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 원정대 - 118개 캐릭터로 마스터하는 주기율표 공략집
아게도리도리 지음, 박재현 옮김, 장홍제 감수 / 윌북주니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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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보통 택배로 책이 와서 집사람이 받으면 내 책인지, 아이 책인지만 정도만 전해주는 아내가 이번에는 대체 이 책은 무슨 생각으로 신청한 책이냐며 반문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딸아이가 읽기에도, 내가 읽기에도 뭔가 좀 어울리지 않을 법한 표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요사스러운 표지의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주기율표를 좀 외워보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도 억지로 외웠던 터라 시험 보고 나니 정말 거짓말처럼 까맣게 다 잊어버렸다.

물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주기율표를 알아야 할 일은 극히 없지만, 뭔가 과학 교양서를 자주 읽다 보니 주기율표를 알아두면 확실히 이해의 정도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무턱대고 빡빡이 쓰면서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고민하던 차에, 마치 판타지 만화를 보듯이 원소기호마다 캐릭터를 입혀 주기율표를 설명해 준다는 책이 있길래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처음 받아든 소감은 '생각보다 정신없다'였다.

118개나 되는 원소의 이름만으로도 정보의 양이 상당한데 각각의 원소마다 화려한 색채의 그림과 함께 캐릭터도 붙여놓고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이 모여 사는 국가와 같은 설정들도 붙여두었다.

따라서 순수하게 원소의 이름과 성질만 외울 때보다 오히려 정보의 양은 더 많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판타지 세계관을 좋아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이러한 접근법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수백 종이 넘는 포켓몬스터만 생각해 봐도 각 개체들의 이름은 물론 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속성이 물인지 불인지 같은 설정들은 누가 억지로 외우라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지지 않던가.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재미난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 본다 생각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원소 기호와 성질을 조금씩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필수적인 정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아래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설명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 귀여운 그림까지 더해져 태양의 핵융합 과정을 굉장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g 41)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숙한 아이들이라면 단박에 알아볼 법한 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그림은 커뮤니티를 해 본 사람이라면 원본이 어떤 사진인지 바로 떠올라 웃음이 지어지면서도 아르곤을 '희귀 원소'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를 매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pg 45)

끝까지 쭉 훑어본 소감으로는 주기율표를 좀 쉽게 외워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그다지 적합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가 화려한 그림에 이끌려 읽어보더니 "아빠, 사람의 몸에는 인이 꼭 필요하데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함께 도출되어 기분이 좋았다.

책의 기획도 화학 공부를 막 시작하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끔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간 매우 재미난 콘셉트의 책이므로 초등부터 중등까지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화학 입문을 위해 한번 눈여겨볼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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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용병단 눈떠보니 과학 4 - 환경과 에너지 기초 튼튼 통합과학 시리즈
알에스미디어 지음, 정수영 그림, 대치동 솬쌤(김소환), 111퍼센트 감수, 운빨용병단 원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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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용도 좋고 아이도 좋아해서 벌써 네 번째 만나는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통합과학'을 다루는데, 우리 때 물리, 화학, 생물 등 나누어서 배우던 것들을 함께 배우는 교과목으로 고등학교부터 적용되는 모양이다.

통합과학이라고 검색해 보면 '기초가 안 되어 있는데 선행해도 될까요'와 같은 학부모 걱정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은 모양인데, 어린 나이부터 통합과학이라는 개념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 4권의 주제는 '환경과 에너지'다.

두 단어가 왜 묶여있는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우려하는 환경 문제들의 원인이 바로 에너지 사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환경 문제야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책에서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생태계 파괴다.

생태계 파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먼저 설명해야 하므로 생물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우리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는 곧 우리 종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생태계가 파괴되는 이유는 단연 환경 오염 때문일 텐데, 책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엘니뇨 등의 현상도 함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렇게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에너지 사용의 부산물들이 지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는 결국 태양에서 시작되므로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라 할 수 있는 태양 에너지의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어 전기 에너지를 소개하는데, 학창 시절에 배웠던 '오른나사 법칙'이 등장한다.

사실 이 명칭보다는 오른손의 엄지는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은 그림이 더 익숙했는데, 그림을 보자마자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기억이 탁 떠올랐다.

그리고 환경 문제를 완화하면서 우리의 에너지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소개된다.

수소, 태양열, 지열, 조력, 바이오 에너지와 같은 것들이다.

아직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AI의 발전과 함께 전력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어서 오히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는 더 낮아지고 있지 않나 우려도 되는데 어린이들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다면 인류의 미래도 조금은 더 나은 길로 향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운빨용병단' 캐릭터들이 모험을 펼쳐 나가고, 그 안에 연관된 과학 지식들을 소개하는 전체적인 형식은 이번 4권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학습 만화보다는 텍스트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고, 수록된 과학 지식들의 수준도 단순 어린이 만화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따라서 귀엽고 재미난 표지 때문에 내용이 걱정되는 부모라면 안에 담긴 내용 위주로 훑어본다면 분명 마음에 들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이가 좋아하는지는 그다음에 걱정할 부분이다.)

우리 아이는 매우 좋아해서 오자마자 다 읽은 후 5권은 언제 나오냐고 묻는 것을 보면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과학이라는 학문에 재미를 붙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한 심리적 저항을 어릴 때부터 조금씩 줄여줄 수만 있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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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될 줄
재수 지음 / 심플라이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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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도 재미있지만 기묘한 자세로 가족사진을 찍은 듯한 표지도 재미있다.

자신의 일상을 간단한 글과 함께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라는 소개가 눈에 띄었다.

사실 만화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고 자극적인 맛도 덜한 일상 소재의 매력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고양이를 세 마리나 키우고 있는 저자라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해 마냥 영상만 찾아보는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책이 도착하면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막상 기대했던 아내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가 너무 재미있게 읽는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모습이었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도 보면서 "엄마 아빠도 나 가졌을 때 이랬어요?", "저도 어렸을 때 이랬어요?"와 같은 궁금증들을 유발하기 좋은 모양이다.

물론 저자의 에피소드들 자체가 주는 재미도 상당했다.

일단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경험한 자로서 느끼는 공감대가 컸다.

딸아이를 아내가 만으로 서른이 되었을 때 낳았는데, 요즘치고는 굉장히 이른 편인데도 임신 과정이 아주 순탄치는 않았었다.

그렇기에 저자 부부가 느꼈던 좌절과 두려움이 10년 전 우리 부부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에피소드들에서는 공감대가 더 커졌다.

물론 육아 과정이 마냥 즐거우냐 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매우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아이의 인사를 받았던 경험은 죽기 직전까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육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그 경험 하나로도 아이를 낳을 충분한 이유가 되므로 너무 겁먹지 말고 꼭 경험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저작권이 있으니 여러 페이지를 소개하지는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고 공감이 많이 됐던 그림 딱 한 컷만 소개하고 싶다.

아이가 어릴 때 정말 많이 하던 짓(?)이었는데 요즘은 아이 볼살이 다 없어져서 불가능해진 터라 더욱 그리운 모습이기도 하다.


(pg 227)

기본적으로는 그림이 메인이므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주가 된다.

간혹 그림에 다 담지 못한 내용은 글로 풀어쓰기도 하는데, 그림이 주는 소소한 감동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보면서 공감 가는 부분을 아내나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우리랑 똑같지 않아?"라며 대화의 시작점으로 삼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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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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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차일드 호더'라는 작품 이후 두 번째로 접하는 저자로, 유명한 페이지 터너답게 국내에도 여러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이번 작품은 스승과 제자 간에 선을 넘는다는 사회적 금기를 다루고 있다기에 저자 특유의 자극적인 맛이 얼마나 발휘될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저자의 작품은 마지막 반전을 위해 읽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므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작품의 주요 인물은 세 명으로 이중 둘이 부부이자 한 고등학교의 교사이며 다른 한 명은 이 둘의 수업을 듣는 여학생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문제를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학생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원로 교사의 집 근처를 서성거리다 둘이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되어 결국 원로 교사가 퇴직하는 사건을 일으키고 만다.

학생들의 신임이 두터웠던 교사가 퇴임하자 다른 학생들이 온갖 방법으로 여학생을 괴롭게 만든다.

이렇게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리던 여학생을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교사가 다독여주면서 가까워지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사건들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작품을 두 작품 읽었는데 둘 다 사건의 시발점이 가정 폭력이라는 점과 사고를 가장한 살인으로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은 엄연히 관찰 가능한 사회적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 폭력 피해자가 모두 범죄자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너무도 많은 작품들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룸으로 인한 식상함도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매력이라면 가정 폭력 피해자가 또 다른 범죄의 희생양이 되기 쉬운 심리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학창 시절과 지금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무렵이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자신의 성장 수준과 사회에서 인지하는 성장 수준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시기였던 것 같다.

본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성장했고 이제 알 것은 다 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겠지만,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아직도 터무니없이 어리게 보일 수도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타인의 친절함 속에 어떤 가면이 숨겨져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작품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여학생의 시각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받는 배척의 괴로움과 함께 이때 나타나는 주변인의 진짜 선의와 선의를 가장한 마수 속에서 느끼는 혼란을 극적인 사건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

여기에 저자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두 작품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 두 작품이 소재나 전개에 있어 유사성이 굉장히 많았고, 이런 장르에 대한 경험치가 많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스토리였던 것 같아서 앞으로도 저자의 책을 자주 찾게 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읽는 사람에게 충분한 재미를 준다는 점은 확실하므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거나 부담 없이 읽을 책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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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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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칼 세이건의 역작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에 이끌렸다.

저자가 누구길래 감히 전설과도 같은 그 책을 뛰어넘을 생각을 했을까 싶을 텐데, 사실 원제는 '우주의 개략적인 역사와 그 속의 우리의 위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고 책 제목은 국내 출판사에서 만든 모양이다.

어찌 됐든 원제보다는 흥미로워 보이고, 책의 주제인 우주 이야기와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입자 물리학자이자 암흑물질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 덕분에 이 책은 우주 이야기를 빅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기 시작했는지부터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 세계관에서 코페르니쿠스 혁명, 뉴턴의 고전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현재의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류의 과학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거나, 복잡함 속에서 대칭을 발견하거나,

자연 세계의 눈부신 다양성 아래 숨어 있는 통일성을 찾아내려는 이러한 충동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내재된 것이다.

이 성향은 이후 모든 과학적 탐구의 근본이 되어왔다.

(pg 108)

물질의 구성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던 인류의 노력은 역설적으로 우주의 스케일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지구의 강력한 중력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 직접 우주에 나가 우리 주변의 별과 은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직접 가서 알아낼 수 없다.

하지만 미시 세계를 연구한 우리는 까마득하게 먼 천체들의 거리와 구성 성분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지식들은 우리가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를 자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연은 수없이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섰다.

어쩌면 자연이 품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pg 154-155)

우주를 연구하는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찾자면, 이토록 넓은 우주에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다른 생명체가 진짜 없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우리와 비슷한 생명체라면 응당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탄생했을 것이므로 골디락스 존이라고 불리는 범위 위주로 찾았었는데, 현재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로키처럼 우리와 전혀 다른 구성 물질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비중 있게 연구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처럼 탄소 기반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보다 개별 천체들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 물질과 대사 체계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우리와 같은 지적 수준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정말 미생물 수준의 단순한 생명이라도 좋으니 지구 외의 천체에서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되는 날을 보게 되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천체를 찾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고갈되는 지구의 자원 문제, 매년 심화되는 환경 및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일 텐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런 노력을 지구 환경 보존에 쓰면 좋겠다 싶기는 하다.

하지만 SF 작품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지구 외의 천체에서 살아갈 인류를 상상해 보는 일이 너무도 흥미롭고 설레는 일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 행성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이곳에서 생을 시작했고

또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

지구에 등장했다 소멸한 수많은 생명체들 그리고 우리 이전의 무수한 세대의 인간들

모두가 이 세계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어난 곳에서 죽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기 시작했다.

(pg 280)

원제에 충실하게 어려운 수식 없이 개략적으로 인류가 우주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어서 과학 교양서를 처음 접한다면 꽤 알찬 느낌을 받을 것이고, 이미 해당 분야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흐름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정보의 양과 질이 매우 좋아서 과학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관계를 갈망하는 사회적 종인 우리에게 이 거대한 우주에서

홀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더욱 불안하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이런 가능성은 우리 존재의 의미를 한층 더 심오하게 만든다.

생명이라는 실험이 우주 어딘가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아는 한 그렇다), 지구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그 자체로

지대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설령 우리가 혼자가 아니더라도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거의 틀림없이 어디에도 견줄 만한 사례가 없을 것이다.

(pg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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