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손보다 눈이 먼저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이 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또다른 책인 블링크를 읽었다. 아웃라이어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아웃라이어를 잘 읽었기에 이 책을 다시 선택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아주 잠시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책 구매를 결심했다. 도서관에 빌려서 읽고 말기에는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 놔 두고 다시 읽거나 가족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결정을 한 시간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초였다. 즉, 잠깐의 생각 혹은 느낌으로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선 눈치와 비슷하고 어떤 면에선 감정력과 비슷한 블링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다 이러한 판단을 할 것이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선 좀 더 깊은 수준의 감별력을 가질 것이다. 연습을 하다보면 먼저 눈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고, 더 깊은 연습으로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1만시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까.

 

얇게 조각내어 분석하기. 판단을 할때 먼저 이러한 얇게 조각내어 판단을 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조각내어 분석한 후에는 사람은 패턴화를 하고 통합화를 거칠 것이다. 조각내어 분석한 후에 패턴을 빨리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통로이다.

 

컴퓨터가 체스에서는 인간을 이기는데, 바둑에서는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 체스는 8*8의 칸에서 벌어지고, 바둑은 19*19내에서 벌어지기에 처리해야할 정보량에서 차이가 나기때문일까? 그 정도 정보량은 현재 컴퓨터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 인간은 저러한 수치의 정보량에 의존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전체 형태를 보고 패턴을 인식하고 가능한 수를 도출해 낸다. 바둑이나 체스나 실력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방법으로 문제풀이가 있다. 각 묘수풀이 문제를 풀면서 그 형태가 의미하는 바를 인식하는 연습을 하게된다. 이것이 인간이 두는 방식이다. 체스 대가 카파블랑카는 엔드게임에서 어떤 수를 둬야하는지 계산하지 않고, 어떤 곳에 기물이 위치해야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 위치로 가기위한 수를 계산하였다. 하지만, 컴퓨터는 반대로 각 가능한 경우의 수를 일일이 계산해 낸다. 체스에서는 그러한 계산이 충분히 통하나 바둑에서는 적당한 계산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한조건의 입력이 적절치 못하였으리라. 그 제한조건이란 무엇인가. 결국 인간의 패턴에 기초한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서점에서 시집을 고를때 표제시 등의 한두 시를 슬쩍 읽은 후에 더 읽을지 구매할지 결정한다. 한 문단을 넘기지도 않고 한두 줄을 읽고 결정하거나 아예 전체 시의 글자 배치형태를 보고 느낌을 받곤한다. 가끔씩 그러한 방법으로 인해 놓치는 좋은 시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왜 그 시가 좋은지 생각하기에 앞서 한두 줄을 읽다보면 어떤 느낌이 온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많은 논문들을 보면서 대개 초록 혹은 제목을 보고 더 읽을지 말지 결정하곤 한다. 데이터 그림을 보게 만드는 것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더 깊게 가면 데이터 그림을 보고 논문 구절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은 내가 그동안 읽은 과학 논문의 갯수가 너무 적고 그 폭에 너무 좁다는 것이다. 단순히 좁은 분야에서 그런저런 논문을 쓰기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수준의 논문을 읽고 고민을 했어야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좋은 책이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더 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저자의 책이 몇년후 또 나오면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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