승리하는 법칙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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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식 트레이딩을 연습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하게 말하면 사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진지하게 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에 의해 혹은 무의식적 및 의식적 학습에 의해 사전에 프로그램된 행동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대체 왜 내가 이러는 것일까를 아프게 고민하다가 하게된 것은 유튜브와 책에서 뇌과학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인간 사고체계의 과학적 근원을 조금이라도 알게되면 행동교정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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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보들을 찾아본 결과 또렷한 답을 찾았다기보다는 내가 느낀 것이 확실히 대다수 인간의 행동 패턴이 맞았고, 결국 그를 고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의식적으로 많이 생각하면서 반복경험을 통해 조금씩 교정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게임에서 수많은 렙업 노가다를 통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듯이 목표를 인식한 채로 지겨울 정도의 의식적 반복으로 내 행동패턴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인의 행동패턴과 구별되는 트레이더로서의 직관을 길러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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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고수들의 이야기와 탐독을 통해서 역시 트레이딩과 뇌과학 간에는 생각해볼만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었는데, 마침내 뇌과학자가 저술한 투자책이 나왔다. <이기는 투자자는 이것만 한다!>는 일본의 뇌과학자이자 유명투자자인 가미오카 마사아키가 이기는 트레이더로서의 전략을 담은 책인데, 앞서 말한 뇌과학과 행동패턴,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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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트레이딩의 세가지 포인트가 있다. 바로 1.재현성, 2.자금관리, 3.멘탈관리. 강력히 동의하는 바이다. 한번의 투자로 초대박이 나는 것은 비현실적이거니와 두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약없는 홈런 한방이 아니라 꾸준히 안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다. 적당히 손절하고 실패하더라도 큰 데미지를 입지 않으면서 적당한 수익을 몇번이고 재현할 수 있는지가 첫번째 핵심.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 투입비율조절과 분할매도, 손절매 등을 통해 데미지는 작게 이익은 크게 투자자금을 관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금관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멘탈이다. 조바심이 나거나 오기가 생기는 순간 돌릴 수 없는 큰 위험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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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수익을 내기 쉬운 시장에서 거래하라는 것. 좋은 장세에서 선택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언제나 먹히는 전략이다. 뇌과학을 공부한 사람이 확실한 의도를 갖고 저술한 만큼 전략적, 심리적으로 참고할 부분이 많은 책이다. 굳이 따지자면 기술적 분석 쪽 성향에 가까운 책이긴 하지만, 투자는 심리게임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든지 마인드와 멘탈에 기반한 전략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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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나부터 생각할 것 - 상처받고 후회하는 관계에 익숙한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45
후지노 토모야 지음, 곽현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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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에는 좋게 말하면 배려가 깊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과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아마도 전국시대라 불리는 전쟁혼란기를 아주 길게 겪으면서 칼과 폭력이 일상화된 역사가 근대 직전까지 이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바로 날아오는 칼에 맞을 수 있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이어진 행동양식이 도리어 예의와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로 오늘날 전해오는 것. 극한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타인을 살피는 감각이 극대화되었겠지만, 사실 모든 생물은 자기 자신을 1순위로 돌보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 사회인 만큼 일본에서는 좀 더 마음돌봄에 관한 베스트 셀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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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라고 다르냐하면 딱히 그런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와 문화 기반은 개화기의 간섭과 식민지화로 상당수가 근대 일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전통적으로 농경 외의 상업과 기술 등을 억눌러왔던 조선시대의 유전자는 지금까지도 개인보다 타인과 협동하고 나누고 또 비교하는 모습으로 한국인에게 남아있다. 한국인들 역시 사회적으로 억눌려 스트레스 받는 개인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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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되다 못해 개인이 나노화된 사회, 그러나 그만큼 온라인으로 공간적 한계를 넘어 연결되어 있는 유례없는 형태의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단절된 사회인 것 같지만, 결국 대부분의 인간은 직업활동을 지속하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활동을 하게 마련이고, 사회적 관계는 온라인으로 느슨하지만 더 넓게 이어진다. 남 신경쓰다 자신을 놓치기 딱 좋은 시대라는 것이다. 이는 실제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의 측면과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측면 모두에서 해당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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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올해 인간 관계에서 트러블을 겪었을때, 나와 상대방 사이의 선을 넘어 강한 의사표현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말없이 관계를 혼자 단절한 일이 있었다. 상대방의 잘못된 점은 굳이 내가 부딪히기 보다는 그가 알아서 또다른 누군가와 부딪혀 사고가 나기를 기약하고, 나는 그저 내 삶을 살면 그만이라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중요시하고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행동 자체가 의미가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했다면 때로는 그러지말라고 받아치는 행동이 필요하다. 설령 해당 상대에겐 효과가 없을지라도 그 행동을 했다는 경험 자체가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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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두가 타인만을 생각한다면 각자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그 균형이 유지되겠지만, 사람은 모두가 제각기 다른 탓에 누군가는 자신만을 생각하거나 도리어 상대의 배려하는 태도를 역이용하여 관계의 우위에 서려고 하기도 한다. 때문에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모든 관계에서 좋은 결과를 부르지는 않는다. 절대로. 태생적으로 유약하고 배려가 깊은 이들은 자신의 본능적 친절함을 믿고 조금은 무례하게 나 자신부터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잘 안된다면 이런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마음을 단련해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대히트한 이유가 다 있는 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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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세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들의 비밀스러운 삶
조지 맥개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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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 뒷산에는 늦여름쯤 되면 잠자리들이 수없이 날아다녔다. 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은 꽤나 장관이었고, 방학때는 직접 잠자리채를 들고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왜 잡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틀어박히기 전에는 진짜 잠자리를 잡고 놀았었다. 종류도 한 가지가 아니었고, 날개 끝과 꼬리에 적갈색 빛이 도는 고추잠자리가 예뻤던 기억이 난다. 잠자리채로 내려쳤다가 머리가 없는 몸통만 잡힌다거나 날개가 짖이겨진다거나 하는 일도 잦았지만 사실 작은 미안함 외에 별 생각은 없었다. 몇마리 사라져도 아무런 티가 안날 정도로 잠자리는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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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뒷산은 여전히 건재하고 그때보다 오히려 더 울창해졌다. 시에서 산을 매입하여 일부는 숲이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여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때는 매년 뒷산을 가득 채웠던 잠자리가 이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크는 동안 점점 줄어들더니만 언제부턴가는 우리동네에서 그 자취를 완전히 감춰버렸다. 이제는 여름이 되어도 더 이상 잠자리가 날아다니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동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잠자리를 본 게 꽤나 오래된 것 같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니 잠자리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심지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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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학자이자 BBC다큐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유명해진 조지 맥개빈의 <숨겨진 세계>는 작가가 사랑하는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속도 이상으로 파괴되고 사라져가고 있음을 외친다. BBC에서 다큐를 만들면서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아는 곤충들의 놀라움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머리속에 저절로 다큐멘터리 영상이 떠오르고 귀에 그를 해설하는 재치있는 성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곤충들이 비행하는 메커니즘만 해도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소형 비행체 개발에 응용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곤충은 여전히 인간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세계 속에 사는 놀라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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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맥개빈이 이 책을 쓴 이유, 그리고 TV의 진행자가 된 이유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곤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곤충이 너무도 빠르게 멸종되어 가고 있음을 알리는데 있다. 전체 곤충의 40% 이상이 현재 이미 멸종위기라고 할 정도로 현실이 심각하다. 전세계 곤충은 생태계 서클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빠지면 작은 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구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한다. 환경 파괴 문제는 우리가 하루이틀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곤충들의 다양성 감소 문제는 다른 환경문제가 이슈되어온 것에 비해서 훨씬 덜 알려졌고, 동시에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다른 곤충들이 다 멸종하고 모기와 바퀴벌레 처럼 도시에 적응한 일부 해충만 남는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끔찍하다.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돌고돌아 극단적인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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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은 본래 지구 육지의 12% 정도였으나, 지난 100년 사이에, 그것도 최근 몇십년동안 급격히 파괴되어 6%미만이 남았다. 그리고 갈수록 더 빠르게 파괴되는 중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를 가리켜 요리를 하겠다고 르네상스 그림을 불에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복제라도 가능한 그림에 비해 생태계와 멸종종은 대체품으로도 복원이 안된다. 그런데 자연이 파괴되는 것은 결국 그것을 자재 삼아 돈을 버는 인간의 행태에서 비롯된다. 애초에 성경에 '자손을 낳고 이 땅을 정복하라'는 식의 구절을 적어두고 환경을 그저 이용대상으로 선점하는데 열을 올렸으며, 자연에 어울려 살고 있는 이들은 야만인 취급하며 유린해 온 서구사회가 이제와서 자신들의 자원으로 먹고 살겠다는 열대지방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생각할수록 환경파괴문제는 뚜렷한 대안이 없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바라만 보아야 하는 문제로 느껴지지만, 그래도 문제의식이라도 바로 갖고있는지의 차이가 언젠가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공헌할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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