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 노벨상 과학자가 평생 붙잡은 질문
알렉시스 카렐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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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류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했을법한 질문이 곧 제목인 책이다.

의사이자 생물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가 약 100년 전에 출간했던 책인데 지금 세상에서도 유효한 메시지들이 많다는 소개에 호기심이 일어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저자는 우리가 여태까지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넓혀왔으나, 정작 우리를 비롯한 생명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언젠가 다른 과학 교양서에서 읽었던 비유인데,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를 모두 한 상자에 넣고 흔들면 인간 비슷한 무언가가 짠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빅뱅 후 몇 나노초 이후도 설명할 수 있지만, 지구상에 몇 십억이 넘게 존재하는 인간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기능하는지는 정작 너무 모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100년 전에도 철학, 의학, 생물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연구한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학문별 시각이 통합되지 못해 인간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조망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책의 중반까지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당시까지 알려진 바대로 세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마인드 업로딩 기술에 대한 회의론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아서 꽤나 흥미로웠다.

우리의 감각 기관도 곧 연장된 뇌의 일부분으로 본다면, 뇌에 담긴 정보가 온전하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한 개체라고 볼 수 있는지 다양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우리는 태어난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라는 시각이 등장한다.

이 지점부터 저자의 통찰이 빛을 발한다.

우리가 만들어온 문명화된 사회가 곧 인간의 적응 기능을 약화시켜 인류를 더욱 약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산업주의는 인간이 일상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정신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현대 문명은 물건을 생산하는 대가로 정신을 희생시키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 중략 - 현재의 산업 문명은 공장 노동자로부터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빼앗아 갔다.

우리가 현대 문명사회에서 저속하고 우울한 감정을 자주 경험하는 이유는,

일상생활 속에서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심미적 기쁨을 느끼지 못하도록

현대 문명이 우리를 부분적으로 억압하기 때문이다.

(pg 200)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만들어져 간다.

(pg 278)

우리 몸과 정신은 모두 쓰지 않는 기능을 잊도록 만들어졌다.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으면 노년이라고 해서 읽기 능력이 갖추어질 리 없고, 운동하지 않으면 금세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작의 범위가 제한된다.

외부의 온도가 변화할 때나 먹을 것이 부족해질 때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과 같은 것들이 사실 우리를 강인하게 만드는데, 현대 문명은 이러한 기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도 저속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만 추구하며 도덕적 성장은 등한시하는 세태가 우려된다는 내용도 지금 사회에서도 유효할 통찰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날 인간은 편안함과 아름다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기계적 경이로움 속에 둘러싸여 있다. - 중략 -

더 나아가, 인간은 자신이 점차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신의 존재 방식과 생활 방식, 사고방식을 스스로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할 이유를 어찌 알겠는가.

(pg 398)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시대적 한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굳이 원문으로 옮기지는 않겠으나 지금 세상에서는 명백하게 성차별이라 볼 수 있는 내용도 꽤 있고, 저자 스스로가 엄청난 엘리트라는 점을 반증하듯 엘리트주의가 물씬 느껴지는 내용도 많아 읽으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

아래와 같은 부분도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이해할 수 있겠으나, 보편적으로, 그리고 대외적으로 떳떳하게 발언할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므로 읽을 때 각자가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류는 다수의 평범한 노력으로가 아니라, 소수의 비범한 인간들이 지닌 타오르는 열정과 빛나는 지능, 과학과 관대함, 아름다움을 향한 이상에 의해 전진해 왔다.

(pg 213)

더 나아가 모든 인간에게 장수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도 의문이다. 인간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양적으로만 증가하는 현상은 극히 위험하다.

지적 퇴화와 도덕적 쇠퇴, 그리고 노년기에 장기간 머무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때까지는

100세 노인의 수가 증가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pg 263)

400페이지 중반으로 꽤 두꺼운 데다 내용도 방대하고 지금 시점에는 맞지 않는 내용도 많아서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 대한 고찰을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10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할 때 기술적인 발전을 제외하면 인간의 본성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새삼스러운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읽는 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읽고 나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화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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