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필독서 15 - 프리드먼부터 버냉키까지 노벨경제학상 명저를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34
홍기훈.김동호 지음 / 센시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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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밀턴 프리드먼부터 벤 버냉키에 이르기까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거두 15인의 대중서를 한 권으로 엮어내었습니다. 센시오라는 출판사에서 잘하는 일이죠. 바로 본 책을 읽기 전 가이드와 같은 일을 해줍니다. 복잡한 수식과 아득한 이론의 숲에 가침 없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는 기획 의도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죠.

책을 읽으면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대목은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사상을 다룬 '좁은 회랑'에 관한 해설이었습니다. 국가의 공권력과 사회의 자율적 감시 역량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자유가 꽃핀다는 개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와 국가 권력의 비대화 현상을 바라보는 데 좋은 틀을 제공해 줄 것 같았습니다. 국가가 너무 강해지면 독재라는 폭군으로 변하고, 반대로 사회의 힘만 과도하거나 국가가 제 기능을 못 하면 무질서라는 위험이 도사린다고 합니다. 그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점이 이루어지는 '좁은 회랑' 속에 있을 때만 시민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분석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비롯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처한 위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할까요. 이 권력과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며 좁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까다롭고 위태로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운 지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다이제스트 형식 도서가 지닌 한계는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한 거장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담론을 단 몇 십 쪽의 분량으로 압축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론이 도출되기까지의 치열했던 논증 과정이나 구체적인 데이터, 그리고 반대 학파와의 세밀한 설전 등은 상당 부분 생략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상을 다룬 입문서의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는 있지만, 특정 주제나 이론을 깊이 있게 파고들고자 하는 분이라면 감질나는 수박 겉핥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대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 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읽는 책이니까요.

이 책의 가치는 완결된 지식을 제공하는 종착지가 아니라, 더 깊은 탐구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이정표에 있습니다. 15명의 학자가 던진 질문의 뼈대를 파악한 뒤,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원전을 직접 찾아 읽게 만드는 마중물로서의 역할이죠. 저도 이 책을 통해서 읽고 싶은 책들이 몇 권 더 생겼습니다.


천사 전우치 : 거대한 경제사상의 흐름과 핵심 개념을 짧은 시간 안에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악마 전우치 : 다이제스트 형식 도서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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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갤브레이스 돈을 말하다 - 화폐의 탄생부터 금융 위기까지 돈에 관한 모든 역사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강국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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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돈이라는 존재가 삶의 뼈대를 이루고 있음에도, 도대체 돈이란 무엇인지 정말 깊게 고민해 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마침 '돈의 역사'를 통째로 다룬 고전이라는 말에 이 끌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존 갤브레이스 돈을 말하다>를 펼쳐 들었습니다. 솔직히 궁금하면서도 딱딱한 통화량 수식이나 경제학 이론만 나열되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솔직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자마자 마주한 글들은 의외로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냉철하게 파헤치는 한 편의 거대한 역사극에 가까웠습니다.

저자인 갤브레이스는 화폐의 발생부터 은행 제도의 탄생,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대공황에 이르기까지 돈을 둘러싼 거친 궤적을 훑어 내려갑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화폐는 결코 순수하거나 중립적인 제도가 아니었습다. 특정 세력의 권력관계와 정치적 타협, 그리고 인간의 헛된 탐욕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지극히 인간적인 산물이었죠. 화폐가 신용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나가고,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있는 것처럼 믿으며 버블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씁쓸하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금융 역사 속에서 똑같은 실패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백 년 전의 광기와 파산 구조가 이름만 바뀐 채 현대에도 그대로 재현된다는 사실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늘 자신이 사는 시대는 과거와 다르며, 이번만큼은 새로운 금융 기법으로 리스크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착각의 끝은 언제나 참혹한 경색과 공황으로 이어졌죠.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돈(화폐)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지금의 우리 삶과도 아주 가깝게 닿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몇 년 전 전 세계를 흔들었던 가상자산 열풍이나 부동산 과열,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진 고금리와 자산 가치 변동을 바라보면 갤브레이스가 지적한 '기억상실증'이 떠오릅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규제안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 자금 유출로 순식간에 파산한 사건은 여전히 시스템과 인간의 신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의 교훈을 까맣게 잊고 새로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는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죠.

물론 책을 읽는 내내 온전히 공감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1975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책이라는 점에서 오는 시대적 간극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막 무너진 시점에 쓰여졌다 보니, 이후 궤도에 오른 변동환율제나 파생상품의 기하급수적 팽창, 그리고 오늘날의 디지털 화폐 같은 현대적인 금융 지형은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갤브레이스 특유의 신랄한 제도 비판적 시각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보니, 주류 경제학이나 시장 고유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 대해서는 다소 박하게 평가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고 돈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지갑 속 지폐나 계좌의 숫자들이 수많은 사람이 주고받은 신뢰와 권력, 그리고 수시로 흔들리는 불완전한 합의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난 경제 지식을 얻었다기보다는, 돈이라는 거대한 신화 앞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사 전우치 : 화폐의 역사를 인간의 탐욕과 권력 구조라는 맥락에서 위트 있게 풀어내어 깊은 통찰을 준다

악마 전우치 : 원저의 출간 시기상 현대의 복잡한 금융 시스템을 담아내지 못하고 특정 관점에 다소 치우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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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드림 - 머스크와 베이조스, 우주 패권을 놓고 벌이는 1조 달러 기업들의 전쟁
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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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막연히 낭만적인 도전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인류의 꿈, 화성으로 가는 여정, 새로운 프런티어의 개척. 그런데 크리스천 데이븐포트의 <로켓 드림>을 읽으면서 그 장면 뒤에 숨어 있는 훨씬 차갑고 냉정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우주는 더 이상 탐사의 대상이 아니라,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자 국가 안보의 전장이었습니다.

이 책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의 10년을 세 부분으로 나눠 다룹니다. 1부는 우주가 국가적 사안으로 떠오르며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이 전초전을 벌이는 시기, 2부는 스타맨 발사와 민간 최초 유인 우주 비행 성공,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기술적 도약의 시기, 3부는 달 착륙선 수주를 둘러싼 정면충돌과 중국의 달 기지 건설 계획에 따른 미·중 패권 경쟁의 시기입니다.

이 흐름을 따라가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의 경쟁을 두 천재 CEO의 자존심 싸움 정도로 여겨왔던 제 얄팍한 생각이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우주 산업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저자가 100여 명을 인터뷰하며 밀착 취재한 내용들은, 이것이 그냥 라이벌전이 아니라 거대 자본과 국가 권력이 얽힌 복잡한 게임이라는 것을 하나씩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우주가 어떻게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같은 미래 인프라의 집약지로 변모하고 있는가입니다. 처음 이 문장을 마주했을 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우주와 인프라라는 두 단어가 쉽게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 연결이 점차 다가왔습니다. 위성 통신망, 우주 기반 데이터 처리, 자원 확보를 위한 달 선점 경쟁. 우주가 낭만적 탐험의 대상에서 벗어나 냉정한 시장 논리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숫자와 실제 정부 사업 수주전의 사례로 증명해 보여줍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며 우주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책의 3부에서 다뤄지는 미·중 간 달 선점 경쟁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개별 기업의 성공담에서 국제 정치의 새로운 전장으로 확장시켜 보여줍니다. 중국의 달 기지 건설 계획이 지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목을 읽으면서, 우주개발이 더 이상 미국 기업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차세대 자원 확보 전쟁이 인류의 미래와 부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묻는 저자의 질문은, 기술 경쟁의 이야기를 국가 안보와 지정학까지 범위를 넓힙니다. 피바디상 수상 경력과 세 차례의 퓰리처상 최종 후보 이력이 보여주듯, 저자의 저널리즘적 밀착 취재가 돋보였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로켓 발사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그 뒤에 어떤 정부 사업 수주전이 있었는지, 어떤 정치적 공작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미·중 패권 경쟁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주 산업의 최근 지형을 알고 싶은 독자, 자본과 국가 안보가 결합한 신산업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이 우주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천사 전우치 : 우주개발을 낭만이 아닌 냉정한 경제·안보 논리로 읽어냄.

악마 전우치 : 우주 산업이나 스페이스X·블루 오리진에 대한 기초 배경지식이 없는 분이라면 초반 인물 관계와 사건 흐름을 따라가기가 다소 버거울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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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는 뇌 -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법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류두진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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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재테크 서적 코너를 지날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 똑같이 월급을 받고 똑같이 재테크 책을 읽는데, 어떤 사람은 빠르게 자산을 늘려가고 어떤 사람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할까? 단순히 타고난 운이나 종잣돈의 차이 때문일까. 분명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개인이 시스템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답을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문제는 테크닉이나 종잣돈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내 자원을 배분하는 뇌의 스위치가 어디로 켜져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쓰는 사고방식을 크게 소비 뇌와 투자 뇌로 나눕니다. 소비 뇌를 가진 사람은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고 즉각적인 대가를 얻는 선형적 보상에 만족합니다. 한 달 일해서 받는 월급, 시간을 때우며 누리는 눈앞의 즐거움에 익숙한 삶입니다. 반면 투자 뇌를 가진 사람은 시간과 돈, 에너지라는 자원을 투입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복리적 사고를 합니다. 복리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주식 차트를 읽거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내가 지불하는 비용 대비 어떤 투자 보상(ROI)을 얻을 수 있을지 스스로 묻는 프레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구분을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무 질문 없이 그냥 흘려보냈는지가 보이면서 후회도 되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저자는 노동 시간을 단순히 돈과 바꿀 생각을 멈추라고 단언합니다. 영상 편집을 배우기 위해 수백만 원짜리 학원에 다니는 대신, 무료 플랫폼과 독학으로 빠르게 실행하며 성과를 내는 유튜버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핵심은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실행하고 빠르게 실패를 겪으며 경험 자산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10번 시도해서 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으로 궤도에 오르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실패를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투자가의 담대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위와 같은 통찰만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찜찜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투자가 리터러시와 극단적인 효율성은 때로 삶을 지나치게 건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관계와 배움, 심지어 휴식까지도 투자 보상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다 보면, 목적 없이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인간적 유대감이 설 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죠. 효율만 좇다 목적을 잃어버리는 본말전도의 위험성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일한 시간만큼만 돈을 버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와 같은 분들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동안 시간을 단순히 소비하거나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결국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통장에 쌓인 숫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배속으로 높일 수 있는 두뇌 자산과 경험 자산을 꾸준히 구축해 나가는 데 있습니다. 내가 오늘 보낸 시간과 쓴 돈이 단순한 소모였는지, 아니면 내일을 위한 투자였는지를 묻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천사 전우치 : 삶의 자원 배분 방식을 직관적인 뇌과학과 행동 패턴의 차이로 풀어내어 즉각적인 실행력을 자극함.

악마 전우치 : 지나치게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자산을 정의하여, 삶의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가치를 소홀히 다루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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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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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교육학자이자 교육 혁신가인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의 책 <가짜 공부의 종말>을 집어 들었을 때,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제목에 끌려 집어들긴 했지만 '또 흔한 교육 개혁론이나 표준화된 학교 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는 거 아냐' 하는 지레짐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은 묵직하게 가슴을 찔렀댔습니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이 '배우는 방법'을 익히길 바라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학교라는 시스템의 규칙'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걸까요?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메타포는 매우 명쾌합니다. 저자는 지금의 교육 현장이 진짜 배움(Learning)이 아닌 '학교 게임(Game of School)'을 수행하는 장으로 변질되었다고 말합니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고, 교사의 눈밖에 나지 않으며, 좋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요령을 익히는 것이 과연 진짜 공부일까 반문합니다. 책은 나이와 학년별로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나누고,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만을 주입하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 같은 학교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그리고 진짜 배움은 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실패를 무릅쓰며,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일어난다고 말하죠.

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이 머물렀던 지점은 '혼란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대목이었습니다. 기존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정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거나 오답을 적어내는 상황을 '부족함'이나 '수치'로 간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배움의 과정에서 느끼는 적당한 막막함과 착오야말로 뇌를 자극하고 호기심을 폭발시키는 진짜 동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답만 정갈하게 정리된 요약본을 외우는 것은 공부의 시늉일 뿐,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막히는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과정이야말로 가짜 공부를 털어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죠.

이러한 지적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과도 직결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천억 원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보다 잘 정제된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죠. '학교 게임'을 넘어 '사교육 게임'에까지 매몰되어 버린 셈입니다. 결국 높은 성적을 받아 대학에 진학해서도 막상 자율적인 연구나 과제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이 책이 말하는 '가짜 공부'의 결과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물론 AI 에게 물어서 답을 찾을 수는 있겠으나, 오히려 성적이나 두뇌 활용도는 떨어지는 결과는 결코 이렇게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모습의 방증입니다.

물론 저자의 모든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현행 학교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하며 제시하는 주도적 프로젝트 학습이나 비표준화된 대안적 교육 모델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자원과 부모의 관여, 혹은 경제적 여유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이가 스스로 탐구 과제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기초적인 학력 기준이나 기본적인 지식의 뼈대를 쌓아야 하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반복과 틀이 필요한데, 책에서는 대안적 접근의 이점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느라 기존 제도권 교육이 가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다소 저평가한 감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타성에 젖어 있던 저의 교육관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그동안 '성실한 공부'라고 믿었던 것들의 상당수가 어쩌면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동적인 수행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진정한 공부란 남이 정해준 트랙을 완주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질문을 따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일이어야 하죠. 책을 덮고 난 뒤, 결과를 내는 것에 급급해 질문하기를 멈췄던 저 자신의 일상부터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기존 교육 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적 통찰을 보여줌.

악마 전우치 : 모든 학습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대안적 모델의 현실적 장벽과 구체성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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