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 노벨상 과학자가 평생 붙잡은 질문
알렉시스 카렐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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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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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했을법한 질문이 곧 제목인 책이다.

의사이자 생물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가 약 100년 전에 출간했던 책인데 지금 세상에서도 유효한 메시지들이 많다는 소개에 호기심이 일어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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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자는 우리가 여태까지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넓혀왔으나, 정작 우리를 비롯한 생명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언젠가 다른 과학 교양서에서 읽었던 비유인데,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를 모두 한 상자에 넣고 흔들면 인간 비슷한 무언가가 짠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빅뱅 후 몇 나노초 이후도 설명할 수 있지만, 지구상에 몇 십억이 넘게 존재하는 인간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기능하는지는 정작 너무 모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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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0년 전에도 철학, 의학, 생물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연구한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학문별 시각이 통합되지 못해 인간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조망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책의 중반까지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당시까지 알려진 바대로 세세히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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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저자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마인드 업로딩 기술에 대한 회의론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아서 꽤나 흥미로웠다.

우리의 감각 기관도 곧 연장된 뇌의 일부분으로 본다면, 뇌에 담긴 정보가 온전하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한 개체라고 볼 수 있는지 다양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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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우리는 태어난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라는 시각이 등장한다.

이 지점부터 저자의 통찰이 빛을 발한다.

우리가 만들어온 문명화된 사회가 곧 인간의 적응 기능을 약화시켜 인류를 더욱 약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산업주의는 인간이 일상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정신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현대 문명은 물건을 생산하는 대가로 정신을 희생시키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 중략 - 현재의 산업 문명은 공장 노동자로부터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빼앗아 갔다.

우리가 현대 문명사회에서 저속하고 우울한 감정을 자주 경험하는 이유는,

일상생활 속에서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심미적 기쁨을 느끼지 못하도록

현대 문명이 우리를 부분적으로 억압하기 때문이다.

(pg 200)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만들어져 간다.

(pg 278)

우리 몸과 정신은 모두 쓰지 않는 기능을 잊도록 만들어졌다.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으면 노년이라고 해서 읽기 능력이 갖추어질 리 없고, 운동하지 않으면 금세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작의 범위가 제한된다.

외부의 온도가 변화할 때나 먹을 것이 부족해질 때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과 같은 것들이 사실 우리를 강인하게 만드는데, 현대 문명은 이러한 기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도 저속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만 추구하며 도덕적 성장은 등한시하는 세태가 우려된다는 내용도 지금 사회에서도 유효할 통찰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날 인간은 편안함과 아름다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기계적 경이로움 속에 둘러싸여 있다. - 중략 -

더 나아가, 인간은 자신이 점차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신의 존재 방식과 생활 방식, 사고방식을 스스로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할 이유를 어찌 알겠는가.

(pg 398)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시대적 한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굳이 원문으로 옮기지는 않겠으나 지금 세상에서는 명백하게 성차별이라 볼 수 있는 내용도 꽤 있고, 저자 스스로가 엄청난 엘리트라는 점을 반증하듯 엘리트주의가 물씬 느껴지는 내용도 많아 읽으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

아래와 같은 부분도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이해할 수 있겠으나, 보편적으로, 그리고 대외적으로 떳떳하게 발언할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므로 읽을 때 각자가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류는 다수의 평범한 노력으로가 아니라, 소수의 비범한 인간들이 지닌 타오르는 열정과 빛나는 지능, 과학과 관대함, 아름다움을 향한 이상에 의해 전진해 왔다.

(pg 213)

더 나아가 모든 인간에게 장수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도 의문이다. 인간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양적으로만 증가하는 현상은 극히 위험하다.

지적 퇴화와 도덕적 쇠퇴, 그리고 노년기에 장기간 머무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때까지는

100세 노인의 수가 증가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pg 263)

400페이지 중반으로 꽤 두꺼운 데다 내용도 방대하고 지금 시점에는 맞지 않는 내용도 많아서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 대한 고찰을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10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할 때 기술적인 발전을 제외하면 인간의 본성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새삼스러운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읽는 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읽고 나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화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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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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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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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들에게는 이론 물리학자인 본업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더 유명한 저자의 새 책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책을 다섯 번째 읽는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양자역학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책은 그가 생각하는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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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이름도 처음 접하게 된 아낙시만드로스는 기원전 6세기 인물이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으로 짐작할 수 있겠듯이 그가 남긴 저작들 중 현재 전해지는 것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저기서 그의 업적이라 언급된 부분들을 발췌해 연구하다 보니 그의 사상이나 행적을 밝혀낸 연구의 깊이나 범위가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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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기원전 6세기 인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탐구 결과를 남겼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정리해도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고 생각한 점(땅 아래에 다시 하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점), 최초의 생물이 바다에서 시작했고 육지로 올라와 지금의 형태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 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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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실 모두 지금까지 우리가 현대 과학을 통해 입증한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코페르니쿠스나 다윈이 여러 실험 결과를 종합해 자신들이 이론으로 정립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논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기원전 6세기 인물이 아무런 실험도 없이 그저 사고를 통해 그런 결론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자연주의적 관점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분야는

생명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통찰이다.

그는 생명의 기원이 바다에 있다고 생각했고,

생물종의 진화가 기후 조건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 중략 -

심지어는 어떤 생물이 진화해 최초의 인간이 되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pg 84)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기에 아낙시만드로스의 진정한 업적은 이러한 사실을 유추해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고 결과들은 면밀한 과학적 검증 방식이 정립되지 못한 시기에 세상을 설명하는 수많은 가설을 세우다 보니 운 좋게 몇 가지 때려 맞힌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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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진정한 업적은 바로 당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 믿었던 부분에 의문을 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스승이었던 '탈레스'의 생각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하며, 스승의 생각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면 이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과정이야말로 과학적 사고의 진수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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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랜 기간 세계 지성의 중심이었던 중국이 서구 사회에 뒤처지게 된 이유로 저자는 토론을 통해 기존 이론에 반기를 들지 못했던 문화적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 설명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가르침 아래에서는 과학이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학의 목표는 정량적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과학의 목표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개념 구조를 확립하고, 그것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부합하도록 끊임없이 개선해가는 일이다.

(pg 174)

하지만 서구사회라고 해서 과학적인 사고가 보편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지적한다.

오히려 과학이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을 종교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극단적인 종교 중심주의가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세상을 이해하는 참된 지식은 오직 신을 통해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다.

즉, 아낙시만드로스는 아직도 대다수 인류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pg 230)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아낙시만드로스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상을 설명하는 더 나은 이론과 공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인류를 더욱 진보하게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자연스러운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절대 알 수 없다'라는 회의적인 태도에 빠지거나 종교적인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맹종하는 태도가 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은 우리의 세계관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개선하고,

그 바탕이 되는 가정과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더 나은 개선책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는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재구성한다.

과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선물한다.

과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그것은 새로운 사고의 틀을 탐구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pg 175)

저자의 책은 쉽게 읽힌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 역시 그 장점이 빛을 발하며, 양자역학처럼 어려운 개념을 쉽게 알려주기 위한 책도 아니어서 더욱 진입장벽이 낮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이름도 낯설었지만 책 내에서 수백 번 언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가 남긴 업적이 어떻게 인류의 과학 혁명을 이끈 사고들로 연결되는지까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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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사람이 꼭 과학적 사고를 가져야 하느냐고 물으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짧은 생애 안에서 이 우주라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그나마 납득할 수준으로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과학적 사고는(지식이 아니라)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사고가 어떻게 시작됐고 발전해 왔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좋은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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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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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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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이라는 작품을 선물받아 읽던 중에 너무 재미있어서 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같은 저자의 책이다.

짧은 단편을 여러 편 묶어 책을 내는 저자답게 이 책 역시 200쪽 초반으로 얇은 책임에도 프롤로그까지 합쳐 총 18작품이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AI 초단편선'이라는 부제답게 AI라는 소재를 다룬 SF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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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길이는 짧지만 AI로 상상할 수 있는 굉장히 많은 버전의 미래를 보여준다.

초반부에는 빅 테크 기업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현시대를 반영하듯 AI 기술로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를 상상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현실을 똑같이 시뮬레이션해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을 가상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가상 세계에 또 다른 나를 키우는 게임, 신체에 칩을 이식해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을 조종하는 장치와 같은 소재들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자주 봐왔던 것들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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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반부터 AI가 인류를 대신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작품이 주는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실존 인물이 죽기 전에는 AI를 쓸 수 없게 제도로 막아버리자 실존 인물을 제거하는 직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보이스 피싱조차도 AI가 대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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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고르라 한다면 '가장 공평한 복지'를 선택하고 싶다.

그나마 AI의 보편화가 유토피아에 가까운 사회를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물론 이 역시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공평을 외치면서도 똑같이 살기는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꼬집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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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AI 노벨상'과 '프로그램의 습성'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입장으로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연구자는 아닌지라 반쯤 방관하는 자세로 읽기는 했지만, 지식 노동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연구자의 영역이 AI에 의해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인간은 생각을 포기하면 무엇이 남는가?

(pg 177)

후반부에서는 직전에 읽었던 '회색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래도 인간에게는 예술이 남을 것이라는 저자의 강렬한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기술이 테크닉적인 측면은 충분히 대신해 줄 수는 있지만, 인간의 감각은 기계가 부리는 현란한 기교와 진짜 인간의 몸을 통해 발산되는 예술을 분명 다르게 느낄 것이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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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믿고 싶다.

기술이 예술의 테크닉적인 부분을 대체해 주면 굳이 예술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 예술의 저변이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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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한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된다면, 진짜 사람의 공연을 보는 것과 그것을 촬영한 입체 영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영상 속 인물이 진짜 인간인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AI 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심지어 우리 감각 기관을 통해 접수된 정보가 진짜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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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이 책 역시 그랬다.

물론 서사가 짧아 한 가지 이야기라도 촘촘한 서사를 긴 호흡으로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빠른 것을 원하는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더 잘 맞는 포맷일 것 같다.

다작을 하는 저자인지라 아직 읽을 책이 많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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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문해력 게임 4 ㅣ 겜툰 나민애 학습만화
나민애 지음, 이정태 그림, 김혜련 글 / 겜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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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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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에 치중된 아이의 독서 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부모의 노력에 감응한 것인지, 스스로도 글을 읽는 재미를 깨닫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줄글 읽는 시간이 늘어 뿌듯하다.

그래서 학습만화는 되도록 줄이고 있는 요즘인데, 이 시리즈는 아이가 워낙 좋아해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민애 교수의 인사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시리즈다.

그래서 등장하는 캐릭터도 무척이나 많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서바이벌 게임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만화를 통해서도 아이들의 문해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게임의 핵심이 우리 말을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느냐를 묻는 퀴즈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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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책이 4권이기는 하나, 학습만화의 특성상 이 책으로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난이도가 1권보다 굉장히 높다거나 하지는 않다.

시작 부분에 수록된 퀴즈는 높임말 정도로 부모 입장에서는 '요즘 아이들이 이 정도도 모른다고?' 싶을 수도 있는데,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워낙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많아 이런 것도 다 알려줘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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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제법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특히 짧은 글을 읽고 해당 글의 제목을 맞혀야 하는 문제는 어지간히 책이라는 매체에 익숙한 아이가 아니라면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듯한 문제들이었다.

이어지는 사자성어 같은 문제들 역시 국어를 수준 높게 사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들이라 아이들이 잠시 쉬는 시간에 즐겁게 읽어도 건져갈 것들이 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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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화로도 충분히 문해력을 키울 수도 있다는 나민애 교수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과연 그 방법이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점점 더 경쟁적으로 짧아지기만 하는 영상 매체에 비하면 활자가 훨씬 더 문해력에 좋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책이라는 것에 온전히 몰두해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학습만화가 제법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중에는 줄글로 된 책을 읽으면서 쉬는 시간처럼 만화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너무 만화라고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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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유키 신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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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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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면 필연적으로 일본 작품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 장르의 작가 풀이 워낙 넓어서 처음 접하는 작가도 많은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저자 소개에 '선배 작가들이 절대 쓸 수 없는 트릭'을 쓰는 작가라 소개되어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다 읽은 후 생각해 보면 선배 작가들이 '세대 차이 때문에' 쓸 수 없는 트릭을 쓰는 작가라 소개하는 편이 사실에 더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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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추리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탐정 역할을 하는 자의 직업이 애초부터 탐정이거나 경찰, 변호사, 과학자와 같이 범죄 사실을 접하기 쉬운 특정한 직업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 속 탐정은 그저 배달 전문 음식점의 주인일 뿐이고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한 활동도 배달 기사에게 외주를 주는 긱(Gig) 경제 형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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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설정 덕분에 사건의 발단부터 해결까지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입소문을 들은 누군가가 '그' 메뉴를 주문하면, 배달 기사가 현장에 파견되어 1차 조사를 수행한다.

조사 내용을 전해 들은 '셰프'가 적절한 추가 조사를 숙제로 내고, 며칠 뒤 사건의 진상이 담긴 솔루션 메뉴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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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에는 음식점에 은퇴한 탐정이 있고, 경찰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은밀하게 의뢰하는 방식의 옴니버스식 작품이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랬다면 매우 식상한 작품이 될 뻔했다.)

심지어는 범인이 모두 검거되어 법적으로는 사건이 종료된 케이스도 많은데, 그저 사건의 관계자들이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이유나 동기와 같은 것들을 '알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 그 자체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알고 싶다. - 중략 -

만사 제쳐 놓고 '알고 싶은' 것이다.

호기심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숭고하고 위험한 욕구가 틀림없다.

(pg 385)

또한 사건의 해결을 담당하는 셰프 역시 법조인이 아니므로 그가 밝혀낸 진상이 곧 진실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 역시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건의 진실은 그저 'A가 B를 특이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은 A가 왜 일면식도 없는 B를 굳이 찾아가서 그러한 방식으로 살해했어야만 했는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스포 방지를 위해 지어낸 사건으로 작품과는 관계가 없다.)

셰프는 이런 궁금증으로 인한 허기를 그의 가설로써 채워준다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진실' 따위는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어.

이 '가게'에서 제공하는 건 어디까지나 고객이 원하는 '맛',

요컨대 '해석'에 지나지 않아."

(pg 398)

중반까지는 제각기 다른 사건들을 다루는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후반부로 가면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인물들이 모이게 되고 비밀에 싸여 있는 '셰프'의 진면모가 밝혀지는 구조라서 나름의 완결성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진짜 중요한 '정체' 같은 것들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서 시리즈물로 나올 수도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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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했듯이 배경 설정이 상당히 참신하며 현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짧게 다룬다는 형식의 제한으로 추리 자체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특정 사건은 읽다 보면 셰프의 해석이 나오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전말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후반부까지 흥미를 이어가기에는 충분했고, 등장인물들의 매력도 상당해서 다 읽은 후의 소감도 좋았다.

저자가 젊은 편이라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을 발표해 주리라 기대되는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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