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독서평설 2026.1 독서평설 2026년 1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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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새해와 함께 아이는 겨울 방학을 맞았다.

언제나 천방지축인 아이가 이제 곧 3학년이 된다.

흔히 초등학교 1, 2학년은 육아의 연장선이었고 3학년부터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된다고들 한다.

사교육 시장에서 마냥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교육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부모라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문해력 향상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우리 부부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터라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도 좋고 아이도 좋아했던 것이 바로 독서평설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 1월호 역시 여러 정보와 재미로 무장하고 있다.

먼저 붉은 말의 해를 기념하며 말에 대한 재미난 정보들로 시작한다.

말의 시야각이 350도나 된다는 점, 말띠로 태어난 역사적 위인들 중에 아이작 뉴턴도 있다는(물론 본인이 말띠라는 점은 죽을 때까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깨알 같은 지식들을 얻어 갈 수 있다.

시사 코너에서는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최신 이슈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 새해 목표 설정을 위한 만다라트 만들기, 문해력 향상에 빼놓을 수 없는 속담과 맞춤법 코너도 유익해 보였다.

특히 이번 호에 수록된 연재만화의 주제가 우리 집 분위기와도 잘 맞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은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고는 한다.

도서관에서 실컷 책을 읽다가 지겨워지면 대출할 책을 챙겨 산책도 할 겸 근처의 카페를 찾는 루틴인데, 이 만화에서도 할 일이 없을 때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딸아이는 이제 익숙해져서 월마다 도착하면 먼저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을 읽고 심심할 때마다 새로운 기사들을 뒤적이며 꽤 오래 잘 보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잡지이므로 처음부터 정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긴 분량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잡아주려는 목적이라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방학이라고 매일 거창하게 무언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달도 독서평설이 있어 아이가 자유시간을 조금 더 재미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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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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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드디어 저자의 우주 3부작 중 나머지 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

그의 우주 시리즈가 화성은 물론 수십 광년이 떨어진 다른 항성계까지 무대를 넓혔던 반면 이 작품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을 무대로 삼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도 '재즈'라는 이름의 여성이며 과학자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외딴 천체에 홀로 툭 던져지지 않는다는 차이점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 작품이 참신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존 작품들과 결이 좀 달라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의 배경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달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달에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의 소도시가 건설되어 있고 약 2천 명 정도의 구성원들이 우주 생활에 필수적인 기능들과 함께 관광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의 도시이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구의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행정이나 법률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이 꽤나 미흡한 편이다.

주인공은 사우디 출신의 여성으로 공식적인 직무는 배달업(그렇다. 우주 시대가 열려도 배송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모양이다.)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달에 반입이 금지된 물품들을 몰래 빼돌려 파는 밀수업자다.

엄격한 용접공이자 무슬림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여러 자잘한 사고를 치는 좌충우돌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거액의 범죄 계획에 가담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일단 돈을 벌어 팔자를 펴고 싶었던 그녀가 범죄에 발을 담그게 되면서 2천 명 규모의 달 사회 전체가 들썩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의 다른 우주 시리즈와는 분위기나 전개가 확연히 다르다.

일단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우주라는 자연 그 자체의 엄청난 힘 앞에 홀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려 애썼던 다른 두 작품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재즈를 돕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물론 재즈가 과학자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계산에 굉장히 능한 것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그녀를 돕는 사람들도 굉장히 유능한 편이라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해가고는 한다.

오히려 그녀의 작중 행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그녀를 돕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아르테미스가 작은 사회이고 그들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기에 그 공간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돕는 것이라는 점을 작품에서도 충분히 강조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타인들의 신뢰가 살짝 과도할 정도로 작품을 크게 좌지우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의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끝을 맺을 때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터무니없는 행운들이 겹쳐 주인공 보정을 해주던 기존 작품들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 역시 고립무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전개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저자의 우주 3부작을 모두 읽어보게 되었다.

아주 빼어난 문장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에서 다루는 과학적인 부분들이 적지 않기에 오히려 현학적이지 않은 문체가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주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작가라는 점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3부작 중 두 편이 벌써 영화로 제작되었으니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할 경제적인 유인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3부작을 읽은 팬으로서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들을 더 들려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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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쉬워지는 초등 신문 - 국어, 수학, 사회, 도덕, 과학, 음악, 미술까지 100점 맞는 통합 학습북
서미화 지음 / 경향BP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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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이가 생기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느낌이다.

징징거리기만 할 줄 알았던 딸이 벌써 몇 달 후면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흔히 3학년부터는 교과 공부가 많이 어려워진다고들 한다.

사실상 육아의 연장이었던 1, 2학년과는 차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에서 부모들 마음을 뒤흔들기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 마음 편하자고 무턱대고 학원을 보내는 건 부모나 아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 고민만 하던 차에 아이와 함께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 나와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표지에서도 보이듯이 여러 주제를 담아내고 있지만 주력은 역시나 문해력 위주의 국어 실력 향상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수능에서 비문학이라 불리는 영역을 강화해 준다고 보면 되겠다.

주제가 워낙 많아 아이가 흥미로워할 부분부터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부분이어서 관심 있게 읽었다.

사실 언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게 마련이므로 'ㅋㅋㅋ'라는 표현이 사전에 실리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pg 44-45)

이처럼 살짝 길이감이 있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구성이다.

문제도 OX 퀴즈부터 객관식, 주관식, 줄 긋기, 따라 쓰기 등 지문에 따라 다양하다.

특히 OX 퀴즈는 내용이 맞는지 틀린 지를 확인하기 위해 반복해서 지문을 읽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좋았다.

내용은 매우 좋지만 아이들이 마냥 재미있어 할 만한 책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옆에서 같이 읽으면서 아이를 독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루에 지문 하나씩만 풀어도 이번 겨울 방학이 금방 갈 것 같은 느낌이다.

마냥 학원으로 보내는 대신 아이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집에서 부모가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좋은 책이므로 방학 때 아이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부모라면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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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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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수상 이력도 상당하고 작품 수도 적지 않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저자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게 된 저자의 작품이다.

웬만해서는 내가 읽는 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내가 섬뜩한 표지에 한번, 저자 이름에 한번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저자 이름을 본 아내가 '유명한 작가지만 자기 스타일은 아닐 것 같은데'라고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역시 아내가 나를 나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은 연작소설 형태로 중년의 남성 넷이 모여 커피집을 순회하며 괴담 이야기를 나누는 '커피 괴담' 세션을 주기적으로 가진다는 내용이다.

넷 중 둘은 음악 관련 일을 하고 한 명은 외과의사, 한 명은 검사로 직업이 다른 만큼 개성도 각기 다르지만 오랜 친구들이어서 서로를 잘 알고 괴담 이야기를 즐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총 여섯 번의 세션을 가지는데, 직업이 다른 중년 남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해 각각의 세션마다 계절도 차이가 크고 배경이 되는 장소도 계속해서 바뀐다.

연작소설 형식이어서 각 세션마다 일종의 클로징이 있으면서도 이전 내용이 다음 세션에 일부 이어지게 되므로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다 읽고서 가장 먼저 든 소감은 생각보다 심심하다는 것이다.

꽤나 섬뜩한 표지를 자랑하는데, 막상 안에 담긴 괴담들은 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 밤에 친구들과 나누던 괴담의 수준과 그리 다르지 않다.

사건 현장에 애완견이 보여서 쫓아갔더니 그 자리에 불에 탄 주인과 강아지의 시신이 있었다던가, 단골 술집에서 늘 앉는 자리에서만 들리는 기이한 소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자리에서만 들리는 바람 소리였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작품의 중반까지는 이런 이야기들을 중년의 남성들이 커피나 홀짝이면서 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다지 몰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인물들의 초점이 어디선가 주워들은 괴담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로 조금씩 옮겨가자 저자의 의도가 단순한 괴담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사회의 중견 톱니바퀴로서 그저 굴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 자체가 가지는 낭만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인생이란 게 한 번 왔다 가면 그만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고매한 목표를 내걸고 꾸준히 노력하여 멋진 인생,

풍요로운 인생을 걷고 있는 사람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몬처럼 가볍고 실체 없는(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인생도 역시 인생이다.

다몬은 이렇게밖에 살 수 없으니까, 그것도 역시 한 번뿐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견실한 인생'과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pg 212)

요즘 들어 회식을 하거나 지인을 만날 때 종종 들었던 감상이기도 하다.

회사 사람들이야 회사 이야기 아니면 나눌 거리가 없고, 오랜 지인이라도 공통 주제가 없다면 재테크나 드라마 이야기나 나누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이 일상의 소중함으로 다가올 때가 분명 있다.

젊을 때 치열하고 심각한 고민을 나누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예전에 심각하게 느껴졌던 것도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미 중년인 작품 속 인물들은 무해한 친구들과 모여 조금은 시답잖지만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목적이 없어서 좋은 수다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제나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약간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즐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강렬한 표지가 무색할 정도로 무서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내의 예언(?)대로 저자의 책을 자의로 다시 선택할 것 같지는 않지만, 궁금했던 저자의 작품을 하나 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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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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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구입

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인데 단편집 말고는 아직 읽어본 적이 없었다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저자의 책이 쭉 나열된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사게 된 책이다.

저자의 장편을 처음 접했는데, 어떻게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는지를 제대로 느껴보게 되었다.

일단 소재가 굉장히 자극적이다.

작품은 물려받은 유산으로 돈 걱정 없이 영세 규모의 출판사를 운영하는 남성인 '빅터'의 이야기다.

이렇게 아무런 고민이 없을듯한 그는 매력적인 아내를 얻게 되는데, 문제는 아내가 다른 남자들에도 지나치게 매력적이라는 점이었다.

둘 사이에 아이도 하나 있었지만 가정에 얽매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 그의 아내는 상습적으로 다른 남자를 찾는다.

작은 마을이지만 그 마을을 찾는 외지인은 일단 건드리고 보니 그리 길지 않은 작품인데도 바람의 대상이 되는 남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빅터의 반응이다.

어차피 그녀의 관심이 지속적이지 않으니 그러다 말겠지 싶어 그냥 놔두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가 있는 집에 내연남을 자주 부르는데, 그는 속으로는 불만이어도 예의를 갖추어 일반적인 손님처럼 대접한다. (참아, 내 안의 유교 드래곤)

물론 눈치를 주기는 하지만, 그의 아내가 그 앞에서도 애정 행각을 숨길 생각이 없으니 남자들도 별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 그녀의 불륜 행각이 워낙 대범했고, 작은 마을이다 보니 그러한 행동들이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당연히 이웃 사람들도 그에게 이런저런 안 좋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그는 질투심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위신이 깎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보통을 이런 경우 아내를 탓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다가오는 남성들을 적대시하기 시작한다.

그녀를 만나는 남자들 입장에서는 예쁜 여자가 먼저 다가오는데 내가 책임질 일도 없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까지 내팽개치고 다른 남자를 찾으며 점점 대범해지는 아내와 굳이 이혼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잔잔히 열을 가하는 물도 언젠가는 끓어오르듯, 작품 중반쯤 결국 그는 아내의 내연남 중 하나를 익사시키고 만다.

작은 마을에서 그가 쌓아놓은 사회적 위신이 높아 사고로 위장되지만, 문제의 본질인 그의 아내는 그대로 남아있다.

남편이 내연남을 살해했음을 직감한 아내는 아예 또 다른 남자와 떠나버릴 생각까지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작품의 중후반쯤까지의 이야기다.

솔직히 이 부분까지는 읽으면서 짜증이 엄청났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의 원인인 아내를 두고 왜 자꾸 다른 곳을 해결(?) 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 소개에 보면 이 작품이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빅터만큼 미친 것은 아니라 공감이 안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후반을 지나면 사건들이 몰아치면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 결말을 맞게 된다.

결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맞나 싶을지 모르겠으나, 내 감상이 그렇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므로 그대로 적었다.

특히 빅터의 최후를 묘사한 표현들은 말 그대로 소름이 돋았다.

파멸적인 이야기에 걸맞은 완벽하게 파멸적인 엔딩이었다.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윌슨을 보자 그런 유형이 세상 사람들의 절반을 차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개가 없는 추한 새들. 영원히 평범할 평범한 사람들. 그걸 위해 싸우고 죽어가는 사람들. 빅터는 윌슨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세상은 나 덕분에 돌아간다는 음울하고 회한에 찬 윌슨의 얼굴 뒤에는

보잘것없고 멍청한 생각뿐이었다.

빅터는 그의 얼굴과 그 얼굴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저주했다.

아무 말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남은 온 힘을 다해 저주했다.

(pg 314)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자와 그 성향을 굳이 건드려 터뜨려야 속이 시원한 자가 만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파멸적인 결과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곁다리 감상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보는 나는 굉장히 파편적인 정보로 구성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아직 책꽂이에 저자의 책이 두 권 더 남아있고, 대표작인 리플리 시리즈는 시작도 못했다.

저자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기쁘게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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