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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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재미가 빠질 수 있을까.

공부나 학습과 같은 이른바 계발이라는 목적의 책읽기는 한계가 있다.

분명 이 책은 자기계발 책은 아니다. 마치 사회과학 논문을 읽는듯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이 정도 책을 읽는데는 1~2주가 걸린다.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날때마다 읽기 때문인데, 이번 출장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 계속 읽었던 점도 있지만 그만큼 이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왠만한 소설보다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은 저자의 글쓰기 실력에 따른 읽히는 능력도 필요하겠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겠다. 또한 독자의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책이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가지고 있던 준거의 틀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려는 '탤랜트 코드'라는 책도 곧 도착한다. 인간의 능력에 대한 내용인데 이 책만큼 좋은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같은 부류의 책으로 '생각의 탄생'을 읽었었다. 이런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가!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과 다를바가 무엇일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인생이겠지만, 좀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주어진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공학적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1만시간에 근접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문제해결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선 팀원들을 그러한 경지로 이끌수 있는 능력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밀도가 높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의 시간을 늘려야겠다.

 

글쓰기도 좀 더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는데, 반성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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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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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다 눈이 먼저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이 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또다른 책인 블링크를 읽었다. 아웃라이어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아웃라이어를 잘 읽었기에 이 책을 다시 선택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아주 잠시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책 구매를 결심했다. 도서관에 빌려서 읽고 말기에는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 놔 두고 다시 읽거나 가족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결정을 한 시간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초였다. 즉, 잠깐의 생각 혹은 느낌으로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선 눈치와 비슷하고 어떤 면에선 감정력과 비슷한 블링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다 이러한 판단을 할 것이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선 좀 더 깊은 수준의 감별력을 가질 것이다. 연습을 하다보면 먼저 눈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고, 더 깊은 연습으로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1만시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까.

 

얇게 조각내어 분석하기. 판단을 할때 먼저 이러한 얇게 조각내어 판단을 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조각내어 분석한 후에는 사람은 패턴화를 하고 통합화를 거칠 것이다. 조각내어 분석한 후에 패턴을 빨리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통로이다.

 

컴퓨터가 체스에서는 인간을 이기는데, 바둑에서는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 체스는 8*8의 칸에서 벌어지고, 바둑은 19*19내에서 벌어지기에 처리해야할 정보량에서 차이가 나기때문일까? 그 정도 정보량은 현재 컴퓨터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 인간은 저러한 수치의 정보량에 의존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전체 형태를 보고 패턴을 인식하고 가능한 수를 도출해 낸다. 바둑이나 체스나 실력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방법으로 문제풀이가 있다. 각 묘수풀이 문제를 풀면서 그 형태가 의미하는 바를 인식하는 연습을 하게된다. 이것이 인간이 두는 방식이다. 체스 대가 카파블랑카는 엔드게임에서 어떤 수를 둬야하는지 계산하지 않고, 어떤 곳에 기물이 위치해야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 위치로 가기위한 수를 계산하였다. 하지만, 컴퓨터는 반대로 각 가능한 경우의 수를 일일이 계산해 낸다. 체스에서는 그러한 계산이 충분히 통하나 바둑에서는 적당한 계산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한조건의 입력이 적절치 못하였으리라. 그 제한조건이란 무엇인가. 결국 인간의 패턴에 기초한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서점에서 시집을 고를때 표제시 등의 한두 시를 슬쩍 읽은 후에 더 읽을지 구매할지 결정한다. 한 문단을 넘기지도 않고 한두 줄을 읽고 결정하거나 아예 전체 시의 글자 배치형태를 보고 느낌을 받곤한다. 가끔씩 그러한 방법으로 인해 놓치는 좋은 시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왜 그 시가 좋은지 생각하기에 앞서 한두 줄을 읽다보면 어떤 느낌이 온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많은 논문들을 보면서 대개 초록 혹은 제목을 보고 더 읽을지 말지 결정하곤 한다. 데이터 그림을 보게 만드는 것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더 깊게 가면 데이터 그림을 보고 논문 구절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은 내가 그동안 읽은 과학 논문의 갯수가 너무 적고 그 폭에 너무 좁다는 것이다. 단순히 좁은 분야에서 그런저런 논문을 쓰기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수준의 논문을 읽고 고민을 했어야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좋은 책이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더 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저자의 책이 몇년후 또 나오면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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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창비시선 286
문인수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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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시인의 기대가 되던 시집을 늦게나마 읽었다.

전체적인 리듬이 사뭇 새롭다고 해야하나 흐느적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전체적으로 시가 너무 좋다.

연과 행의 구분도 예상치 못하게 가기도 하고 구절의 반복도 느낫없이 나타나기도 하고....

 

좋은 시들이 너무 많았다.

개인적으로 벽화, 대숲, 흉가, 식당의자, 바다 이홉, 배꼽, 유원지의 밤, 낡은 피아노의 봄밤 등이 좋았다.

 

문인수시인의 다음 시집은 더 좋을 것 같다.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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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심리학 -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는가?
폴 에크먼 지음, 이민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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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기 전에 인터넷서점의 리뷰를 먼저 읽어보곤 한다. 이 책의 몇몇 리뷰어들은 미드 'Lie to me'를 보고, 드라마의 원래 주인공인 책의 저자를 찾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였다. 저자인 폴 에크만은 연구를 위해서 뉴기니의 오지로 들어가 외부의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표정연구를 하였다. 그리고 표정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표현양식이라고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세계에서 아주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하게되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경찰, 정치권, 금융계 등 많은 분야에서 표정과 거짓말에 얽힌 일들을 하고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겠지만, 폴 에크만의 연구영역과 깊이는 매우 높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얼굴의 심리학'이라는 책의 제목과 영어 제목인 'Emotions Revealed'가 적절히 혼합된 것이 책의 내용이 아닐까 한다.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 그리고, 그 감정은 어떻게 얼굴에 나타나는가가 이 책의 내용이다.

 

감정. 아주 서글픈 느낌의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혹은 어떤 아련한 느낌일 수도 있다. 또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폭발하던 순간의 비참함일 수 있다.... 그리고 조금만 견디면 찾아오는 즐거움, 혹은 환한 웃음의 말일 수 있다. 감정.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사실 알지 못하지만, 그 감정을 알아보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감정이 서글픈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는 그 감정이란 것을 내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정도가 심해져서 나타나는 정서장애는 모든 감정에 다 있는 듯 하다. 분노, 슬픔, 두려움, 심지어 기쁨까지도 통제하지 못하면 정서장애로 나타난다. 슬픔이 깊어지면 우울증이 오고, 분노가 깊어지면 폭발성 장애 같은 것이 오고, 두려움이 깊어지면 불안을 넘어 공황장애가 온다.

 

이렇게 우리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불응기간' 때문이다.

(이 책의 한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이다. 갑자기 나타나는 불응기간 이라는 단어는 읽기에 치명적이다.)

불응기간이란 어떤 감정이 나타날때 내가 그 감정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즉,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순간적으로 분노는 표출되고, 나타내지 말아야 할 분노를 내고 있다고 느끼는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성적으로 설명을 듣고 전혀 분노를 내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란걸 알아도 분노는 내 머리 속에 어느 시간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란 것이 단순히 가슴이나 머리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우리 뇌의 신경회로를 건드려서 화학물질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즉, 두려움이 발생하면 뇌에서는 그것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을 누출시키는 사고를 일으킨다. 그 사고를 처리하는데 까지는 오랜시간 고속도로는 정체되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듯, 운동을 하듯, 연습을 하듯, 지속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신경회로를 발달시킬 수 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연습은 비연속적이며, 패턴을 따라가며, 세밀하게 나누어 분석해야 하며, 전체를 통합화 해야한다. 그 연습의 기간은 1만시간이다. 아니, 우리가 세계적 성자가 될 것이 아니면 4000 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사람의 육체는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 그냥 솟아나듯 하는 예술이 아니라 노동으로의 예술을 해야 하듯, 표정을 강제적으로 연습시킬 필요가 있다. 웃음이 날 때 움직이는 얼굴근육을 '의지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기쁜 일이 있기에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기뻐하면 즐거운 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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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뜨겁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61
채호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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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시인의 시집을 읽는 지난 몇달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시집 앞부분의 산과 강을 보면서 쓴 시편들은 읽는 사람에게 너무나 즐거움을 주었다. 지난 시집의 주제인 "수련"을 지나 더 감미로운 환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 시집은 이러한 시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수련" 시집 앞의 "밤의 공중전화"의 시와 비슷한 시도 혼재하고 있었다. 물론 좋은 시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수련"풍의 시만을 모아서 읽고 싶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별로 향수나 스킨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경계에 아슬하게 서있는 시가 '손가락이 뜨겁다'가 아닐까 한다. 향수 냄새가 나야할것 같은 장면인데, 이상하게 향긋한 흙냄새가 나는듯 했다. 벌거벗은 등을 보면서 느껴지는 손의 감촉...

손가락이 뜨겁다

 하늘의 별은 뜨겁다. 밤은 차갑다. 벌거벗은 네 등

은 차갑다. 내 손은 뜨겁다. 비가 오고 들판에서 피

어오르는 뿌연 수증기. 내 손가락들이 수증기에 갇힌

다. 물렁물렁해진 진흙에 발이 빠지듯 네 등을 산책

하는 손가락들이 빠져든다. 네 등에 손톱 끝으로 고

랑을 내며 글씨를 쓴다. 씨앗을 뿌린다.

 

 흙이 글자를 끌어당긴다. 네 등에 묻힌 글자에서

싹이 돋고, 들꽃들이 피어났다. 밤은 뜨겁다. 꽃은

뜨겁다. 꽃의 향기는 시가 되어 손가락 끝에 만져진

다. 네 등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영원히 새겨졌다.

별은 뜨겁다. 손가락도 뜨겁다.

손가락 사이로 등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 하다. 이 시와 조금은 다른 시로 '강물의 심장'이 떠올랐다. 전혀 다른 시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읽고보니 매우 유사한 감각을 주고 있었다.

......(중간략)......

손을 집어 넣어 물고기처럼 퍼덕대는

마음을 거머쥐듯

강물에서 돌을 따낼 것이다.

 

......(중간략)......

신경과 흥분과 육체의 떨림을

이곳에서 편지의 글자를 낚아챈

손으로 생생하게 감지한다.

 

'강물의 심장' 중에서

이 시도 역시 손의 감각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다만 '손가락이 뜨겁다'와 달리 "밤의 공중전화"에서 느껴지는 향수냄새는 없고, 숲의 향기와 빗깔만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좋다.

 

이 시집에서 가장 좋은 시는 무엇일까? 처음 읽으면서는 왜 '손가락이 뜨겁다'가 표제시인지 이해를 못했다. 나는 '편지', '강물의 심장', '물결', 어둠 속 강가를 서성였네', '물 밑바닥', '한번 들여다 보세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등의 앞부분의 시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나타난 몇가지 다른 풍의 시들.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시들보다 오히려 먼저 쓰여진 시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녀', '애인이 애인을...'과 같은 시는 잘 읽히지 않았다. 이는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다. 아마도 채호기시인에겐 이런 시가 개인적으로는 더 기억에 남는 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한 경계선에 '손가락이 뜨겁다'와 같은 시가 있지 않은가 느껴진다.

 

(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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