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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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회색 인간'이라는 작품을 선물받아 읽던 중에 너무 재미있어서 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같은 저자의 책이다.

짧은 단편을 여러 편 묶어 책을 내는 저자답게 이 책 역시 200쪽 초반으로 얇은 책임에도 프롤로그까지 합쳐 총 18작품이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AI 초단편선'이라는 부제답게 AI라는 소재를 다룬 SF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각각의 길이는 짧지만 AI로 상상할 수 있는 굉장히 많은 버전의 미래를 보여준다.

초반부에는 빅 테크 기업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현시대를 반영하듯 AI 기술로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를 상상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현실을 똑같이 시뮬레이션해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을 가상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가상 세계에 또 다른 나를 키우는 게임, 신체에 칩을 이식해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을 조종하는 장치와 같은 소재들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자주 봐왔던 것들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터 AI가 인류를 대신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작품이 주는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실존 인물이 죽기 전에는 AI를 쓸 수 없게 제도로 막아버리자 실존 인물을 제거하는 직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보이스 피싱조차도 AI가 대신해 준다.

많은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고르라 한다면 '가장 공평한 복지'를 선택하고 싶다.

그나마 AI의 보편화가 유토피아에 가까운 사회를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물론 이 역시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공평을 외치면서도 똑같이 살기는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꼬집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AI 노벨상'과 '프로그램의 습성'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입장으로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연구자는 아닌지라 반쯤 방관하는 자세로 읽기는 했지만, 지식 노동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연구자의 영역이 AI에 의해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인간은 생각을 포기하면 무엇이 남는가?

(pg 177)

후반부에서는 직전에 읽었던 '회색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래도 인간에게는 예술이 남을 것이라는 저자의 강렬한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기술이 테크닉적인 측면은 충분히 대신해 줄 수는 있지만, 인간의 감각은 기계가 부리는 현란한 기교와 진짜 인간의 몸을 통해 발산되는 예술을 분명 다르게 느낄 것이라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믿고 싶다.

기술이 예술의 테크닉적인 부분을 대체해 주면 굳이 예술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 예술의 저변이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한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된다면, 진짜 사람의 공연을 보는 것과 그것을 촬영한 입체 영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영상 속 인물이 진짜 인간인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AI 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심지어 우리 감각 기관을 통해 접수된 정보가 진짜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좋은 작품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이 책 역시 그랬다.

물론 서사가 짧아 한 가지 이야기라도 촘촘한 서사를 긴 호흡으로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빠른 것을 원하는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더 잘 맞는 포맷일 것 같다.

다작을 하는 저자인지라 아직 읽을 책이 많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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