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뚜기 비밀 요원을 찾아라! 1 - 세계 7대 불가사의 ㅣ 꼴뚜기 비밀 요원을 찾아라! 1
헝그리 토마토 지음, 배리 애블렛 그림, 신수진 옮김 / 윌북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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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가 엄청 인기가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 틈새에서 깨알같이 그려진 월리를 찾는 재미가 상당했던 책인데, 그와 비슷한 콘셉트의 책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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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숨은 그림 찾기만 있는 건 아니고 아이들이 세계 지리 지식들을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번 1권의 주제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이다.

콜로세움, 피라미드, 마추픽추, 모아이 석상 등 오래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들이 소개 대상이다.

간단한 텍스트와 그림을 통해 해당 불가사의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본적인 지식을 전해준 뒤 페이지를 넘기면 해당 건축물과 함께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그려진 그림이 나온다.

거기에 우리가 찾아야 하는 꼴뚜기 요원들이 각각 10명씩 숨어 있다.



당연히 그림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찍지는 않았지만 그림의 구성이 흥미롭다.

각각의 사람들이 모두 다른 행동들을 하고 있고 꼴뚜기 요원들도 10마리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다.

체감상 어릴 적 해봤던 '월리를 찾아라'보다는 쉬운 난이도였던 것 같지만 어떤 꼴뚜기는 배경 뒤에 숨어 신체의 일부만 나와 있는 경우도 있어서 어린아이들이 하기에는 마냥 쉽지는 않은, 흥미롭게 하기에 적당한 난이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7세인 우리 딸은 혼자서도 척척 잘 찾아서 부모가 그리 많이 도와줄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책 후면에는 꼴뚜기 요원뿐 아니라 각각의 문명마다 중요하게 여겼던 상징들도 소개하고 이를 그림에서 다시 한번 찾아볼 수 있게 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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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들의 단점이 숨은 그림을 다 찾고 나면 다시 들춰보지 않게 된다는 것인데 이 책은 지식적인 측면도 조금은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다 찾은 후에도 몇 번은 더 읽어보고 싶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요즘은 아이들이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워낙 어릴 때부터 노출되는지라 한자리에서 무언가를 집중해 오래 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책들을 통해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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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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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에 재미를 붙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읽어보지 못했던 옛날 유명 작품들을 읽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한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이제서야 넘겨보게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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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작품이라 익히 알려진 대로 자본주의를 향해 문을 열고 고속 성장을 하던 당시의 중국을 배경으로 돈을 좇아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주인공은 한국의 상사원인 전대광이라는 인물이지만 각국의 수많은 비즈니스맨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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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페이지짜리 3권이라 그리 적지 않은 분량인데 의외로 스토리는 별게 없다.

중국을 소개하는 글에 스토리를 곁가지로 얹어놓은 느낌이었다.

성인 버전 먼 나라 이웃 나라 중국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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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소개 자체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간 후 시간이 꽤 흘렀고 그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와서 그런지 그동안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 혹은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이 모두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중국 특유의 '꽌시' 문화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은 네 다리 달린 것은 의자 빼고 다 먹는다'와 같은 우스갯소리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널리 인식된 중국의 이미지들이 작품 내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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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중국을 찬양하거나 억지로 낮추어 보고 있지만은 않다.

저자 역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으로서 중국을 최대한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애쓴 흔적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눈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룩한 원동력이 된 긍정적인 측면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읽기가 편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등장인물들이 방문하게 되는 장소에 대해서도 그곳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랜드마크나 공해 수준, 특산품, 음식 등 사람들의 생활 모습까지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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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의 핵심은 역시 '돈'이다.

중국인들 돈 좋아한다 하지만 사실 중국 땅에 돈 벌러 들어간 사람 치고 돈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공감되는 돈 관련 문장들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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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제발 좀 들어라, 그런 운치 있고 고상한 짓은 취미로 평생 해도 좋으니까,

밥벌이 튼튼히 할 수 있는 주무기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니까.

세상살이는 감상이 아니고, 더구나 적성도 아니야. 전쟁이야, 전쟁.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터라구. 그러니 정신 좀 차려라.

(1권, pg 117)

​

자본주의-돈을 신으로 모신 이념이다.

그건 솔직담백하고 단순명료하면서도 잔인무도하고 인정사정이 없다.

신의 권능을 가진 그 물건을 서로 많이 가지려고 총소리 나지 않게 벌이는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용병이 상사원이었다.

그렇게 싸워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얻는 것이 무엇인가...

그 물음 앞에서 자꾸만 커지는 것이 회의고 서글픔이었다.

돈에 원수 갚고 죽는 사람 없더라고 평생 돈을 쫓아 좌충우돌 헐레벌떡 뛰어다닌

상사원들의 삶이란 결국 하잘것없는 퇴직금에 목매단 초라한 노년이 있을 뿐이었다.

(2권, pg 10)

​

물론 저자의 그간 저작들처럼 중국의 지금을 만든 원동력은 평범한 민중들이 흘려온 피땀에 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그야말로 조족지혈로 느껴질 정도로 중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민이 한 끼에 만 원짜리 식사를 한다고 칠 때 설령 재드래곤이라 할지라도 끼니마다 천만 원짜리 식사를 하지는 않을 텐데 중국에서는 한 지역의 고위 공무원만 되어도 일반 민중이 천 끼를 먹을 수 있는 돈으로 한 끼 식사를 대접받는다.

'태산이 높다하되~'로 시작하는 시조에 등장하는 그 태산을 매일 음식을 지고 오르는 일꾼은 하루 일당으로 태산에서 파는 맥주 반 병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다.

무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보병이 총 들고 쳐들어가지 않으면 항복을 받아낼 수 없듯이

건축기계들이 제아무리 좋다 해도 사람의 힘에 이끌리지 않고는

빌딩들이 그렇게 우람하게 설 수 없는 일이었다.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 천지를 최단 시일 내에 사통팔달로 잇고 뚫고 해서

경제 유통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를 탄생시킨 것도 그들 농민공들이었다.

그리고 싼 인건비만 팔아먹는 삼류 국가가 아니라 유인 인공위성과 함께 과학 일류 국가

중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고속철 건설 현장마다 그들은 피땀을 뿌렸던 것이다.

고산지대를 돌파하며 티베트 지역을 향해 뻗어간

그 기나긴 철길이 그렇게 빨리 놓인 것도 다 농민공들이 이룩해낸 공이었다.

(1권, pg 357)

​

당시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국제적인 관계들도 조금씩 소개된다.

물론 여기에도 서양의 것이라면, 값비싼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고 보는 한, 중, 일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담겨 있다.

한, 중, 일 3개국은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공통점을 가진 나라들이지만 서로 극도로 싫어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왜 지금도 이 나라들이 서로 앙숙일 수밖에 없는지도 언급된다.

이남근이 간 곳은 학교 앞 스타벅스였다.

거기에는 한결같이 젊은이들이 바글바글 끓고 있었다.

그건 부자 나라 미국이 초침 돌아가는 그 순간순간마다

더욱 부자가 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중국의 돈이 돈벌이를 별로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통해

줄기차게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는 거였다.

(3권, pg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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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문장이 깔끔하니 술술 읽히는 맛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그리 재밌게 읽은 소설은 아니었다.

읽으면서 계속 '소설의 탈을 쓴 중국 여행기'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저자가 중국을 탐방하면서 보고 듣고 공부한 것들이 많아 늘어놓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나, 이를 모두 대사로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모두 속된 말로 '설명충'이 되어 버린다.

설정상 한국인이 아닌 등장인물들이 너무도 한국스러운 정서와 말투로 대사를 이어간다는 점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10년이 넘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저자의 나이가 있어서인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소 올드하다는 것 역시 지금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

이 책에 따르면 2016년에 중국이 G1이 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2016년에서 7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른 지금, 경제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세계적인 인식 속 중국은 오히려 더 격하된 느낌이 강하다.

아무리 경제적인 조건이 좋아져도, 과학 기술이 뛰어나도 더불어 살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대학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중국과의 교류는 앞으로 더 늘어나고 중요도도 높아지겠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앞으로 더 좋아질지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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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뽀짝 소품 만들기 : 몰랑 스튜디오 ㅣ 내 손으로 몰랑 시리즈 3
윤혜지(하얀오리) 지음 / 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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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가 귀염뽀짝한 아동용 종이 공작책이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몰랑이 캐릭터로 이런저런 놀이용 소품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

우리 딸은 워낙 뛰어 노는 걸 좋아해서 대근육 활동은 곧잘 하는 편인데 섬세함이 필요한 소근육 활동은 좀 부족한 편이라서 가만히 앉아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이 될 것 같아 선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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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귀여운 몰랑이들이 반겨주고 있다.

표지에 보이는 캠핑카, 배, 이글루 등을 만들 수 있는 도안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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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도안은 직관적이면서도 귀여운 맛이 잘 살아 있다.

몰랑이 캐릭터들도 잘라서 같이 놀 수 있는 구성이다.

(pg 43)

뒤쪽에는 몰랑이들에게 입히면서 놀 수 있는 의상들이 상당히 많다.

옛날에 여자아이들이 많이 하던 종이 인형 옷 입히기 놀이와 동일한 방식이라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pg 65)

딸아이와 함께 처음 만들어 본 작품은 몰랑이 사진 스튜디오다.

7세인 딸이 직접 다 자르고 접어서 만든 거라 모양이 좀 삐뚤삐뚤하긴 하지만 스스로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집에 있는 풀의 접착력이 별로인지 잘 붙지 않아서 내가 테이프로 고정해 주는 정도만 관여했다.

요즘 길거리에 많이 보이는 '인생네컷'처럼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인데 나름 옷걸이도 있고 소품 선반도 있어서 진짜 사진 찍는 공간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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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들고 나니 씻을 시간이 되었는데 하나 더 만들고 싶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에 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일부터 어린이날 연휴인데 주말 내내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어디 나가지도 못할 것 같아 난감하던 참이었는데 이 책이 오늘 도착해서 연휴 기간 동안 아이와 함께 집에서 종이 모형을 만들며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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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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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소설이 들어가는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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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잘 팔릴 책들을 선별하는 원고 검토부 총괄이자 성공한 여성의 전형으로 그려지는 비올렌은 오랜만에 시급히 출판해도 좋을만한 작품을 찾아낸다.

'설탕 꽃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특이하게도 작가와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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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 후 6개월쯤 흘렀을 무렵 이 작품을 읽은 한 형사가 1년 전 자신이 담당하던 미해결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이 작품과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해 비올렌에게 찾아온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이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유명 문학상의 후보로 거론되자 비올렌과 형사는 각기 자신의 이유 때문에 작가의 행방을 뒤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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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플롯은 상당히 흥미롭다.

책의 중반쯤 대충 사건의 전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나름의 반전이라면 반전도 숨어 있었다.

작품의 길이가 230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고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데다 쓸데없는 서술도 거의 없어서 지루할 틈 없이 내용이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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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책이 끝난 후 약간은 '응? 이렇게 끝이라고?' 정도의 반응이기는 했다.

에필로그가 없는 느낌이랄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마자 책이 딱 끝나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의도가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요즘 트렌드답게 주요 인물들이 여성이고 퀴어 성향의 인물들도 등장한다.

이제는 이런 PC 요소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긴 하나 그래도 전체 서사에 영향을 주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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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작품이어서 유명 작가들의 실명이 꽤 등장한다.

스티븐 킹은 아예 등장인물 중 하나로 비올렌과 연락을 주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세계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그 밖에도 반가운 이름이 많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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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작가기도 해서 기대가 컸는데 기대만큼 재미는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글의 전개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작가의 이름이 보이면 또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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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ㅣ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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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을 시작으로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오르부아르'도 읽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이 '오르부아르'로 시작된 3부작의 마지막편이라 한다.

두 번째인 '화재의 색'은 읽지 못했는데 검색해 보니 다행히 본 작품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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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600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작품인데 '오르부아르' 역시 700페이지쯤 되는 분량이다 보니 이 책을 읽기 전에 꼭 '오르부아르'를 읽어야 하는지가 궁금할 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선 작품을 읽었다면 반가운 이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꼭 읽었어야 할 필요는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설명을 다 해주고 있기도 하고, 그저 반가운 이름이 한두 번 등장한다 정도로 가볍게 언급하는 수준이어서 굳이 앞선 작품들을 모두 섭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담 없이 읽어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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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가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전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 평화롭던 일상에서 시작해 사람들의 평범했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때까지 이어진다.

이 작가의 책이 보통 중반까지는 조금 지루하다가 중반 이후부터 신기하게 재미있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 역시 초반에는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옴니버스처럼 각기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반 이후부터 이 이야기가 하나의 줄기로 모이면서 굉장한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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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번에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루이즈는 '오르부아르'에 등장했던 꼬마인데 이 작품에서는 장성해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있다.

어느 날 일하던 음식점에 늘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던 한 노인이 이상한 제안을 하는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갑자기 그 노인이 자신의 머리를 쏴 자살하는 바람에 그녀는 그 의사와 자신의 삶에 감추어진 비밀들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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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곧은 성품을 지닌 군인 가브리엘은 같은 부대에 있는 라울이라는 양아치를 만나면서 인생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

야바위부터 약탈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해 온갖 부정한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라울의 계략에 말려 가브리엘 역시 악행에 가담하게 되고 결국은 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전쟁이 심화되고 국가의 행정이 마비되자 죄수를 적절히 처리할 필요가 생겼고, 이 임무를 담당하게 되는 페르낭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편지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은 그는 원칙상 천천히 말했다.

"아무것도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약속이었다.

(pg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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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의 백미이자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디카프리오가 생각나는 역할인 데지레라는 인물이 있다.

처음에는 변호사였다가, 전시에서의 언론 통제를 담당하던 공보국 직원을 거쳐 어느 외딴 마을의 신부로 마무리되는 그의 여정은 그야말로 '말발'의 진수를 보여준다.

계속 신분을 바꾸는 사기꾼이지만 그 역할에 심취해 진짜 성자가 되는 그의 여정은 다소 우울한 다른 인물들의 행보와 대비되어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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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룬 작품이니만큼 전쟁을 둘러싸고 인간들이 보여주는 여러 비이성적인 모습들이 잘 드러난다.

매트리스나 옷장 등 이해할 수 없는 짐들을 싸 들고 피난길에 나서는 사람들, 혼란을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현금을 불에 태워 없애는 공권력의 모습, 명령 체계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군대, 피란민들에게 바가지요금을 물려 물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까지 전쟁은 인간의 추악함을 다양한 측면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 추악함 속에서도 타인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숭고한 노력들이 포착된다.

자신의 물과 음식을 기꺼이 나누고 버려진 아이를 돌보며 다친 자를 부축하고 거처가 없는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는 존재 역시 인간들인 것이다.

​

각각의 인물들에게는 여정을 떠나야만 하는 본인들만의 이유가 있지만, 그 여정의 끝은 어느 시골 마을의 한 성당에서 수렴된다.

그리고 그들을 그곳으로 이끌게 된 것은 독일군의 무자비한 총탄이었다.

여정의 계기가 된 여러 이유들은 생존이라는 절대원칙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도움을 베풀고 그 도움들이 모여 불가능해 보이는 그들의 여정이 한 지점에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

갈가리 찢기고 버려진 이 나라의 모습 자체인 이 피란민의 물결 속에서

자동차는 천천히 덜컹거렸다.

어디에나 얼굴들, 얼굴들이 있었다.

어떤 거대한 장례 행렬 같다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패배의 가혹한 거울이 된 거대한 장례 행렬이었다.

(pg 459)

​

작가의 스타일답게 이 작품에서도 절대적인 선역이나 악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니며, 자신의 생존을 우선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늘 날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그런 양가적인 행보를 조금씩 보여준다.

사기꾼이 성자의 길을 걷기도 하고 지독한 장사꾼이 다리를 다친 동료를 끝까지 책임지기도 하며 자신도 환자면서 다른 환자들을 먼저 돌보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아이를 돌보기 위해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가 하면 범죄로 은닉한 돈을 범죄자들에게 줄 음식을 사기 위해 쓰기도 한다.

이처럼 늘 선하게만, 늘 악하게만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또 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손길도 끊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

띠지에 적힌 '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전쟁이라는 참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상당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꽤 두껍게 느껴지지만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화재의 색'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읽어서 작가의 3부작을 온전히 감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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