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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서점이고 도서관이고 인기가 상당한 것 같아 읽어보게 된 단편소설집으로 총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기에 아무 기대감 없이 읽게 되었는데, 처음 두 작품까지는 크게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혼모노'부터 재미도 있었고 몰입감도 좋아졌던 것 같다.
표제작은 제목만 들었을 때는 해당 단어가 인터넷상에서 널리 쓰이게 된 계기인 '오타쿠' 문화를 꼬집는 작품일 것일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일절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전통 무속신앙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품 속에는 두 명의 무당이 등장하는데, 오랜 기간 할머니 신을 모셨던 무당의 집 앞에 어느 날 젊은 처자가 신내림을 받았다며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모시던 영험한 할머니 신이 그 처자에게 붙어 자신을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최근까지도 정치권에 무속신앙의 영향력이 미쳤던 우리나라의 현시점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닐까 싶었다. 
특히 무속이라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소재를 가지고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처절한 복수극을 만들어냈다는 감상이었다.
물론 작품의 결말상 누군가가 복수에 희생되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장렬한 자살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결말을 지켜봤던 모든 인물들의 머릿속에는 아주 강렬한 최후로 기억에 남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짧은 이야기 안에 무속신앙이 아직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상당하다는 현실도 잘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
이어지는 '구의 집'에서는 적당히 굴려 먹으려던 학생에게 오히려 압도당하는 건축학과 교수가 등장한다.
자신이 작업한 건물이 고문실로 쓰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한 후 오히려 어떻게 해야 더 고문에 적합할지에 집착하는 인물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악의라는 것이 일에 대한 열정이라는 탈을 쓰고 나타나게 될 때의 섬뜩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표제작과 더불어 본 작품집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우호적 감정'이라는 작품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을 배경으로 세대가 다른 직장인들의 생존기가 펼쳐진다.
내용은 평이했지만, 저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판교 사투리'라고 부르는 말투를 너무 잘 재현해둬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이어서 장성한 딸의 육아(?) 문제를 두고 시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며느리의 이야기인 '잉태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 속 두 인물은 독자 입장에서 볼 때 그저 속물 1, 2일뿐이지만, 특이하게도 서로가 서로를 속물이라며 욕하기 바쁘다. 
자신의 방식만이 아이(손녀)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서로를 헐뜯는 모습에서 아이를 진정한 어른으로 키워내지 못하는, 계속해서 부모나 조부모의 경제적, 심리적 지원에 의존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특유의 육아 문화를 진하게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은 젊은 시절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던 세 친구의 이야기인 '메탈'이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메탈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등장하는 밴드나 노래 제목이 익숙해서 좋았지만, 작품의 내용은 젊은 시절의 꿈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사그라져 간다는 살짝 식상한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좋아하던 영화감독이 어린이에게 겁을 줘 눈물 연기를 시켰다는 논란에 빠지게 되면서 팬심에 변화가 생기게 된 한 팬의 이야기였던 '길티 클럽', 처음 한국을 와 본 한국인 3세가 태극기 부대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였던 '스무드' 역시 소재는 굉장히 참신했던 것 같다.
다만 다른 수록작들에 비해 소재의 재미가 이야기 전개의 재미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다 읽은 감상은 다소 미묘하다.
재미있는 작품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왜 인기가 많을까 싶었던 작품이 더 많았던 것 같은 느낌이다.
발간된 다른 작품집도 있어서 조금 더 읽어보면 저자의 작품들이 취향에 잘 맞는지 아닌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