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이론 - 공 하나로 시작하는 신나는 과학 탐험 ㅣ 키즈 유니버시티 20
크리스 페리.닐 골드스타인.조앤나 수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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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라는 전래 없는 현상 속에서 자란 탓인지 딸아이는 유독 전염병, 세균, 바이러스 같은 개념이 나오는 책을 즐겨 읽는다.

'키즈 유니버시티'라는 소제목으로 아이들에게 과학 지식을 쉽게 전달해 주는 책인데 이 중 '세균 이론'이라는 책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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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모두 그림체는 동일한 것 같은데 이 그림이 정말 귀엽다.

세균은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세균의 존재를 인지시키기는 어려운 일인데 아래의 그림처럼 아주, 아주아주 자세히 봐야지만 알 수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설명해 주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pg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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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균이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주고 어떤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손을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손을 대충 씻지 말고 오래 씻어야 한다는 것을 '생일 축하' 노래를 2번 부를 정도로 오래 씻어야 한다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표현한 것도 재미있었다.

사실 외출 후 손 씻기만 잘 해도 질병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손 씻는 습관을 잘 들여놓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재미나게 가르쳐 주면 아이들도 스스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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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가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에 부모가 읽어주기에 부담이 거의 없는 책이다.

스스로 글씨를 읽을 수 있다면 다소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므로 아이들 수준에 맞춰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같은 시리즈로 양자 물리학이나 일반 상대성 이론도 있는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그런 개념을 어떻게 알려줄지 궁금해진다.

나중에 서점에서 보게 되면 한 번 들춰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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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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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 공 하나로 시작하는 신나는 과학 탐험 ㅣ 키즈 유니버시티 19
크리스 페리.닐 골드스타인.조앤나 수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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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이제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꽤나 지워진 것 같다.

하지만 21세기 처음으로 겪게 된 '팬데믹'이라는 현상은 앞으로도 오래 기록으로 남을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처음 언론에서 이 단어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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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어릴 때 겪어야만 했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국어 단어도 아닌데 아이들이 먼저 백신이니 간이검사 키트니 하는 단어들을 주워들어 쓰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마스크를 제법 잘 쓰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감염병의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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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인 우리 딸아이도 어른들이 하는 말을 주워들으며 감염병 관련 단어들을 꽤 많이 알고 있을 테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고 쓰면 더 좋을 것 같아 '팬데믹'이라는 주제로 발간된 책을 같이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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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7-8)

'팬데믹'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 단어들을 소개해 준다.

지역 감염, 격리, 백신 등 얼마 전까지 각종 언론에서 심심하면 나왔던 단어들인지라 아이들에게도 익숙할 단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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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 유니버시티'라는 시리즈명이 달려 있고 이미 여러 분야의 책이 나온 바 있다.

주로 과학 관련 내용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말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라 보면 되겠다.

위에서도 보이듯이 글자 수가 많지 않고 귀여운 그림이 가득해서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스스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글씨의 양이 많지 않아서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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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사라졌지만 언제 또 무슨 병이 세계를 휩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미래에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럼에도 꼭 알아야 할 개념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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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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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오는 날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월간 책씨앗 추천도서
천옌링 지음, 박지민 옮김 / 리틀브레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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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인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었다.

나무 구멍에서 눈을 피해 잠을 자는 여우가 그려진 표지에서 보이듯 한 나무와 여우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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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로 혼자 서 있던 나무는 여우에게 친구가 되자며 먼저 마음을 연다.

하지만 여우는 나무가 자신과는 너무 다르다며 나무가 자신처럼 붉고 하얗게 될 수 있다면 친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가을이 오고 단풍 위에 눈이 내려 나무가 붉고 하얗게 변하자 여우는 나무 아래에서 눈을 피하며 지낸다.

여우는 자신이 나무에게 해줄 수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나무는 그저 필요할 때 찾아와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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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겨울이 되면 나무를 찾아왔고 나무 곁에서 새끼를 기르며 시간이 흐른다.

여우와 나무의 시간은 같지 않다.

여우는 새끼도 다 키우고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에 비하면 나무는 영원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가 노랗고 초록일 때는 나무를 찾지 않던 여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나무를 찾는다.

생을 마친 여우 위로 나무의 노란색, 초록색 잎들이 쌓여 그들은 다시 같은 색이 된다.

여우의 몸속에 있던 씨앗이 죽은 여우의 몸을 양분 삼아 자라난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분홍색의 예쁜 꽃을 피우며 나무의 새로운 친구가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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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서 죽음을 다룬다는 것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사람의 수명 대비 상당히 짧은 생을 산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연의 순환을 이루는 큰 줄기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고, 이 책 역시 여우의 죽음이 곧 새로운 나무의 탄생임을 아이들에게 잘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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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친구가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이 비슷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가르쳐 준다.

공통점은 분명 친해지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차이가 많다고 해서 그 사람과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상대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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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답게 글이 많은 편은 아니다.

7세인 우리 딸이 혼자서 읽기에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여우와 나무의 차이를 색깔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의 색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분량이 길지는 않아도 많은 여운과 교훈을 남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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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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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한 탐정 캐릭터인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제목의 기린은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이 긴 동물이 아니라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 기린이라고 한다.

대충 서양인들이 묘사한 용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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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표지에서 보이는 다리에 기린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곳에서 한 중년의 남성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작품은 시작된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근처 공원에서 발견되는데 경찰이 나타나는 순간 찻길로 도망치다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저자의 추리소설이 이렇게 싱겁게 끝날 리 없기 때문에 이 용의자가 진범인지, 그리고 한 남자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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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중반쯤 용의자가 피해자와 같은 곳에서 근무했었던 계약직 직원이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차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가가 교이치로가 직접 발로 현장을 다니면서 피해자의 죽음 이면에 3년 전에 있었던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작품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치닫는다.

"산재 은폐는 범죄입니다. 좋은 일은 결코 아니죠.

원한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해되어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pg 180)

물론 주된 내용은 추리소설에 걸맞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작품답게 여러 사회문제들을 그 사이에 잘 녹여내고 있다.

먼저 가족이라 하더라도 속을 터놓고 지내지 못하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아버지가 살해당했지만 직장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가족들도 그렇고 피해자 역시 생전에 가족들에게 해야 할 말들을 직접 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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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파견 계약직으로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스스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인물을 통해 일본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최근에 있었던 SPC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나라의 기업들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마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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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자식이나 제자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른이 보여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잘 지적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거나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중 드물게는 범죄로 연결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들키지 않았으니 묻어둘 것인가,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벌을 받게 할 것인가는 사실 도덕적으로 보면 고민할 계제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식이나 제자가 그런 일에 연루되었다고 한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도덕적으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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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작품답게 이 작품 역시 400페이지가 넘어 두꺼워 보이지만 막상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다.

가가 교이치로의 매력 역시 특출나고 스토리도 재미난 편이었다.

이미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어서 기회가 닿으면 영상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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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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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그 책의 저자가 자신의 집필 모티브로 삼은 책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해서 이 책 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모티브가 된 책이 이 책이므로 순서상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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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과학적 사실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는 책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분류학'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생물학의 한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가 어떤 생물을 분류할 때 '어류', '조류', '곤충류'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카테고리들을 정의하는 것이 '분류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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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의 기저에는 인간이 무엇이든 유형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그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MBTI 같은 몇 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고자 애를 쓰는 것은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우리가 이 수많은 개체들을 특정 유형으로 구분 짓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 있는 이 엄청난 수의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면서 이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저자는 이렇게 세계를 유형화하여 인식하는 능력을 '움벨트'라는 단어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개념이어서 그대로 옮겨 보았다.

움벨트는 글자 그대로 '환경' 또는 '주변 세계'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지만,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 단어로 더 구체적인 무언가를 가리켰다.

이 생물학자들에게 움벨트란 지각된 세계, 즉 한 동물이 감각으로 인지한 세계를 의미한다. 각 종이 지닌 특수한 감각 및 인지 능력에 의해 키워지고,

그 종에게 결핍된 부분에 의해 제한된 결과 그 종이 특유하게 지니게 된 시각이다.

(pg 35)

중요한 것은 움벨트가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 중 하나라는 점이다.

아이를 키워보면 경험하게 되는데, 어느 날 아이가 처음으로 지나가는 요크셔테리어를 보았다고 했을 때 부모가 그 동물을 '개'라고 가르친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아이는 처음 보는 품종의 개, 예컨대 요크셔테리어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진돗개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 동물이 고양이나 돼지가 아닌 '개'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이러한 '유형화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어서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그 무언가를 경험했을 때 본능적으로 그것을 특정 유형에 넣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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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능력은 진화적으로 생존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추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들 중에서 먹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구분하는 개체가 더 오래 살아남아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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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능력이 모두에게 있지만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각 사람들마다도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시대나 문화권에 따른 차이도 크게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생활터전이 그리 넓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에 비해 지금의 인류는 땅 끝에서부터 바다 깊은 곳에서까지 새로운 생물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있는데 이를 하나의 움벨트로 분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때문에 '분류학'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통일된 체계를 만들지 못해 내외부에서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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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핵심은 움벨트가 아무리 인간의 선천적이고 중요한 능력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수학적 통계를 이용하는 수리분류학, 화학적으로 DNA를 연구하는 분자생물학, 다른 특질은 제외하고 오직 진화상의 새로움에만 의지하는 분기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움벨트를 객관적인 무언가로 대체해 나갔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종이라는 실체는 분류학자들이 추정하는 바 별개의 한 종이 되기

충분할 만큼 다른 것들과 다르지만, 그러나 새로운 종을 구성해야 할 정도로 기존의

모든 종과 다르지는 않으며, 기존에 알려진 한 종의 단순한 변형으로 간주될 만큼

비슷하지는 않아 보이는 유기체들의 집단이었다.

(pg 156)

이 지점에서 이 책의 마지막 킥이 등장한다.

보통의 과학자라면 이전 움벨트 기반의 분류학을 다소 미개한 것으로, 최신 분류학 이론들을 우수한 것으로 소개하고 끝낼 법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움벨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

분명 분류학은 객관성을 향한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고 있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움벨트로 자연을 인식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며 자연의 관찰과 분석은 과학자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버렸다.

그래서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생물 다양성 위기를 그렇게 많은 과학자들이 걱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은 그저 무관심할 뿐인데 저자는 여기에 과학의 책임도 크다고 보고 있다.

​

오랜 세월 과학을 이해의 다른 모든 방법 위에 두고,

과학자들만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다고 믿어온 결과,

우리는 생명의 세계를 우리 자신의 시각으로 볼 수 없게 되고

생명의 언어를 말할 수 없게 되었으며, 생명이 있는 존재들과 단절되고

그들에게서 관심을 거둔 채 쇼핑몰만 헤매다니고 있다.

(pg 403)

저자는 분류에 대한 엄격함을 추구하는 대신(이건 과학자들의 몫이다.) 자신의 움벨트로 자연을 더 인지할 것을 요구한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 우리 주변에 있는 생물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김춘수가 '꽃'을 통해 인지의 시작이 곧 사랑의 시작임을 노래한 것처럼 저자 역시 주변 생물들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일단 생물들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일단 특정한 야수들, 새들,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

당신의 눈에 생물들의 형태와 자연의 질서가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생명이 존재하는 곳, 당신 주변 어디에서나 생명을 알아보기 시작할 것이다.

(pg 411)

글을 너무 길게 써서 아무도 읽지 않을까 두렵긴 하지만 이렇게 길게 쓰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책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분류학'의 'ㅂ'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가 잘 되고 재미도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새로운 생물학적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러면서도 과학 찬양 일변도의 논지도 아니어서 신선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자신의 전공 분야를 대중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과학의 대중화도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어떤 내용일지 대충 짐작이 된다.

번역된 순서대로 그 책을 읽고 이 책을 읽는 것도 좋겠으나, 그 책의 저자가 이 책을 모티브로 썼다고 하니 이 책을 읽고 그 책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생명은 단순히 가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생명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어느 순간이든 우리에게 보이는 건 흐르는 시간 속의 스냅숏 한 컷, 그 계통이 새로운

종들로 갈라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유장한 변화의 흐름 속 한 순간일 뿐이다.

(pg 112)

종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여전히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거의 확실히 그런 정의는 없으리라는 점에도 신경을 끄자.

종이란 정의하고 명확히 기술할 수 있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항상 진화하는 실체라는 점도 무시하자.

종들은 우리가 도저히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pg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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