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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부의 세계사 -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31가지 이야기
한정엽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현대의 부의 세계사는 곧 달러의 세계사와도 같고, 이는 그 자체로 미국의 역사이다.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식민지 갈라먹기가 시작되었으나, 지남에 따라 패권을 휘어잡은 영국이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새로운 성공을 꿈꾸며 미개척지에 진출한 이들은 초기에는 각자 본국의 정체성을 가졌으며, 특히 영국이 주도권을 잡으면서는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본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식민지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였고, 갈수록 높아지는 세금에 숨막힌 식민지인들에게 이는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다가왔다.
중앙권력이 주는 부조리한 압박은 역설적으로 식민지인들에게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을 일으켰으며, 보스턴 학살 사건과 보스턴 티 파티라는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식민지인들과 영국 정부 간의 심각한 갈등이 물리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이후 분노한 영국정부가 자치가 아닌 직접통치를 하기 위해 군대를 파병하며 압박한 결과는 도리어 민병대와 영국 정부군과의 교전을 불러온다. 치안이 안좋은 신개척지 대륙에 살고있는 주민들 답게 화기소지와 민병대 조직이 이미 일반적이었고 이에 정부군의 물리력에 저항할만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미 영국군이 대륙에서 타국과 전쟁할때 힘을 보태 승리에 기여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물리적 충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확산되는 과정에서 식민지인들 내부에 독립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며 독립전쟁으로 발전한다.
세계최강 영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 필연적으로 전쟁자금이 필요했던 지도부는 콘티넨탈(대륙회의에서 발행한 대륙화폐 정도 의미일듯)이라는 임시화폐를 발행하여 자금을 충당하게 되는데, 이는 점차 무분별한 발행속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일으켰으며 한술 더 떠 영국정부가 위조 콘티넨탈을 만들어 뿌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질적 화폐역할은 금이 대신하였고, 이 콘티넨탈은 극심한 인플레 속에 가치를 잃어 "Not worth a continental"이라는 관용어가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1콘티넨탈 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부정적 표현인데, 콘티넨탈은 대륙이라는 뜻이기도 하기에 미 대륙이 가치가 없다는 넌센스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지폐 앞쪽의 "Mind your own business"는 자신의 일에 전념하라는 문구였으나, 임시화폐 자체가 비아냥의 대상이 되면서 니 일이나 잘하세요 라는 뜻으로 지금까지도 변질되어 쓰인다고 한다.
독립 미합중국이 탄생하게 되었으나, 이 신생국은 근본부터가 중앙권력에 대한 반발에 있었기에 모든 면에서 중앙집권적 권력형성에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탈중앙화 성향은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기에, 안정적인 중앙은행 설립에도 난항을 겪게 된다. 그러나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인물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그 와중에서도 강력한 정부가 엉망이 된 전쟁채무를 해결하며 신뢰를 쌓을 것을 주장하였고, 수많은 반대에도 정치력을 발휘하여 관철시킨 결과, 초대 재무장관에 오르며 미국의 재정적 기반을 닦아나간다. 이후로도 미국은 First Bank와 Second Bank를 설립했음에도 일정기간 운영 후 안정화시키는데 실패하는 등 중앙집권에 대한 반발과 중앙집권에의 필요성으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다가 1907년의 경제위기의 경험이 기반이 되어 비로소 지금의 형태와 같은 연방준비제도가 설치된다. 영국에서 발상한 국부론과 케인즈주의가 각 시기 미국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도 재미있다.
이렇듯 달러의 역사는 곧 미국의 역사이다. 미국의 역사와 그 성향이 달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현대의 부는 결국 달러로 통한다.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달러와 미국의 역사를 핵심만 뽑아내어 경제공부라기보다도 그냥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를 읽으며 세계의 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