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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설계자들 - 트랜스휴머니즘에서 바이오해킹까지, 실리콘밸리 영생 프로젝트를 추적하다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6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불멸을 꿈꿔왔습니다. 신화 속 불로초, 연금술사의 현자의 돌, 왕들의 영생 탐구. 그런데 그 꿈이 언제나 신화나 철학의 영역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 책에서 보여주는 지금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막대한 자본과 AI 기술을 손에 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죽음을 운명이 아니라 수리 가능한 오류로 보고 실제로 그것을 고치려 나선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래리 페이지,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이름들이 장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추적한 그 프로젝트들의 구체적인 면면은, 기사 헤드라인으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아들의 혈장을 수혈받고, 자신의 혈장을 아버지에게 주입한 실험은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이 미친 짓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이것이 사이비 과학의 영역인지 진짜 과학의 최전선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산업의 본질적인 위험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저자는 그 경계를 냉정하게 짚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과 진지한 연구가 뒤섞인 이 산업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또한, 저자가 영생 기술의 이면에 있는 불평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부분도 인상깊었습니다. 부유층은 수천만 원짜리 바이오해킹 서비스를 누립니다. 그리고 그 서비스에 들어가는 혈장을 누가 팝니까? 생계를 위해 혈장을 파는 빈곤층입니다. 영생을 향한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의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비용은 다른 방식으로 다수에게 전가됩니다.
저자의 경고가 무거운 것은, 이것이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장수 연합' 같은 조직이 정치권과 제도권에 침투하며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입니다. 영생은 인류 전체의 미래가 아니라, 자금줄을 쥔 소수의 특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운거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죽음이 사라진다면, 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처음엔 그게 좋을 것 같다가, 점점 불안해지는 상상이 이어졌습니다. 권력이 영원히 교체되지 않는 사회, 새로운 세대가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구조, 불멸의 특권을 가진 자와 여전히 죽어야 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
이 책은 영생의 기술적 가능성에 감탄하게 만드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던져주었습니다. 저역시 불멸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장수 프로젝트를 현장감 있게 그려놓음.
악마 전우치 : 장수 산업의 실제 과학적 가능성과 사이비 과학을 더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