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이들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인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었다.
나무 구멍에서 눈을 피해 잠을 자는 여우가 그려진 표지에서 보이듯 한 나무와 여우의 이야기다.
외톨이로 혼자 서 있던 나무는 여우에게 친구가 되자며 먼저 마음을 연다.
하지만 여우는 나무가 자신과는 너무 다르다며 나무가 자신처럼 붉고 하얗게 될 수 있다면 친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가을이 오고 단풍 위에 눈이 내려 나무가 붉고 하얗게 변하자 여우는 나무 아래에서 눈을 피하며 지낸다.
여우는 자신이 나무에게 해줄 수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나무는 그저 필요할 때 찾아와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말한다.
여우는 겨울이 되면 나무를 찾아왔고 나무 곁에서 새끼를 기르며 시간이 흐른다.
여우와 나무의 시간은 같지 않다.
여우는 새끼도 다 키우고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에 비하면 나무는 영원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가 노랗고 초록일 때는 나무를 찾지 않던 여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나무를 찾는다.
생을 마친 여우 위로 나무의 노란색, 초록색 잎들이 쌓여 그들은 다시 같은 색이 된다.
여우의 몸속에 있던 씨앗이 죽은 여우의 몸을 양분 삼아 자라난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분홍색의 예쁜 꽃을 피우며 나무의 새로운 친구가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