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의 힘 -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라 후앙 지음,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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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제가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A안을 지지했습니다. 시장 조사도, 재무 분석도, 동료들의 의견도 모두 A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안에서는 계속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감각. 하지만 저는 그 느낌을 무시했습니다. "데이터를 믿어야지, 느낌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잖아."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저는 그때 제 직감을 믿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때로는 데이터가 더 옳을 때가 있지만요.

저자 로라 후앙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그녀는 수년간 성공한 기업가들과 리더들을 연구하며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데이터와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직감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맹목적인 감각이 아니었습니다. 경험과 학습으로 다듬어진, 훈련된 감각이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감각에 대한 재정의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촉'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감정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으며,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정반대로 말합니다. 촉은 무의식적 데이터 처리의 결과라고. 우리 뇌는 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계속 받아들입니다. 표정, 목소리 톤, 분위기, 타이밍, 미묘한 신호들. 이 모든 것을 뇌는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촉'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합니다.

책에 나온 한 기업가의 사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신규 파트너와 계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모든 조건은 완벽했습니다. 재무적으로 매력적이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과 회의를 할 때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은 완벽했지만, 눈빛이 진지하지 않았습니다. 웃음이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는 느낌에 따라 계약을 보류했고, 얼마 후 그 파트너가 다른 회사와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뇌는 의식보다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했던 것입니다.

저자는 직감과 직관을 구분합니다. 직감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입니다. 갑자기 "이게 답이다" 혹은 "이건 위험하다"는 감각이 옵니다. 하지만 직관은 다릅니다. 직감을 검증하고 정제하는 과정입니다. 데이터로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성공하는 리더들은 직감을 출발점으로 삼되, 맹신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제 실수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서 저는 제 촉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느낌은 비과학적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데이터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느낌만 맹신했어도 위험했을 것입니다. 필요한 것은 균형이었습니다. 이 느낌을 인정하고, 그것을 시작점으로 삼아, 더 깊이 파고들었어야 했습니다.

책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촉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분석할 시간은 없습니다. 빠른 결정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촉이 빛을 발합니다. 촉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고, 핵심을 포착하며, 빠른 행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감각의 한계도 인정합니다. 바로 편향성입니다. 과거의 나쁜 경험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선입견이 직감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각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세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에서 배우세요. 다른 사람의 관점을 경청하세요. 자신의 직감을 기록하고 돌아보세요."

책을 읽고 나서 저는 달라졌습니다. 이제 저는 제 직감을 존중합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멈춥니다. "왜 이런 느낌이 들까?" 질문합니다. 그리고 검증합니다. 데이터를 다시 봅니다. 동료들과 이야기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봅니다. 촉을 시작점으로 삼되, 맹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책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직감이 실패로 이어진 사례, 또는 너무 의존해서 문제가 생긴 경우에 대한 분석이 부족합니다. 성공 사례 중심이다 보니, 독자가 쎄한 느낌이나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을 과신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감각의 한계와 위험성에 대한 더 심층적인 논의가 있었다면 균형이 잡혔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저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촉'은 타고나는 신비로운 능력이 아닙니다.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데이터와 직감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감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천사 전우치 : 직감을 과학적·실용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줌.

악마 전우치 : 직감의 한계와 실패 사례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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