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회색 인간'이라는 작품을 선물받아 읽던 중에 너무 재미있어서 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같은 저자의 책이다.
짧은 단편을 여러 편 묶어 책을 내는 저자답게 이 책 역시 200쪽 초반으로 얇은 책임에도 프롤로그까지 합쳐 총 18작품이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AI 초단편선'이라는 부제답게 AI라는 소재를 다룬 SF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각각의 길이는 짧지만 AI로 상상할 수 있는 굉장히 많은 버전의 미래를 보여준다.
초반부에는 빅 테크 기업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현시대를 반영하듯 AI 기술로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를 상상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현실을 똑같이 시뮬레이션해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을 가상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가상 세계에 또 다른 나를 키우는 게임, 신체에 칩을 이식해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을 조종하는 장치와 같은 소재들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자주 봐왔던 것들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터 AI가 인류를 대신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작품이 주는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실존 인물이 죽기 전에는 AI를 쓸 수 없게 제도로 막아버리자 실존 인물을 제거하는 직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보이스 피싱조차도 AI가 대신해 준다.
많은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고르라 한다면 '가장 공평한 복지'를 선택하고 싶다.
그나마 AI의 보편화가 유토피아에 가까운 사회를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물론 이 역시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공평을 외치면서도 똑같이 살기는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꼬집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AI 노벨상'과 '프로그램의 습성'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입장으로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연구자는 아닌지라 반쯤 방관하는 자세로 읽기는 했지만, 지식 노동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연구자의 영역이 AI에 의해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