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워프 시리즈 10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허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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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워프 시리즈의 신작이다.

저자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데, 47년생으로 흑인 여성이라는 시대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는 소개에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역시 워프 시리즈이므로 장르는 SF고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선에서 작품의 주요 설정들을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작품의 시점으로 약 250년 전 핵 전쟁이 일어나 지구상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처지에 이른다.

이때 지구와 인류를 오랫동안 관찰해왔던 외계 지성체인 '오안칼리'라는 종족이 나타나 잔존한 인류를 최대한 구조하여 보존한 뒤 지구의 환경이 다시 생명체를 품을 준비가 되자 이들을 다시 내려보내려 한다.

작품은 잔존 인류 중 하나인 '릴리스'의 시각으로 전개되며 그녀는 지구에서 다시 살아가야 할 인류가 '오안칼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우리가 다른 별 사람들의 자멸 행위에 개입할 엄두를 낸 것은

당신네 시간으로 무려 수백만 년 전의 일입니다.

이번 개입 행위가 현명한 일인지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동족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당신들은... 합의를 이룬 것 같았거든요. 다 같이 죽기로.

(pg 30)

사실 SF 작품에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외계인들은 굉장히 재미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위기에 빠뜨린 인류를 외계인이 굳이 구하려 한다면 모종의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보통은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함이거나 우리보다 고등한 외계인의 반려동물 정도로 활용하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안칼리'들이 원하는 것은 인류의 유전자 그 자체다.

여러 행성을 떠돌며 각 행성의 토착 생명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자신들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계속해서 확장하려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게임에 익숙하다면 스타크래프트2에서 자세히 설명되는 '저그'의 특성과 비슷한데 이들이 '프로토스' 수준의 지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이 1979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참신하게 느껴지는 설정이었다.

인류는 위계적입니다. 그건 더 오래되고 더 뿌리 깊은 특질이죠.

우리는 당신들의 가장 가까운 동물 친척과 가장 먼 동물 친척에게서 그 특질을 확인했어요. 말하자면 지구 종들의 특질인 셈이죠.

인간의 지성이 그 특질을 인도하지 않고 거꾸로 고분고분 따랐을 때,

인간의 지성이 그 특질을 문제로 여기기는커녕 긍지로 삼았을 때,

또는 그것을 아예 인식하지도 못했을 때... - 중략 -

내 생각에 당신네 인간들은 스스로 얼마나 무서운 짓을 저지르는지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아요.

(pg 72)

하지만 인류가 가진 고도의 능력이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분 짓기'에 대한 고찰이 이 작품에서도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는 우리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우리가 가진 특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즉각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두려움은 곧 상대를 나와 대치되는 '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특징은 인류를 지구 최상의 포식자 위치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기도 한 동시에 우리 사회에 아직도 혐오와 갈등이 만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보호받는 셈이에요. 우린 멸종 위기종이니까요.

(pg 249)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들이 지구를 다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들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인류가 절멸한다고 해도 타고난 인간의 본성인 '구분 짓기'는 날카롭게 친구와 적을 가르며 반목과 갈등을 택하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릴리스'는 과연 양 종족이 공존하기 위한 다리가 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저자의 '제노제네시스 3부작' 중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만으로도 완결성이 있기는 하지만, 후속편을 기대해 봄직하게 마무리된다.

같은 시리즈로 곧이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작품이 재미있었다면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라고 쓰긴 했지만 솔직히 궁금해 미칠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저자였지만 명성답게, 또 이 시리즈가 추구하는 방향답게 간만에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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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 인간의 마지막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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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업무 자체에도 활용하고는 있지만 직장의 특성상 인공지능 자체가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에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저자를 알게 되었고, 그의 대표작도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AI의 시대인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책의 전반부는 AI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역사를 훑고, 후반부에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시뮬레이션 한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 자체는 꽤나 오래되었는데, 우리가 피부에 와닿게 AI를 이용하게 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도 굉장히 늦게 쓰기 시작한지라 생성형 AI 역시 직장 선배가 제발 좀 써보라고 권유하는 바람에 써보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인공지능에게 무언가를 맡기는 것에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꽤 있는 편이다.

제시한 문제를 '진짜로' 인식한 후 고민해서 대답을 토해내는지에 대한 확신이 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대답이라는 것을 믿고 무턱대고 업무 결과물에 반영할 만큼 신뢰성이 높지도 않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용감과는 별개로 인공지능이 그야말로 미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업무적으로도 예전에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좀 다룬다는 직원에게 부탁했어야 할 일을 혼자 15분 만에 뚝딱해 낸 적도 있었으니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일을 해줄 수 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이해가 아무에게도 없는 것 같다는 점이 늘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 하나하나의 계산으로는 문제가 해결 안 되고, 어마어마한 트랜스포머를 연결해야 하다 보니 너무 커져서 전체적인 이해가 한눈에 안 된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LLM은 이제 거의 블랙박스가 됐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모르게 된 것입니다.

(pg 74)

또한 결국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래서 우리 아이가 자라서 사회에 나갔을 때 과연 먹고살 수는 있을 것인가가 가장 궁금할 것 같다.

저자는 지금 당장은 판단력을 좋은 인간이라면 할 일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최근 나오고 있는 제안은, 앞으로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하나의 직업이 될 거라는 겁니다.

지금은 이 일들이 분리되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따로 있는데,

앞으로는 한 사람이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될 거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가장 중요한 능력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이게 좋다" 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감각과 안목입니다.

판단력이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pg 81)

하지만 이 책의 주제인 AGI가 가능해지면 결국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인공지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점쟁이는 아니니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정도는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디스토피아가 올 수도 있다면 반드시 '지금' 고민하고 걱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AGI의 문제는 이제 어떤 의미에서 기하학적 문제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현재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하는 건, 기계가 만들어 낸 삶의 방식이

우리가 원하는 것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문제는 우리 인간도 우리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pg 223)

특히 유튜브 영상에서도 몇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고기조차도 나라에서 엄격하게 품질 관리를 하는데 막상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AGI 연구는 아무런 관리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는 AI의 발전이 사기업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AGI 수준이 되면 국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발 나아가, 스스로도 과학자이면서도 ASI까지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저는 미래를 예측할 때 세 가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 기술은 계속 발전합니다.

두 번째, 사회, 정치, 역사에는 약간의 반복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pg 141)

애초에 대중적인 시각에서 집필한 책이지라 굉장히 쉽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의 발전사와 앞으로의 전망까지 알차게 담아내서 순식간에 읽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도 하고, 아직 젊은 편이라 은퇴가 멀기도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되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알고 싶다는 욕구도 커지는 것 같다.

비슷한 욕구와 걱정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갈증을 제대로 해결해 줄 수 있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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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알려주는 증명의 함정 - 팩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실을 가려내는 과학적 방법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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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만으로는 딱히 읽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데, '팩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실을 가려내는 과학적 방법'이라는 부제를 보고 읽고 싶어진 책이다.

수학자가 쓴 글이므로 쉽지 않으리라 각오는 했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이해하고 책을 덮었을지 확신이 잘 가지는 않는다.

먼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수학뿐 아니라 법학, 정책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증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루고 있다.

흔히 과학적으로 연구한다고 하면 먼저 어떤 가설을 세운 후 그 가설이 맞는지 실험을 해야 한다.

실험을 함에 있어서도 실험군과 대조군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어야 하며 그렇게 얻어진 결과가 재현 가능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붙게 마련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그 결과가 사실에 가깝다고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모든 절차들을 다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책에 수많은 예시가 나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낙하산' 예시다.

낙하산은 그 효과가 위의 절차대로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단 효과 측정을 위해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실험군과 메지 않고 뛰어내리는 대조군으로 나누어 실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또 굳이 그러한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해를 위해 다소 극단적인 예시를 든 것이기는 하나, 이것과 동일한 논쟁이 코로나 시절 마스크 효과에 대한 논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심각한 전염병 상황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마스크를 쓴 쪽과 쓰지 않은 쪽으로 나누어 실험을 한 뒤 그 효과를 증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문제는 이렇게 실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효과가 과소 또는 과대평가됨은 물론, 논쟁이 끝나지 않고 되풀이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만, 그 증명의 수준을 항상 높은 수준으로 추구할 수는 없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팬데믹에서 기후 변화, 적대적 AI에 이르기까지, 재앙이 닥친 후에야 입증이 이루어진다면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pg 356)

게다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보이는 사실들도 이론 자체의 변화 가능성은 물론이고 절차나 결과가 가공된 실험, 연구자들의 이해관계(특히 연구비의 출처) 등으로 인해 얼마든지 오염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을 더 폭넓게 바라보면 상황은 더욱 모호해진다.

한쪽 끝에는 거짓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를 발표하는 명백한 사기 행위가 있다.

반대쪽 끝에는 학술지에 발표하거나 연구지 지원을 할 때 결과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것

처럼 사실이지만 세심하게 만들어진 주장이 있다.

그리고 이 스펙트럼의 가운데에서 우리는 과학에서 가장 해로운 결함 중

상당수를 찾을 수 있다.

(pg 261)

물론 저자 역시 책 후반부에 여러 연구 부정 사례들을 인용하며 철저한 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94%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약이 사실은 97%의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해서 실험을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저자는 묻는 것이다.

일군의 네덜란드 저자들이 쓴 '과학 논문 작성 기술'이라는 논문은 1,500번 이상 인용됐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런 논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학술적 글쓰기 문체 지침서의 일부로, 참고 문헌 형식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논문에 그 글을 인용했다.

(pg 260)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또 결정사항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믿음직해 보이는 결과물이나 수치에 기대어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 하게 마련이라는 점에는 공감이 된다.

하지만 결정이라는 무게를 온전히 부담할 과학적 수치나 결과물은 그리 쉽게 도출되는 것이 아니며 연구자들도 그 사실을 알다 보니 점점 더 책임을 회피하는 언어를 쓰게 된다고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전반적으로 쉬운 책은 아니었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역사 속 사례부터 코로나19 등 우리 삶에 밀접한 사례까지 굉장히 많은 사례를 들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나은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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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월간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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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길었던 아이의 겨울 방학도 이제 끝이 보인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아이를 격려하듯 산뜻한 초록색 표지의 독서평설 3월호가 나와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작가인 '주쓰'의 그림이 반겨준다.

익숙한 그림과 함께 새 학기 특집으로 어린이들이 새 학기를 맞으면서 숙지하면 좋을 마음가짐에 관한 여러 정보를 담고 있다.

이제 학창 시절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여러모로 부담이 될 것이다.

학교는 그대로라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새롭게 바뀌면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스무 명이 넘는 반 친구들이 모두 자신의 마음에 들 수도 없을 텐데, 잘 지내기 어려운 친구들에 대처하는 방법까지도 수록되어 있어 첫 기사부터 아이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다.

중반부에서는 장난감 병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파손된 장난감을 수리하고 안 쓰는 장난감을 다른 장난감으로 교환해 주기도 하는 곳으로 모든 운영이 할아버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장난감의 경우 소재가 복합되어 있어 재활용도 극히 어려운 품목이라고 하는데, 장난감의 수명을 늘려 환경도 보호하고, 노년층의 재능기부 활동의 장도 마련해 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의 글은 물론이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설탕, 밀가루 답함과 같은 시사 문제도 다루고 있다.

담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꽤 어려운 단어인데, 단어의 뜻과 함께 왜 담합이 문제가 되는지도 상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월말쯤 되면 아이가 먼저 독서평설 언제 오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한참 잘 읽다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가는 느낌이고 다시 다음 달 호가 도착하니 기다리는 맛도 있고 기대도 더 되는 모양이다.

학교에서도 자투리 시간에 읽을 책을 한 권 이상씩 꼭 가져오라고 하는데, 그럴 때 챙겨 다니기에도 좋아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아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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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정한 이웃들 걷는사람 소설집 19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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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몇 년 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포착해 재미난 이야기로 엮은 '기록자들'이라는 단편집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늘 지하를 향한다던 저자의 고백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었는데 이번에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책 역시 단편집으로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 첫 두 작품은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시작을 여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들'과 '두더지'라는 제목의 두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빨갱이' 사냥을 다루고 있다.

강박적으로 온 동네의 틈이란 틈은 다 막고 다니는 한 남자가 왜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섬뜩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인데, 이 두 작품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짧은 작품임에도 고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는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맞아도 사람은 죽지 않는구나. 아닌가? 안 죽을 만큼만 때리는구나. - 중략 -

안 죽게 때려 주니 고맙구나. 고마운 사람이구나.

(pg 57)

중반쯤에 수록된 '안녕 미미시스터즈'라는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으로 한 여학생이 투신자살이라는 결말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외면하는 대다수의 학생들과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어떻게든 사태를 넘겨버리고 싶은 학교라는 학교 폭력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결코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분명 저자가 지어낸 이야기일 텐데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것은 그만큼 그의 이야기가 현실을 투명하게 잘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급하지 않은 그 밖의 작품들에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라는 것의 다양한 형태를 만나볼 수 있다.

국가에서, 사회에서, 세대 간에, 이웃 간에 우리는 크고 작은 폭력들을 목격할 수 있다.

저자가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듯이 폭력이란 꼭 신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걱정이라는 탈을 쓰고 타인의 상처를 자꾸 헤집는 행위 역시 폭력이다.

그렇게 크고 작은 폭력들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픽션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자주, 많이 발표하는 작가는 아닌지라 오랜만에 저자의 작품을 만나본 느낌이다.

읽었던 두 책 모두 강하게 인상이 남아서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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