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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이트 ㅣ 토치 3부작 1
모이라 버피니 지음, 강동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5월
평점 :
처음엔 책 표지 때문이었다.
『송 라이트』라는 제목은 빛을 떠올리게 했지만, 표지는 오히려 어두웠다. 눈동자처럼 보이는 문양 사이로 번지는 빛. 그 모순적인 분위기가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
그 책의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내기 위한 디자인일 테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책의 띄지에 TV 시리즈 제작 확정이라고 적힌 부분도 한몫했다.
원래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나로서 반가웠을 수밖에.
책을 받은 순간 바로 읽기 시작했다.
572페이지. 얇지 않은 책이었지만 벌써 끝이라고? 할 만큼 짧게 느껴졌다.
몰입감이 정말 대단했고 눈앞에 장면 장면이 그려졌다.
나는 이미 시리즈를 다 본 것 같았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숫자 1이 없다.
2권은 없다는 건가? 여기서 끝인 건가? 시리즈에서는 결말을 만들어 이야기를 더이어주겠지?
더 많은 갈증이 일어났다.
송 라이트.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사람들.
지구 멸망 이후를 다루는 이야기다. 작가는 그 시간에 묘한 낙관주의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존자이며, 지구는 위태롭지만 회복의 길 위에 있다고..
이야기는 브라이틀랜드에서 시작된다.
그곳은 "형제단"이라는 소수 남성 권력자들의 지배를 받는 곳이다.
브라이틀랜드에서 여성은 철저히 통제당한다. 결혼도 삶도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할 수 없다.
그곳에 엘사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그녀에게는 남과 다른 점이 있는데 자신과 같은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머릿속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지 않아도 가까이 있지 않아도 통한다.
텔레파시 능력인 셈이다. 그걸 송 라이트라고 부른다.
엘사에게는 같은 능력을 가진 라이 턴이라는 애인이 있다.
라이는 군인이다. 둘은 몰래 사랑을 키워나간다. 잡히면 크리설리드 하우스로 끌려가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곳은 사람의 능력뿐 아니라 인간성까지 파괴하는 공간이다.
두 사람은 도망치려 했지만 실패한다.
라이는 잡히고 엘사는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엘사의 슬픔은 느낀 다른 송 라이트 카이라.
두 사람은 강한 이끌림에 서로를 구원한다.
각기 다른 송라이트들이 존재한다.
지구가 멸망한 뒤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을 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무리를 만들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적대시한다.
끊임없는 사람의 욕심.
그 욕심 때문에 지구가 멸망했음을 알지만 또다시 그 욕심을 부린다.
사람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전쟁과 탐욕으로 지구가 멸망했다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사랑과 평화 이해와 존중이 남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다. 그게 사람의 본성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고 존중이 있고 용서가 있다.
그 또한 사람의 본성이다.
전쟁 영웅인 헤론은 죽음의 여신이 늘 자신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고 늘 두려움에 떨고 불행하게 산다.
그는 스스로 불행을 자처하고 어둠에서만 살아간다. 전쟁의 영웅이라는 칭호가 좋지 않다.
동료들의 죽음 앞에서 괴롭다. 그는 평화를 꿈꾼다. 그게 그의 본성이다.
송 라이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송 라이트는.. 어쩌면 지금도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이끄는 느낌. 뭔가 통하는 느낌. 눈빛으로 전달되는 마음. 손끝에서 알 수 있는 감정..
그런 것들이 우리가 가진 송 라이트가 아닐까.
그런 송 라이트는 사람을 숨 쉬게 한다. 더 멀리 보게 하고 더 자유롭게 한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걸 지켜나가는 사람들은 드물지도 모르겠다.
권력, 명예, 돈.. 욕심에 눈이 먼다면 송 라이트는 영원히 꺼져버릴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주어진다 해도 죄책감, 두려움, 괴로움을 잊지 않는다면 돌아갈 수 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송 라이트.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하루아침에 끝!
아. 이 이야기가 더 좋았던 건.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열린 결말이 아니라서 좋았다.
아쉬울 때 [다음 화에 계속..] 이 나온 느낌.
마지막 장을 덮고도 이야기는 끝난 느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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