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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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말에 개봉하여 수많은 철학적 메세지를 내포한 채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들을 보여준 명작영화 매트릭스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메세지를 던진다. 1편에서는 주인공 네오가 짜여진 매트릭스의 실체를 인지하고 자유의지에 의해 그것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2편과 3편에서는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아키텍쳐와 오라클에 의하여 정해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과연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그렇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먼저 자유의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하고, 또 그 논의가 불러오는 사회적 함의에 대한 감정을 배제해야 하며, 동시에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얼핏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질문에 대해 사실과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설명하는 물리학은 뭐라고 답할까?

이론물리학자 자비네 호젠펠더는 대중 앞에 서는 과학커뮤니케이터이다. 우리나라에도 안될과학이라는 채널이 활약하고 있는 분야로, 어렵고 딱딱한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알리는 역할을 한다. 자비네 호젠펠더의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는 물리학과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보는 책이다. 현대의 과학과 종교는 어쩌면 반대의 지점에 위치하지만, 사실 인류 역사에서 초기의 종교와 과학은 한뿌리였다. 그 가장 깊은 근원에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존재론적 의문이 자리한다. 인간이 인지하는 한계는 있지만, 그 선 안에서는 다시 과학이 그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할 수 있다.

자비네 호젠필더는 이 책에서 자유의지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모든 현상은 그 이전의 것에 영향을 받은 인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헐적으로 우리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은 과거로부터 인과로 엮여서 정해진 미래를 구성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유의지가 있든 없든 지금 존재하는 우리는 그 자체로 소중하기에 그저 현재에 집중하며 배우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리학 이론을 통한 설명이지만 상당히 철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얽히고 섥히는 논리 속에 쉽사리 이해가 안되는 대목들이 많을 정도로 모든 문제들을 굉장히 논리정연하게 풀어낸다. 유명한 과학자, 철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에, 논리속에 아득해져가다가도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세계에 대한 막연한 설명들을 물리학으로 더 실체적으로 분석할 때, 세계와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스스로를 알고 자신의 행동을 다스려 한차원 더 발전한 사람으로 거듭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이 내가 종종 과학에 관련한 책들을 읽는 이유인데,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는 그 니즈를 직접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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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봐줄까?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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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관상은 무시못한다는, 소위 관상론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상 보는 법을 잘 모른다.

관상은 긴 시간동안 나름대로 누적된 데이터에 근거하여 얼굴을 판단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자세한 이론은 모르고 그저 자신의 첫느낌을 관상이라 착각하고는 한다.

<관상봐줄까?>는 얼굴을 판단하는 기준을 간단한 삽화와 함께 알려주는 책이다.

이론이 깊은 책은 아니고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얇은 책이다.

특히 책에서 이목구비에 대한 이론을 먼저 알려준 뒤,

그에 따라 다양한 유명인들의 관상을 분석하고 있어 참고하기에 좋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현대 유명인들의 실제 성격과 얼굴 분석이 매우 재미있다.

관상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이론일까?

확실한 것은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남는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표정을 습관적으로 지어 온 사람은 긍정적인 표정을 구성하는 얼굴근육들이 발달하고

부정적인 표정을 습관적으로 지어 온 사람은 부정적인 표정을 구성하는 얼굴근육들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보통의 평소의 얼굴을 구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타고난 생김새도 일정한 성격을 구성한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외모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우선 드는데,

사람들이 얼굴을 판단하는 기준과 감각이 모두 제각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상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은 경우)

저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은 결국 일관된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얼굴이라도 그 사람에 대한 정보유무에 따라 정반대의 소감이 나타난다.

이는 인터넷의 관상 관련 댓글을 통해서도 자주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같은 이목구비도 표정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보일 수 있으며,

특정한 이목구비를 가진 이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기 쉬울 가능성도 생각된다.

눈빛을 통해 심리가 드러나기 쉬운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눈이 작아서 타인이 눈빛을 살피기 어려운 사람은 눈이 큰 사람에 비해 속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코가 높은 사람은 비교적 인상이 또렷한 만큼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여

그만큼 자신감이 강한 경향이 나타나기 쉽지 않을까.

이런식으로 생김새가 필연적으로 불러올 만한 성격을 추론해보면

관상이 무조건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말도 완전히 맞지는 않는 것 같다.

누구나 타고난 기질과 운명이 있다는 운명론적 사고에 어느 정도 들어 맞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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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처럼 생각하고 거래하라 - 주식시장의 마법사가 지닌 비밀, 원칙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
마크 미너비니 지음, 송미리 옮김, 김대현 감수 / 이레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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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트레이딩은 머리속에서 추상적인 생각을 꺼내어 현금화하는 행위와도 같이 느껴진다. 떠오른 매수 아이디어에 기반하여 베팅하고 그것이 예상에 맞아 떨어지면 곧 적절한 지점에서 수익화하는 것이다. 냉철한 아이디어가 아닌 헛된 바람으로 베팅하거나 욕심이 지나쳐 매도가 늦는 순간에 손실이 발생한다. 단지 옳은 생각과 절제하는 마음을 완전히 갖추었을 때만 트레이딩은 연금술처럼 돈을 만들어낸다. 결국 트레이딩은 마음과 생각을 얼마나 가다듬느냐의 문제이고, 이러한 태도는 비단 매매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른 판단을 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졌으며, 평정심까지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낸다면, 그는 당연히 시장 밖에서도 같은 사람이다. 생각을 매매를 통해서 실체화하는 하는 만큼, 사고체계와 신념이 평소 굳게 다져져 있을수밖에 없다. 그리고 행동 역시 그 생각들을 따라 올바르게 행해질 수 밖에 없다. 마크 미너비니의 신간 <챔피언처럼 생각하고 거래하라>를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들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되었다.

시장의 마법사들 시리즈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마크 미너비니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자랑하며 투자대회에서 우승한 챔피언이자, 트레이딩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미국의 주식 트레이더이다. 그의 특기는 성장주를 돌파매매로 진입하고 추세추종으로 홀딩하여 한번 방향을 맞추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고야 마는 것이다. <챔피언처럼 생각하고 거래하라>는 앞서 국내에 소개되었던 <초수익 성장주 투자>, <초수익 모멘텀 투자>에 이은 세번째 책으로, 마치 두 책을 합치고 보완한 총집편과도 같은 신간이다.

책을 펼치면 가장 인상적인 것이, 첫장과 마지막 장이 거의 자기계발서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갖고 트레이딩에 임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는 단지 트레이딩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트레이딩은 내밀한 사고체계가 실체화되는 작업이다. 서적 전반에 걸쳐서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 매수 후 계획과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사이사이에 심리와 사고력에 대한 메세지들이 녹아있는 것이 이 책의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보통 심리에 대해 말하는 투자서들이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 끝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 것과 달리, 이 책은 구체적인 매수매도 방법론 속에 심리와 정신력에 대한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크 미너비니는 <초수익 성장주 투자>를 통해 자신의 트레이딩 이론을 구체적으로 펼쳐놓았고, 독자들의 질문을 다양한 눈높이에 걸쳐 수집한 뒤 <초수익 모멘텀 투자>를 통해 아주 상세하게 답변해주었다. <챔피언처럼 생각하고 거래하라>는 좀 더 쉽고 자세한 설명에 더하여 전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도 담았다고 한다. 진입시점과 매도시점에 대해 상세한 팁들을 제시하고 있기에 그의 트레이딩 이론을 흡수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교재이다. 물론 앞서 출간하였던 그의 저서들을 함께 읽으면 이해도가 훨씬 올라갈 것이라 생각이 된다. 특히 <초수익 모멘텀 투자>는 마크 미너비니가 친분이 있는 세 명의 트레이더를 섭외하여 본인까지 4명이 독자들의 질문에 각각 다른 뷰로 답변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고질적인 부분까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컨텐츠이다.

작년에 마크 미너비니의 서적들이 국내에 정식 출판되었으며, 공교롭게도 주도주의 아주 강력한 추세가 이어지는 시장이 연출되었었다. 때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마크 미너비니와 그의 방법론이 화제가 되며 잠시나마 국내에 추세추종 트레이딩 바람이 불었었는데, 사실 추세와 돌파는 엄연히 주가의 한 성질이며 우리는 그것을 깊이 이해하면 이용할 수 있게 될 뿐, 만능기법과 같은 것이 아니다. 혹자들은 매매방법에 대해 혹평하며 자신의 방법이 더 옳다고 말하지만, 주가가 가진 고유한 성질들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고 거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그저 이해하고 이용하는 자가 있고, 이해하지 못하여 이용하지 못하는 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마크 미너비니의 저술은 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인만큼 투자스타일에 관계없이 한번쯤 읽어보고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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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부의 세계사 -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31가지 이야기
한정엽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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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부의 세계사는 곧 달러의 세계사와도 같고, 이는 그 자체로 미국의 역사이다.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식민지 갈라먹기가 시작되었으나, 지남에 따라 패권을 휘어잡은 영국이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새로운 성공을 꿈꾸며 미개척지에 진출한 이들은 초기에는 각자 본국의 정체성을 가졌으며, 특히 영국이 주도권을 잡으면서는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본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식민지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였고, 갈수록 높아지는 세금에 숨막힌 식민지인들에게 이는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다가왔다.

중앙권력이 주는 부조리한 압박은 역설적으로 식민지인들에게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을 일으켰으며, 보스턴 학살 사건과 보스턴 티 파티라는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식민지인들과 영국 정부 간의 심각한 갈등이 물리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이후 분노한 영국정부가 자치가 아닌 직접통치를 하기 위해 군대를 파병하며 압박한 결과는 도리어 민병대와 영국 정부군과의 교전을 불러온다. 치안이 안좋은 신개척지 대륙에 살고있는 주민들 답게 화기소지와 민병대 조직이 이미 일반적이었고 이에 정부군의 물리력에 저항할만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미 영국군이 대륙에서 타국과 전쟁할때 힘을 보태 승리에 기여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물리적 충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확산되는 과정에서 식민지인들 내부에 독립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며 독립전쟁으로 발전한다.

세계최강 영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 필연적으로 전쟁자금이 필요했던 지도부는 콘티넨탈(대륙회의에서 발행한 대륙화폐 정도 의미일듯)이라는 임시화폐를 발행하여 자금을 충당하게 되는데, 이는 점차 무분별한 발행속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일으켰으며 한술 더 떠 영국정부가 위조 콘티넨탈을 만들어 뿌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질적 화폐역할은 금이 대신하였고, 이 콘티넨탈은 극심한 인플레 속에 가치를 잃어 "Not worth a continental"이라는 관용어가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1콘티넨탈 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부정적 표현인데, 콘티넨탈은 대륙이라는 뜻이기도 하기에 미 대륙이 가치가 없다는 넌센스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지폐 앞쪽의 "Mind your own business"는 자신의 일에 전념하라는 문구였으나, 임시화폐 자체가 비아냥의 대상이 되면서 니 일이나 잘하세요 라는 뜻으로 지금까지도 변질되어 쓰인다고 한다.

독립 미합중국이 탄생하게 되었으나, 이 신생국은 근본부터가 중앙권력에 대한 반발에 있었기에 모든 면에서 중앙집권적 권력형성에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탈중앙화 성향은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기에, 안정적인 중앙은행 설립에도 난항을 겪게 된다. 그러나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인물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그 와중에서도 강력한 정부가 엉망이 된 전쟁채무를 해결하며 신뢰를 쌓을 것을 주장하였고, 수많은 반대에도 정치력을 발휘하여 관철시킨 결과, 초대 재무장관에 오르며 미국의 재정적 기반을 닦아나간다. 이후로도 미국은 First Bank와 Second Bank를 설립했음에도 일정기간 운영 후 안정화시키는데 실패하는 등 중앙집권에 대한 반발과 중앙집권에의 필요성으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다가 1907년의 경제위기의 경험이 기반이 되어 비로소 지금의 형태와 같은 연방준비제도가 설치된다. 영국에서 발상한 국부론과 케인즈주의가 각 시기 미국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도 재미있다.

이렇듯 달러의 역사는 곧 미국의 역사이다. 미국의 역사와 그 성향이 달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현대의 부는 결국 달러로 통한다.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달러와 미국의 역사를 핵심만 뽑아내어 경제공부라기보다도 그냥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를 읽으며 세계의 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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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 - 도취, 과열, 파멸로 치닫는 경제위기 100년의 역사와 미래
린다 유 지음, 안세민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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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일은 항상 예기치 못할 때 일어난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역사는 반복된다. 결국 모두가 낙관적인 미래를 예견하며 만족하는 시점에 갑자기 경제가 무너지고, 그로인하여 모두가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시점부터 상황은 급반전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최악의 상황을 예견할때는 정작 최악으로 치닫는 일이 없기 마련이다.

금융시장은 매번 그렇게 반복되어 왔다.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반복에 당하고 또 당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 그 현상들의 역사를 철저히 학습하여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현대의 금융위기를 총정리한 책이다. 상징적인 1929년 대공황을 서두로 하여, 본문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금융위기들을 망라하였다.

1929년의 대공황 이전에 '광란의 1920년대'라고 불리는 엄청난 상승랠리가 있었다. 8년간 다우지수는 6배가 상승하였고, 특히 마지막 2년간 3배가 올랐다고 한다. 최고의 상승장을 통해 거품이 형성되고 거품의 끝에 다다를 수록 그 상승은 더 강해지며, 한순간에 그 모든것이 무너지는 그 현상이 대공황 이후로 수없이 반복되었다. 기본 얼개는 같지만, 각각의 사건들은 때로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모든 부동산 폭락이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같은 대규모 붕괴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또 모든 부동산 폭락이 일본의 사례와 같은 장기 침체를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 디테일들에 주목하여 해법을 모색한다면, 필연적인 사고 끝에도 최악의 결과만큼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라고 했다고 한다.

붕괴 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업들 중 일부는 이후 아마존과 구글 같은 시장 지배자로 등극하기도 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구조에서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 그리고 과점시장이 교대로 나타난다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창조적 파괴라고 지칭하였다. 건강하게 극복한다는 조건 하에 시장의 대규모 붕괴는 창조적으로 기능하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은 이 현상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공부함으로써 조금 더 예리하게 붕괴징후를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또한 붕괴시점에 과감하게 시도한 베팅이 성공한다면 시장의 새로운 영웅이 태어난다. 내가 언젠가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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