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지켜 주는 눈신령님 ㅣ 좋은 습관 기르기 5
요시무라 아키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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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모두 안경을 쓰는지라 아이도 언젠가는 안경을 쓰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가 멀리 볼 때 인상을 쓰는 것 같다며 안과 검진을 추천했다.

검사 결과 당장은 쓸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학교에 가게 되면 필요할 것 같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은 나나 집사람만큼 시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시력이라는 것이 나빠지긴 쉬워도 좋아지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므로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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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그림체다 했더니 이전에 '코딱지 닌자'로 딸에게 먼저 인사했던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림이 익숙해서 그런지 아이도 책이 오자마자 내리 세 번을 읽어달라고 할 만큼 좋아했다.

(집에 새로운 책이 올 때 장난감을 새로 사 준 것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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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 역시 아이에게 바른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재미나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각종 스마트 기기들의 장시간 사용은 눈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 TV를 가까이서 보는 아이를 눈신령님이 발견하는 장면으로 내용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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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화면을 오래 보면 눈 깜박임이 적어져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정보를 설명하기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과 함께 눈싸움을 해보라는 식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부분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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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눈신령님과 함께 하는 안구 운동도 소개된다.

나도 직업이나 취미나 모니터 화면 쳐다보는 것이 전부라서 눈 체조를 따라 하는데 제법 시원함이 느껴졌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가끔 생각나면 한 번씩 눈을 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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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게 해주려면 부모는 본의 아니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

물론 모든 습관마다 관련된 책을 사줄 수는 없겠으나, 부모가 생각할 때 꼭 개선이 필요하다 싶은 부분을 재미나게 풀어주는 책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를 유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점차 스마트 기기를 더 자주, 더 오래 사용하게 될 아이를 위해 눈 건강의 중요성을 재미나게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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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ㅣ 필립 K. 딕 걸작선 12
필립 K.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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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대표작으로 꼽는 장편소설이며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2-3번 정도 봐서 익숙한데 내용이 원작과 많이 다르다고 해서 이번에는 원작을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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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작품이며 핵전쟁 이후 방사능 먼지로 뒤덮인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 인구의 대부분은 다른 행성으로 떠났고,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안드로이드를 노예처럼 사용한다.

작품은 강제노동에서 탈출해 지구로 숨어든 안드로이드들을 찾아 처단하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카드가 한 무리의 안드로이드들을 쫓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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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동물 살처분에도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마련인데 그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살처분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들을 쫓으며 그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정체성에 대한 혼란, 궁극적으로는 '인간은 과연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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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간보다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지녔고 겉으로도 인간과 똑같은 안드로이드들을 찾아내기 위해 일련의 테스트를 거치게 되는데, 이 테스트의 핵심은 바로 감정이입이다.

인간은 아무리 하찮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면 감정적인 동요가 생기는데, 안드로이드들은 자발적인 감정이입이 아닌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출력하므로 반응에 지연시간이 있다는 것에 착안한 테스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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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간의 감정이입은 '머서교'라고 하는 신흥 종교의 핵심 요소로도 강조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한 특정 장비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데 이 장치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머서의 고행을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요즘 나오는 VR 게임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되는데, 해당 기계에서 누군가가 던진 돌에 맞을 경우 실제 몸도 피를 흘리는 등 굉장히 SF스러운, 그러면서도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인간의 정신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장치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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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핵전쟁 이후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식물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애완동물이 새로운 사치품으로 자리 잡은 사회 모습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데카드는 키우던 양이 병으로 죽고난 뒤 새로운 양을 살 돈을 마련하지 못해 기계로 된 양을 키우는데, 안드로이드를 잡은 현상금으로 새로운 '진짜' 동물을 사고 싶은 것이 그의 행동을 이끄는 가장 큰 동기이다. (제목의 '전기양'이 이러한 기계 양을 의미한다. 전기 다음에 띄어쓰기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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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사회에서는 인간과 아무리 닮았어도 유기체가 아니면 존중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인간의 외모를 하고 인간의 말을 하며, 인간의 일을 대신 수행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표현 대로 '파리보다 못 한' 존재이다.

계속해서 인공두뇌는 최신화되지만 그들의 수명과 직결되는 배터리 수명은 4년을 넘지 못한 채로 유지된다.

그들이 오래 살기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거군요. 안 그래요?

당신 말마따나, 하다못해 동물조차도 법으로 보호를 받으니까요.

모든 생명체가요. 유기적인 것은 뭐든지요.

꿈틀거리건, 꿈지럭거리건, 구멍을 파건, 날아다니건, 무리를 짓건, 알을 까건..."

(pg 246)

지금이야 수많은 SF 작품들에서 안드로이드를 다뤘고, AI의 발달을 일반 대중들도 눈으로 목격하고 있으니 이러한 논의가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이 발표된 해가 1960년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작품인지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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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정도로 짧지 않은 작품임에도 한번 읽기 시작하니 책을 놓을 수가 없어 결국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저자의 대표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니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

원작과 비교하며 보면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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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두 번째 유년기 ㅣ 클리포드 시맥 SF 단편소설 1
클리포드 시맥 / 미니문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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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북이라는 이유로 우연하게 읽게 된 클리포드 시맥의 단편 소설이다.

체감상 대략 20페이지 정도 될 짧은 작품인지라 종이책이었다면 단편집의 하나로 수록되었을 것 같은 분량인데 e북으로는 이 작품 하나를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 가격도 5백 원으로 매우 저렴해서 매체의 장점을 잘 살린 시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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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는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상상력은 꽤나 흥미로웠다.

최근에 인류가 조만간 불멸에 가까울 정도로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지를 상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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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영이라는 남자는 불멸을 얻은 최초의 인간이다.

그가 5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그의 후손들이 드넓은 우주로 퍼져 나갔다.

이제 인류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할 일이 없어졌다.

하지만 5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에게 남은 것은 권태와 무기력뿐이었다.

영원한 삶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나머지 답은 그 삶을 어떻게 사느냐이다.

불멸의 삶이 가능해졌고 피할 방법은 없다.

권태에 지친 그는 죽음을 요구하지만 '자살'이라는 개념 자체가 몇 천년 전에 이미 없어져 버린 터라 누구도 그에게 죽음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길이 바로 '두 번째 유년기'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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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핵심은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이야 운이 좋을 경우 백 년 정도의 수명을 지닌 우리기에 대부분 죽기 직전까지 기억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살아가며 알츠하이머 등으로 기억을 잃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하지만 수명이 몇 천년 단위로 증가하고 심지어는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작가가 제시하는 주요 질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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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영에게 있어 그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은 이미 떠나갔고, 누군지도 모를 후손들이 끊임없이 그를 찾아와 조상이랍시고 경배를 하는 현실은 '새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었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최근의 기억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더 선명하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는 어린 시절 햇살을 처음 보았던 순간, 나뭇잎을 처음 만졌던 순간, 처음 어둠에 두려워했던 순간 등 살면서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새로움의 감정을 그리워한다.

작가는 그것이야말로 불멸의 세상에서도 힘차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원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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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괴로운 이유가 끊임없는 욕망에 시달리기 때문이고, 그 욕망들이 모두 채워진다고 한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권태감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인식의 연장선에 있었다.

기껏해야 백여 년에 불과한 삶을 살게 된 현대의 인류도 부여받은 삶을 채 살아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일이 허다한데, 과연 불멸의 시대에 인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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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결말은 결국 앤드류 영이 퇴행 과정을 거쳐 유아처럼 다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끝이 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죽음 뒤에 그의 후손이 삶을 이어 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앤드류 영의 정신이 다시 성장해 5천 년의 세월을 또 살아낸다면 그때에도 같은 일이 이어질지, 아니면 그 사이에 인류가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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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길이가 짧아 잠깐만 시간을 내면 다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도 읽고 나서 여운이 상당히 강하게 남았다.

던져주는 질문이 많은 작품인지라 '블랙미러' 같은 짧은 SF 작품으로 영상화되어도 재미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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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가족과 등대섬 ㅣ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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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이라는 캐릭터는 알고 있었는데 무민이 주인공인 작품이 있는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 세계관에 무민의 엄마, 아빠와 친구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귀여운 무민이 나오고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내용이라고 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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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가는 딸아이를 위해 글씨가 살짝 많아 보이는 책들을 권해주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부모가 읽어주기에는 글씨가 살짝 많다고 느껴질 정도지만 아이가 혼자 읽으려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글 양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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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인지라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다.

무민 가족이 등대섬으로 놀러 가게 되는 내용인데 등대섬에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식물의 생태도 변하고 오염의 정도도 심화돼 바다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다.

하지만 가는 과정에 바다와 등대 관련 단어들도 알려주고 후미에 우리가 바다를 아끼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상세히 적혀 있어 아이들이 재미난 이야기와 더불어 바다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는 구성이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식량부터 자원, 휴양지까지 인류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

바다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오염의 정도도 심화되기 마련이다.

이미 오염으로 인해 바다의 많은 부분이 오염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까지 방류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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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처럼 이제는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환경을 보호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우리 아이들, 그 이후의 후손들까지도 깨끗한 바다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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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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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긴데 쇼펜하우어가 생전에 쓴 수많은 글 중에 인생에 지침이 될만한 짧은 글들을 묶어 낸 책이라 보면 되겠다.

그의 철학이 '염세주의'라는 단어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최근에 읽은 책들로부터 그의 철학이 욕구 그 자체로부터의 자유로움을 강조했으며 열반을 추구하는 불교 사상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따위 세상 다 같이 죽어버리자'라는 의도의 사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염세'라는 단어가 붙게 된 이유에는 다분히 서양학자들의 시선에서 본 편견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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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그의 철학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꽤 많은 울림을 주는데 막상 그의 저작들을 읽으려면 굉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포리즘이라는 짧은 형식으로 독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주는 책이 나온 것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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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는 고통받는 현시대의 젊은이들이 절망을 새로운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법한 글들을 골랐다고 한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그의 대표작들뿐 아니라 일기나 편지의 비중도 커서 그의 철학 저서들보다 훨씬 그의 삶에 더 가깝게, 그래서 우리의 삶에도 더 와닿게 느껴지는 글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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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들이 여럿 엮여있는 터라 공통된 주제를 뽑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먼저 그의 철학이 단순히 '염세주의'라는 단어로 요약하기 힘든 이유를 잘 보여주는 글들이 많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삶을 대변하듯,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아내라는 그의 메시지는 '염세'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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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를 그대의 의복으로 삼아라.

의복을 벗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지리라. - 중략 -

신념을 그대의 양식으로 삼아라.

육신의 굶주림으로 고통받지 않게 되리라.

신념을 잃은 인간처럼 불행한 인간은 없다.

실패하고 낙오하는 자들은 대게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신념을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던 사람들이다.

(pg 38)

우리는 항상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삶이 허락된 이유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두려움과 아쉬움과 남겨진 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의 눈치만 보던 우리들이

당당하게 죽음과 대면하여 공포도, 후회도, 근심도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pg 48)

거의 200년 전의 철학자지만 그의 통찰은 현재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인간의 사회라는 것이 발전한 과학 기술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아래의 구절들은 현대의 지식인이 썼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로 지금의 사회를 잘 설명하는 듯하다.

오늘날 체면과 명예가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절대적인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이 시대의 인간관계, 혹은 권위와 신분이 편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은,

내세울 인간성이 직분에서 얻은 명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다.

능력이 없으니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도 못하고, 그런데 또 권력은 욕심나고,

그러니 스스로 자기 이름에 금칠을 해버리는 것이다.

(pg 34)

계층과 계층이 분열되고, 세대 간의 의사소통은 오래전부터 단절되었다.

한 국가 안에 여러 개의 국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부자들의 나라, 가난한 자들의 나라, 늙은이들의 나라, 젊은이들의 나라가

쉴 새 없이 충돌하고 비난하고 전쟁을 준비한다.

(pg 193)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인상적인 글들도 많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될 텐데 그럴 때 힘을 줄 수 있을 구절들도 많아서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힐링'이라는 단어가 그리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힐링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불행이 터졌을 때보다 불행이 지나간 후가 더 중요하다. - 중략 -

불행은 그 자체로 징계다.

불행이 이미 지나갔는데 자기 징계를 반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오는 비극이 된다.

(pg 152)

스무 살 이후 멈춰버린 몸의 성장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정신의 성숙이 필요하다.

정신의 성숙이란 의지로써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20년간 형성된 의지의 표상으로 이후의 5~60년을 살아간다는 것은

수학의 기본개념만 깨우쳐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에게 성장 이후의 성숙이 필요한 까닭이다.

(pg 203)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군주와 같다.

그는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의 성을 지켜내고, 독립된 지위를 누리고,

그에게 명령하는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의 삶은 스스로 판단한다.

(pg 216)

​

250 페이지 정도로 얇고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읽는 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책은 오래 두고 생각날 때 한두 개씩 읽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각 글마다 어느 저서에서 발췌했는지를 기재해 두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 하나를 제외하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게 맛볼 수 있어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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