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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이끄는 조직에 대한 얇은 책 - 조직에서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 ㅣ CEO의 서재 46
찰스 펠트먼 지음, 김가원 옮김 / 센시오 / 2026년 2월
평점 :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찰스 펠트먼의 책은 제목 그대로 정말 얇았습니다. 한두 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왜 이제야 읽었나 싶을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oo다." 성과? 전략? 시스템?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뢰가 없으면 다 무용지물이라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신뢰 없는 조직에서 일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상사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모든 걸 이메일로 남겼고, 동료를 믿을 수 없으니 혼자 일했고, 회사를 믿을 수 없으니 언제든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결과는요? 혁신 제로, 협력 제로, 성과 제로. 모두가 방어적 태도로 일했습니다. 실수하면 안 되니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았고, 책임 떠넘기기 바쁘고, 회의 때마다 침묵만 흘렀습니다. 누가 먼저 말하면 총 맞는 조직이었으니까요.
반대의 조직도 경험했습니다. 완전히 달랐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으니 과감하게 도전했고, 서로 돕는 게 자연스러웠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같은 사람인데 환경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더라고요.
저자는 신뢰를 네 가지 요소로 나눕니다. 이게 정말 핵심입니다.
1. 배려 - 나를 생각해주는가
이게 중요합니다. 상사가 능력이 있어도 나를 소모품으로 본다면? 신뢰 못 합니다. 반대로 내 성장과 안녕을 진심으로 고려한다면? 그 사람을 따르게 됩니다.
2. 진정성 -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다음 주까지 검토해서 알려줄게." 그리고 감감무소식.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해본 적 있으신가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간단한 원리입니다.
3. 약속 이행 - 약속을 지키는가
"이번 달 안에 승진 검토할게." 그리고 6개월이 지나도 소식 없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사람 말은 더 이상 안 믿게 됩니다.
4. 역량 - 제대로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능력이 없으면 신뢰할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계속 실패하면? 다음부턴 안 맡기게 됩니다. 신뢰는 능력 위에 세워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나는 팀원들에게 어떤 직원일까? 네 가지 기준에 비춰보니 부끄러웠습니다. 저자는 실용적인 조언도 많이 줍니다. 예를 들어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리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금요일까지 보고서 드리기로 했는데,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월요일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금요일에 간단한 요약본이라도 먼저 드릴까요?" 이렇게 하면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약속을 못 지키는 것보다, 약속을 못 지키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더 나쁩니다.
신뢰가 깨졌을 때 회복하는 방법도 나옵니다. 이 부분도 실용적이었습니다. 변명하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고, 어떻게 바로잡을 건지 말하라고 합니다. 간단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이죠.
책은 정말 얇습니다. 200페이지도 안 됩니다. 처음에는 "이 짧은 책으로 뭘 배우겠어?" 싶었습니다. 근데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요즘 비즈니스 책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300페이지로 늘려놓는 경우가 많잖아요. 읽다 보면 "이거 50페이지로 정리되는 거 아니야?" 싶을 때 많습니다. 근데 이 책은 달랐습니다. 핵심만 딱딱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너무 짧아서 구체적인 사례나 장기 연구 결과가 부족합니다. "실제로 이 방법을 적용한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10년 후 결과는?" 이런 게 궁금했는데 책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특히 리더라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리더는 결국 실패합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원 입장에서도 유익합니다. "왜 저 상사는 신뢰가 안 가지?" 막연하게 느꼈던 걸 네 가지 기준으로 명확히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사람인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조직 생활하는 모든 분께 추천합니다. 리더든 팀원이든,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상관없습니다. 신뢰는 모든 조직의 기본이니까요. 한두 시간이면 읽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을 분량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당신의 조직 생활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얇지만 강력한 책. 짧지만 깊은 통찰. 바쁜 직장인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천사 전우치 : 당장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 바쁜 직장인도 쉽게 읽고 적용할 수 있다.
악마 전우치 : 분량이 짧아 심화된 사례 연구나 장기적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며, 더 깊이 배우고 싶은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