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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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이론 물리학자인 본업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더 유명한 저자의 새 책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책을 다섯 번째 읽는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양자역학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책은 그가 생각하는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이름도 처음 접하게 된 아낙시만드로스는 기원전 6세기 인물이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으로 짐작할 수 있겠듯이 그가 남긴 저작들 중 현재 전해지는 것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저기서 그의 업적이라 언급된 부분들을 발췌해 연구하다 보니 그의 사상이나 행적을 밝혀낸 연구의 깊이나 범위가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기원전 6세기 인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탐구 결과를 남겼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정리해도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고 생각한 점(땅 아래에 다시 하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점), 최초의 생물이 바다에서 시작했고 육지로 올라와 지금의 형태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 점 등이 있다.

두 사실 모두 지금까지 우리가 현대 과학을 통해 입증한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코페르니쿠스나 다윈이 여러 실험 결과를 종합해 자신들이 이론으로 정립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논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기원전 6세기 인물이 아무런 실험도 없이 그저 사고를 통해 그런 결론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자연주의적 관점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분야는

생명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통찰이다.

그는 생명의 기원이 바다에 있다고 생각했고,

생물종의 진화가 기후 조건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 중략 -

심지어는 어떤 생물이 진화해 최초의 인간이 되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pg 84)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기에 아낙시만드로스의 진정한 업적은 이러한 사실을 유추해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고 결과들은 면밀한 과학적 검증 방식이 정립되지 못한 시기에 세상을 설명하는 수많은 가설을 세우다 보니 운 좋게 몇 가지 때려 맞힌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의 진정한 업적은 바로 당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 믿었던 부분에 의문을 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스승이었던 '탈레스'의 생각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하며, 스승의 생각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면 이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과정이야말로 과학적 사고의 진수라 강조한다.

특히 오랜 기간 세계 지성의 중심이었던 중국이 서구 사회에 뒤처지게 된 이유로 저자는 토론을 통해 기존 이론에 반기를 들지 못했던 문화적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 설명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가르침 아래에서는 과학이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학의 목표는 정량적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과학의 목표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개념 구조를 확립하고, 그것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부합하도록 끊임없이 개선해가는 일이다.

(pg 174)

하지만 서구사회라고 해서 과학적인 사고가 보편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지적한다.

오히려 과학이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을 종교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극단적인 종교 중심주의가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세상을 이해하는 참된 지식은 오직 신을 통해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다.

즉, 아낙시만드로스는 아직도 대다수 인류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pg 230)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아낙시만드로스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상을 설명하는 더 나은 이론과 공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인류를 더욱 진보하게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자연스러운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절대 알 수 없다'라는 회의적인 태도에 빠지거나 종교적인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맹종하는 태도가 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은 우리의 세계관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개선하고,

그 바탕이 되는 가정과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더 나은 개선책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는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재구성한다.

과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선물한다.

과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그것은 새로운 사고의 틀을 탐구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pg 175)

저자의 책은 쉽게 읽힌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 역시 그 장점이 빛을 발하며, 양자역학처럼 어려운 개념을 쉽게 알려주기 위한 책도 아니어서 더욱 진입장벽이 낮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이름도 낯설었지만 책 내에서 수백 번 언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가 남긴 업적이 어떻게 인류의 과학 혁명을 이끈 사고들로 연결되는지까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꼭 과학적 사고를 가져야 하느냐고 물으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짧은 생애 안에서 이 우주라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그나마 납득할 수준으로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과학적 사고는(지식이 아니라)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사고가 어떻게 시작됐고 발전해 왔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좋은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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