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브랜딩 - 타인의 마음속에 내 브랜드를 심는 법
에가미 다카오 지음, 최지현 옮김 / 김영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자인 에가미 다카오는 일본에서 카피라이터로 출발해 30년 넘게 브랜드 전략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라고 하여 일단 신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할인할 때만 팔리다 사라지는 제품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저자가 내놓는 답은 고객의 마음에 자리 잡는 브랜딩이라고 합니다. 15초짜리 숏폼이 넘쳐나고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 여겨지는 지금 오히려 서두르지 말라고 권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본질에 닿을 수 있다면 비효율도 마다하지 않는 브랜드들의 사례였습니다. 각국 정상의 만찬에 오르는 코코 팜 와이너리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이 일부러 손이 더 많이 가는 방식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그 배경에는 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힘을 발휘하게 하면서도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에콰도르의 다나베 농장은 제초제와 화학비료 없이 숲과 토양을 가꿔 바나나를 키웁니다.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장인을 더 우대하고 공장을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 인간의 존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습니다. 당장의 수익과는 멀어 보이는 선택들이 결국 고객을 팬으로 만든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접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지금까지 브랜드를 너무 겉모습으로만 봐 왔구나"였습니다. 로고가 예쁘고 광고가 인상적이면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시선으로 보면 브랜드는 결국 오랜 시간 일관되게 해 온 선택이 쌓인 결과라는 것이죠. 코코 팜 와이너리나 다나베 농장의 사례에서도 화려한 마케팅보다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 먼저 있었고, 그 답이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찔리기도 했습니다. 숫자와 반응이 바로 눈에 보이는 시대라 저 역시 빠른 결과에 이끌렸습니다. 이 책은 그 조급함이 오히려 브랜드의 힘을 깎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느리게 가라"는 말이 게으르라는 뜻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효율을 잠시 내려놓으라는 뜻으로 읽혀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쌓이고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해도 된다는 격려로 들린다고 할까요.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일을 대하는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알릴까?"보다 "내가 만드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에게 던져 볼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런 브랜딩이 장기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여 준다고 말합니다. 팬이 된 고객은 광고 없이도 브랜드를 다시 찾고 주변에 알리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쌓인 기억은 경쟁사가 쉽게 베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빠른 성과를 요구받는 실무자나 창업자에게는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례의 다수가 규모와 철학을 갖춘 해외 브랜드라서,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자가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독자 스스로 고민해야 할 몫이라 생각됩니다.


<슬로 브랜딩>은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 더 오래"를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속도가 경쟁력이 된 시대에 서두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전략일 수 있음을 사례로 보여 주는 책이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코코 팜 와이너리 등 구체적인 사례로 브랜딩의 본질을 쉽게 이해시켜 줌.

악마 전우치 : 해외의 대표 사례 중심이라 소규모 사업자가 바로 적용할 실천 방법은 독자가 따로 고민해야 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중3 대입 전략 - 고교학점제·생활기록부·통합형 수능 시대
유선화 지음 / 경향BP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고교학점제, 학생부종합전형, 정시 확대 등 입시 환경이 복합적으로 바뀌면서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은 그 막막함에서 출발해, 중3 시기가 단순한 졸업 준비 기간이 아니라 앞으로 3년의 학습 방향과 대입 전략을 정하는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입시를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준비하는 일로만 생각하면 너무 늦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진로와 학습 방향은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빨리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라도 준비를 해야하죠. 저자는 대학 입시가 학업 능력뿐 아니라 전공 적합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관심 분야와 강점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인상깊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고등학교 선택에 대한 조언이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무조건 좋은 선택은 아니며, 학교의 명성보다 아이의 학습 성향과 진로 목표에 맞는지, 그 학교의 학습 환경에서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입시 정보에 휩쓸리기 쉬운 상황에서 균형 잡힌 기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학생부 관리와 과목 선택을 설명하는 부분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교학점제로 학생이 자신만의 과목 이력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에는 진로와 연결된 과목을 전략적으로 고르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해졌습니다. 저자는 이 변화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 기회라고 분석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습니다.


학부모를 향한 조언도 인상 깊었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성적만 강조하면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고,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학습 습관을 만들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입시 전략을 넘어 자녀 교육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복잡한 교육 정책과 입시 제도를 실제 사례와 쉬운 언어로 풀어 주어, 입시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일시적인 변화인지 구분해 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입시 정책은 매년 일부 바뀌기 때문에 세부 전형 정보는 최신 자료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중심으로 입시를 설계하라"는 핵심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유효할 것 같습니다.


학령기 자녀를 두고 고등학교 선택 때문에 고민 중인 학부모님, 고교학점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 성적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아이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대입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책으로 읽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입시 제도의 변화 앞에서 방향을 잡고 싶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천사 전우치 : 입시를 점수 경쟁이 아닌 진로 중심의 설계로 보게 해 주고, 고교 선택과 학부모 역할까지 현실적으로 짚어 주는 책

악마 전우치 : 입시 정책이 매년 조금씩 바뀌기에 세부 전형 정보는 최신 자료를 따로 확인해야 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시추에이티드 - 의지, 노력, 끈기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사람과 장소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1월
평점 :
예약주문


<비즈니스 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릿>이 "끝까지 해내는 힘"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신작인 <시추에이티드>에서는 "그 힘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가"를 이야기합니다. 가제본에는 1부 4장까지만 실려 있었지만, 저자가 이번 책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실패할 때마다 "내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눈앞에 놓인 물건의 배치, 공간의 구조, 곁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 소속된 공동체의 문화가 우리의 선택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심리학 연구와 사례를 따라 읽다 보니 어느새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질문이 "내 환경은 지금 나를 돕고 있을까?"로 점차 바뀌어 갔습니다. 이 질문의 전환이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

가장 좋았던 점은 노력을 깎아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자기계발서는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쪽으로 기울거나,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더크워스는 두 관점을 절묘하게 섞어놓았습니다. 노력과 끈기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잘못된 환경에서의 노력은 쉽게 소진되기 때문에, 진짜 성공은 노력의 방향을 받쳐 줄 상황을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그릿>을 이미 읽은 독자에게도 꽤 신선한 관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왜 <그릿> 이후 10년, 마침내 완성된 성공의 절대 공식이라고 홍보하는 지 알 수 있었던 지점이었습니다.

​

서술 방식도 읽기 편했습니다. 학자의 책이지만 어려운 용어 없이 저자의 경험과 유명 인물의 사례, 심리학 실험을 적절히 섞어 설명해 주어 술술 읽혔습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이 단순히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의 결과만 보지만, 그들이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고 어떤 공간에서 일했는지는 놓치기 쉽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

무엇보다 읽고 나서 죄책감이 줄어든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읽고 나면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라는 무력감을 남기는 반면, 이 책은 개인을 탓하기보다 환경을 점검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인간관계나 업무 환경, 생활 공간을 바꿔 볼 수 있겠다는 현실적인 희망도 생겼습니다.

​

가제본에는 1부 4장까지만 수록되어 있어, 책에서 말하는 상황의 네 가지 축이 어떻게 확장되는지와 후반부에 어떤 실천 전략이 제시될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정식 출간본에서 얼마나 담길지 기대하며 기다리려 합니다.

​

<그릿>을 인상 깊게 읽으신 분, 반복되는 실패를 자신의 의지 탓으로만 돌려 오신 분, 습관이나 공부, 일의 성과를 환경의 관점에서 다시 보고 싶으신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자기계발서에 조금 지쳐 있던 분이라면 오히려 더 반갑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시추에이티드>는 "더 열심히 하라"는 말 대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라"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그릿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그 한계를 보완하는 성숙한 통찰이 담겨 있어, 정식 출간본이 더욱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양자물리 좋아하세요? - 평범한 아침에 만나는 열한 번의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12
채드 오젤 지음, 하인해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양자물리라는 말만 들어도 어깨가 굳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입자가속기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올라서, 이 책 제목을 보고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곤란한데" 싶었습니다. 그런데 원제가<Breakfast with Einstein>, 아인슈타인과 아침 식사라는 걸 알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왜 원제대로 하지 않았을까요? 출판사의 이유가 있겠죠. 무튼 실험실이 아니라 눈 뜨고 출근 준비를 하기까지의 아침 풍경으로 양자역학을 풀어나가는 책이었습니다.

실제로 책은 일출에서 시작합니다. 태양이 왜 빛나는지를 설명하려고 기본 입자와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이 나오고, 아침을 차리는 장면에서는 전기레인지가 붉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플랑크의 양자 가설로 이어집니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광전효과와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불러오고, 시간을 확인하는 대목에서는 원자시계가 나옵니다. 읽다 보니 알람시계, 와이파이, 전등, 냉장고 자석까지 전부 같은 이론에 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양자물리가 어디 먼 연구실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내 손안과 부엌에서 매일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책의 가장 큰 놀라움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책에서도 역시나 저자의 이야기 방식이 좋았습니다. 개념을 차례로 늘어놓는 교과서식이 아니라 하루의 흐름을 따라가니, 설명이 길어져도 지루하지 않았습다. 아침 장면이 바뀔 때마다 다음 개념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와서,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덜 들었습니다.

과학사를 함께 들려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러더퍼드 같은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데, 각자 어떤 문제를 붙들고 고민했고 그 끝에 무엇을 발견했는지가 이야기처럼 이어져서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이 암기과목이었던 기억이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은 이런 부분이 참 반가웠습니다.

반도체, 레이저, 광섬유 통신, 디지털 카메라, 원자시계, 양자암호가 모두 양자역학 위에 서 있다는 설명을 읽으니 괜히 숙연해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늘 쓰는 물건들이 누군가의 오랜 발견에서 나왔다는 걸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과학에 대한 저의 태도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으로 양자역학을 깊이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깊이 공부하려고 책을 읽지는 않으니까요. 수학적 증명이나 복잡한 공식은 거의 없고, 개념을 이해하고 흥미를 붙이는 데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기초 개념서가 그렇듯이요. 실제 전공자라면 싱겁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책은 대중서니까요. 저처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문턱이 낮은 게 좋죠. 어려운 걸 쉽게 말해 주는 것이 대중과학서의 일이라면 그 일을 제대로 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아침에 알람이 울리거나 전등을 켤 때,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잠깐 멈칫하는 순간들이 생겨났습니다. 별것 아니던 물건들에 여러 과학자의 발견이 들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이는 점들이 생겼달까요. 양자역학이 궁금하지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던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천사 전우치 : 하루 아침의 흐름을 따라 개념이 이어져 읽기 쉽고, 과학자들의 발견 과정까지 함께 보여 줘서 이해가 입체적임.

악마 전우치 : 수식과 깊은 설명은 거의 없어서, 양자역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독자에게는 싱거울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리더 수업 -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시스템 설계자의 탄생
윤주용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솔직히 또 하나의 AI 책이 아닐까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AI가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지, 어떤 프롬프트를 써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곤 하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보고서도 쓰고 데이터도 분석하는 AI가 있는 시대에, 사람 리더는 무엇으로 가치를 증명하느냐는 것이죠.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리더는 사람을 관리하는 자리에서 팀이 돌아가는 구조를 설계하는 자리로 옮겨 가야 한다고 말이죠.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리더십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리더들을 만나 온 사람답게, 조직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문제를 꺼내 놓고 시작합니다. 규칙을 어기는 팀원,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 구성원, 무임승차하는 사람 같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겪은 팀의 얼굴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문제를 사람의 능력이나 태도 탓으로 돌리지 않고, 구조가 없어서 생기는 일로 봤습니다. 좋은 팀은 잘하는 사람을 모아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성과가 날 수밖에 없는 틀을 짜 줄 때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팀에서 문제가 생기면 먼저 사람을 의심하던 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책의 핵심은 열심히 관리하지 말고 똑똑하게 설계하라는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전 리더가 지시하고 감독하는 사람이었다면, AI 시대에는 단순한 관리 업무가 상당 부분 자동화됩니다. 그러니 리더에게 남는 일은 사람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저자는 그 바탕으로 팀 구성(Composition), 맥락(Context), 목적(Purpose)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최고의 인재를 찾기보다 어울리는 조합을 짜고,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맥락을 알려 주고, 모두가 공감할 목적을 나누라는 것이죠. 말로 들으면 당연해 보이는데, 제가 있는 팀에 대입해 보면 셋 중 하나는 비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동안 이 부분이 제일 뜨끔했던 지점이었습니다.

이 책이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규율, 실행 계획, 팀 성숙도 진단처럼 현장에서 바로 써 볼 수 있는 도구가 함께 들어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과가 안 나면 특정 사람을 탓하거나 강한 리더를 기다리는 조직이 많은데, 저자는 규칙과 프로세스와 역할이 흐릿한 조직일수록 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AI를 위협으로만 보지 않는 시선도 믿음이 갔습니다. 일자리를 빼앗길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요즘, 저자는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사람 리더가 더 중요해진다고 말합니다. AI는 분석하고 계산하지만, 조직이 어디로 갈지 정하고 사람들이 움직일 이유를 만들고 일에 의미를 붙이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죠. 막연한 불안을 부추기는 대신 내가 무엇을 길러야 하는지를 짚어 주는 쪽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생성형 AI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최신 모델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기대하고 펼치면 허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읽고 나니 이건 결함이라기보다 선택에 가깝다고 느껴지긴 했지만요. 도구 쓰는 법은 몇 달이면 바뀌지만 사람과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은 훨씬 오래 가니, 책도 쉽게 낡지 않는 쪽에 걸었다고 생각됩니다.

팀장이나 임원은 물론이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실무자, 창업가, 조직 운영에 관심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성과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일할 판을 어떻게 짜 주느냐가 리더의 일이라는 말이 책을 덮고도 오래 남았습니다.


천사 전우치 : 규율·실행 계획·팀 성숙도 진단처럼 바로 써 볼 도구가 있고, 조직 문제를 사람 탓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풀어 줌.

악마 전우치 : AI 기술 자체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어서, 기술 동향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맞지 않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