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다소 긴데 쇼펜하우어가 생전에 쓴 수많은 글 중에 인생에 지침이 될만한 짧은 글들을 묶어 낸 책이라 보면 되겠다.
그의 철학이 '염세주의'라는 단어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최근에 읽은 책들로부터 그의 철학이 욕구 그 자체로부터의 자유로움을 강조했으며 열반을 추구하는 불교 사상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따위 세상 다 같이 죽어버리자'라는 의도의 사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염세'라는 단어가 붙게 된 이유에는 다분히 서양학자들의 시선에서 본 편견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여하간 그의 철학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꽤 많은 울림을 주는데 막상 그의 저작들을 읽으려면 굉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포리즘이라는 짧은 형식으로 독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주는 책이 나온 것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엮은이는 고통받는 현시대의 젊은이들이 절망을 새로운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법한 글들을 골랐다고 한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그의 대표작들뿐 아니라 일기나 편지의 비중도 커서 그의 철학 저서들보다 훨씬 그의 삶에 더 가깝게, 그래서 우리의 삶에도 더 와닿게 느껴지는 글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짧은 글들이 여럿 엮여있는 터라 공통된 주제를 뽑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먼저 그의 철학이 단순히 '염세주의'라는 단어로 요약하기 힘든 이유를 잘 보여주는 글들이 많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삶을 대변하듯,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아내라는 그의 메시지는 '염세'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