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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26 세계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12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026 세계대전망>을 펼쳤을 때, 저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재선, 끝나지 않는 전쟁들, 치솟는 물가, 흔들리는 세계 질서. 뉴스를 볼 때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2026년은 과연 어떤 해가 될까요?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The World Ahead' 시리즈는 매년 연말 전 세계 25개 언어로 동시 출간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시리즈는 미래 예측과 트렌드 분석에 있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인데, 과연 1년 뒤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냉정함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희망적인 전망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2026년은 21세기 들어 전쟁 사망자가 최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의 내전은 장기화되고, 러시아와 중국은 북유럽과 남중국해에서 서방의 방어 의지를 계속 시험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일시적 휴전 상태를 유지하지만, 내부 갈등으로 결속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였습니다.
경제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새로운 무역 협정 경쟁을 촉발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2026년 선진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주요 경제국 중 한 곳에서 재정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를 지목했지만,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728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 이 모든 것이 불안 요소입니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비관론만 늘어놓지 않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붐, 재생에너지 확대, 새로운 기술 혁신의 가능성도 함께 제시합니다. 다만 AI 과잉 투자가 금융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고, AI 발전이 고학력 일자리 감소와 '경력 사다리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양면성도 지적합니다. 모든 변화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한국 뉴스만 보다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중동의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책이 다루는 범위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각 주제에 대한 깊이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간략한 설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서양, 특히 미국과 유럽 중심의 시각이 강합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적고,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도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요 트렌드와 리스크 요인을 파악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세계 각 분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균형 잡힌 미래 전망을 제공한다.
악마 전우치 : 전망이 광범위해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 대한 심층 분석은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