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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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차일드 호더'라는 작품 이후 두 번째로 접하는 저자로, 유명한 페이지 터너답게 국내에도 여러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이번 작품은 스승과 제자 간에 선을 넘는다는 사회적 금기를 다루고 있다기에 저자 특유의 자극적인 맛이 얼마나 발휘될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저자의 작품은 마지막 반전을 위해 읽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므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작품의 주요 인물은 세 명으로 이중 둘이 부부이자 한 고등학교의 교사이며 다른 한 명은 이 둘의 수업을 듣는 여학생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문제를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학생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원로 교사의 집 근처를 서성거리다 둘이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되어 결국 원로 교사가 퇴직하는 사건을 일으키고 만다.

학생들의 신임이 두터웠던 교사가 퇴임하자 다른 학생들이 온갖 방법으로 여학생을 괴롭게 만든다.

이렇게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리던 여학생을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교사가 다독여주면서 가까워지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건들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작품을 두 작품 읽었는데 둘 다 사건의 시발점이 가정 폭력이라는 점과 사고를 가장한 살인으로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은 엄연히 관찰 가능한 사회적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 폭력 피해자가 모두 범죄자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너무도 많은 작품들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룸으로 인한 식상함도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매력이라면 가정 폭력 피해자가 또 다른 범죄의 희생양이 되기 쉬운 심리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학창 시절과 지금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무렵이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자신의 성장 수준과 사회에서 인지하는 성장 수준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시기였던 것 같다.

본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성장했고 이제 알 것은 다 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겠지만,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아직도 터무니없이 어리게 보일 수도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타인의 친절함 속에 어떤 가면이 숨겨져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작품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여학생의 시각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받는 배척의 괴로움과 함께 이때 나타나는 주변인의 진짜 선의와 선의를 가장한 마수 속에서 느끼는 혼란을 극적인 사건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

여기에 저자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두 작품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 두 작품이 소재나 전개에 있어 유사성이 굉장히 많았고, 이런 장르에 대한 경험치가 많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스토리였던 것 같아서 앞으로도 저자의 책을 자주 찾게 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읽는 사람에게 충분한 재미를 준다는 점은 확실하므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거나 부담 없이 읽을 책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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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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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칼 세이건의 역작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에 이끌렸다.

저자가 누구길래 감히 전설과도 같은 그 책을 뛰어넘을 생각을 했을까 싶을 텐데, 사실 원제는 '우주의 개략적인 역사와 그 속의 우리의 위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고 책 제목은 국내 출판사에서 만든 모양이다.

어찌 됐든 원제보다는 흥미로워 보이고, 책의 주제인 우주 이야기와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입자 물리학자이자 암흑물질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 덕분에 이 책은 우주 이야기를 빅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기 시작했는지부터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 세계관에서 코페르니쿠스 혁명, 뉴턴의 고전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현재의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류의 과학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거나, 복잡함 속에서 대칭을 발견하거나,

자연 세계의 눈부신 다양성 아래 숨어 있는 통일성을 찾아내려는 이러한 충동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내재된 것이다.

이 성향은 이후 모든 과학적 탐구의 근본이 되어왔다.

(pg 108)

물질의 구성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던 인류의 노력은 역설적으로 우주의 스케일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지구의 강력한 중력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 직접 우주에 나가 우리 주변의 별과 은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직접 가서 알아낼 수 없다.

하지만 미시 세계를 연구한 우리는 까마득하게 먼 천체들의 거리와 구성 성분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지식들은 우리가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를 자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연은 수없이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섰다.

어쩌면 자연이 품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pg 154-155)

우주를 연구하는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찾자면, 이토록 넓은 우주에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다른 생명체가 진짜 없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우리와 비슷한 생명체라면 응당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탄생했을 것이므로 골디락스 존이라고 불리는 범위 위주로 찾았었는데, 현재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로키처럼 우리와 전혀 다른 구성 물질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비중 있게 연구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처럼 탄소 기반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보다 개별 천체들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 물질과 대사 체계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우리와 같은 지적 수준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정말 미생물 수준의 단순한 생명이라도 좋으니 지구 외의 천체에서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되는 날을 보게 되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천체를 찾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고갈되는 지구의 자원 문제, 매년 심화되는 환경 및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일 텐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런 노력을 지구 환경 보존에 쓰면 좋겠다 싶기는 하다.

하지만 SF 작품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지구 외의 천체에서 살아갈 인류를 상상해 보는 일이 너무도 흥미롭고 설레는 일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 행성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이곳에서 생을 시작했고

또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

지구에 등장했다 소멸한 수많은 생명체들 그리고 우리 이전의 무수한 세대의 인간들

모두가 이 세계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어난 곳에서 죽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기 시작했다.

(pg 280)

원제에 충실하게 어려운 수식 없이 개략적으로 인류가 우주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어서 과학 교양서를 처음 접한다면 꽤 알찬 느낌을 받을 것이고, 이미 해당 분야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흐름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정보의 양과 질이 매우 좋아서 과학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관계를 갈망하는 사회적 종인 우리에게 이 거대한 우주에서

홀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더욱 불안하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이런 가능성은 우리 존재의 의미를 한층 더 심오하게 만든다.

생명이라는 실험이 우주 어딘가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아는 한 그렇다), 지구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그 자체로

지대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설령 우리가 혼자가 아니더라도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거의 틀림없이 어디에도 견줄 만한 사례가 없을 것이다.

(pg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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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 과학 드립니다
정윤선 지음, 시미씨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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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독서욕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어린이용 책도 자주 접하는 편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아이에게 추천해 주는 책들의 성공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용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부모 마음에도 들고 아이의 반응도 좋으면 '이 책은 시리즈로 나와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역시 그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통해 과학 이야기를 풀어내는 접근법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싫어하는 아이를 찾기 힘든 라면이라는 소재로 돌아왔다.



물론 라면은 식품 공학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기술의 산물이다.

특히나 컵라면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뜨거운 물만 있으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그 안에 담긴 과학도 방대할 것이다.

이미 받아진 물에 포함된 열로만 익혀야 하는 방식 상 뚜껑을 잘 덮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를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아쉽게도(?) 제목처럼 라면에 대한 과학 이야기는 표지에 등장하는 두 개의 컵라면 이야기가 전부다.

대신 편의점에서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음료와 샌드위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것질거리들에 담긴 과학 이야기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탄산음료를 매우 좋아하는데 건강 때문에 제로로 바꾼지 꽤 되었다.

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에 대한 이야기도 한 꼭지 수록되어 있어서 관심 있게 읽었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지금 아이들이 먹는 음식들은 불과 몇 세대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변화가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겠지만, 굶주리는 사람을 줄여왔다는 분명한 사실 앞에서는 과학의 힘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도 우리가 편하게 먹는 음식들에 수많은 과학적 원리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면, 무심코 먹는 음식들이 단순히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를 먹고 싶어 한다는 사소한(?) 단점 외에는 장점으로 가득한 책이므로 아이를 둔 부모라면 관심 있게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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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김남우 김동식 소설집 3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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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e북으로 읽었으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 발췌문에 페이지는 생략함)

저자의 이름을 인지한 지 한 달이 좀 넘었는데 벌써 세 번째 읽는 저자의 책이다.

이 작품 역시 그리 길지 않음에도 스무 개가 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처럼 '김남우'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저자의 작품집 속 인물들은 늘 몇 가지 이름으로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이 책만의 특징이라고 하면, 다른 작품집보다 강간이나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다룬 작품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읽은 두 권의 작품집이 주로 SF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 위주여서 그런지 이번 책만의 색채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이번 작품집도 저자 특유의 간결한 서사와 예상치 못한 막판 반전의 재미는 유효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보다 재미있었던 점은 강력 범죄를 다루면서 일반 대중들의 '법감정'을 대단히 민감하게 캐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낮다는 인식은 실제로 그러한지에 대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력 범죄들의 대법원 판결이 뉴스에 오르면 '저러니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지', '판사 자식이 당해도 그렇게 판결했을까', '나라가 범죄를 부추긴다'와 같은 댓글들이 금세 베스트에 오르게 마련이다.

그만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처벌 수준에 실망한 경험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대중들의 감정을 달래주듯 읽는 이의 공분을 살 법한 강력 범죄자들을 만든 뒤, 사적 제재를 포함한 단죄의 칼날을 가감 없이 휘두른다.

그러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런 결말이라면 만족하겠어?'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너희들이 상상했던 그 이야기들이, 너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야.

이런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현실.

너희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야.

정말, 끔찍하게 무서운 이야기 아니야?

('김남우 교수의 무서운 이야기' 中)

물론 개인적으로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지는 않다.

저자의 결말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대혼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도 잔혹한 범죄자들에게 복수에 가까운 처벌을 한다는 이야기가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인류의 '최애 주제'라 할 수 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도덕적 소명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그 주제가 주는 재미는 반감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역시 언제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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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라 - 헤르만 헤세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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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 이름은 익숙하지만 책 제목은 생소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지은 작품의 제목이 아니라 그의 대표적인 성장 소설들을 하나로 묶어낸 책으로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까지 총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데미안을 제외하면 처음 접하거나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나지 않아 꽤나 생소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포문을 여는 작품은 학창 시절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다.

워낙 옛날에 읽어서 그때의 감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는데, 그때는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숨 막히는 작품이었는지 잘 몰랐을 것 같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감정 이입이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정말 단어 의미 그대로 주변의 기대에 억눌린 한 청춘이 서서히 숨이 막혀가다 쓰러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30여 년을 자식으로만 살다가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산 삶이 어느덧 10년을 넘어가니 지금은 주변의 기대라는 것만큼 양날의 칼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은 부모가 자신에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도 실망하지만, 반대로 너무 큰 기대를 쏟아 그 기대에 부응하기 벅찰 때에는 자괴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 작품 속 '한스'는 주변의 기대에 맞추는 삶을 살다 잠깐 발을 헛디뎠을 뿐인데 결국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 실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늘 부족했던 지금 여기의 사람들도 누구나 한번은 자각했던 바일 것이다.

자칫 여기서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지금의 위치에서 영원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가혹한 현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지쳐 버린 노새는 길가에 쓰러져, 더는 쓸모가 없게 되어 버렸다.

(pg 145, '수레바퀴 아래서' 中)

이어지는 '데미안'은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적이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두 번째 순서로 읽으니 그 감상이 또 다른 느낌이었다.

첫 작품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결국 찾지 못한 채 스러져간 청춘의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바에 비교적 근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살면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스'에게는 그의 방황을 지켜봐 줄 누군가가 전혀 없었지만, '싱클레어'에게는 자신의 실수를 이해하고 지켜봐 주며 진정한 충고를 건네는 '데미안'이 있었다.

그래서 '한스'가 결국 자신까지 파괴하는 결과에 도달했다면 '싱클레어'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서도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

눈을 뜬 인간, 이성의 영역에 발을 디딘 인간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 하나,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다. 결의를 굳히고 각오를 새로 하여,

손으로 더듬어서라도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

그 밖에는 어떤 임무도 없다. 원래 없었다.

(pg 398, '데미안' 中)

마지막에 수록된 '싯다르타'는 이번 기회에 처음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당연히 우리가 익히 아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그린 작품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석가모니는 이 작품 속에서도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본명을 딴 싯다르타라는 인물은 젊은 시절 석가모니를 만나 큰 감화를 받지만 그를 추종하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한다.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이 직접 진리를 얻어보겠다며 큰 소리를 치고는 온갖 방황을 스스로 경험한다.

이야기의 전개가 꽤나 신선했는데, 보통은 세속에 찌들어 있던 인물이 어떤 계기를 통해 고행이나 수행에 떠나게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싯다르타는 오히려 젊은 시절에는 고행과 단식을 이어가다 청장년기에 온갖 세속적인 삶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세속적인 즐거움, 즉 부와 명예, 주색과 도박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에 빠져버린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타락을 인지하고는 다시금 수행자로 돌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는 결국 지식, 즉 언어로 전해지는 것들을 통해서는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어릴 적 생각대로 살아간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근원적인 샘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결국 탐색일 뿐, 돌아가는 길이며,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될 수 있다.

(pg 459, '싯다르타' 中)

이 작품에서 싯다르타가 가진 특별한 능력은 바로 누구에게서나 무언가를 배우는 능력이다.

작품 속에서 직접 자신은 여러 사람에게 배운다고 언급한다.

심지어 장사꾼이나 도박꾼에게서도 배운 것이 있다고 말이다.

결국 그는 노년에 접어들어 강에게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길을 발견해야 하고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결코 자신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물론 같은 자극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그 반응은 다를 것이므로 주변의 영향이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세 작품을 연이어 읽고 나니 왜 이 작품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는지도 어렴풋이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의 기대에 지쳐 요절한 한스를 지나면 청춘을 바쳐 자신의 길을 찾고자 했던 싱클레어를 만나고, 마지막에는 온갖 삶의 모습을 경험한 뒤 노년의 몸으로 강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싯다르타를 만나게 된다.

이 세 사람이 보여주는 방황과 고뇌의 길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모습들일 것이다.

세 작품이 수록된 만큼 꽤 두꺼운 책이지만 수록작들이 워낙 훌륭해서 그런지 읽는 과정이 그리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세 작품을 각각 접할 때와는 다른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이므로 이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순서대로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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