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주된 내용은 추리소설에 걸맞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작품답게 여러 사회문제들을 그 사이에 잘 녹여내고 있다.
먼저 가족이라 하더라도 속을 터놓고 지내지 못하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아버지가 살해당했지만 직장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가족들도 그렇고 피해자 역시 생전에 가족들에게 해야 할 말들을 직접 전하지 못했다.
또한 파견 계약직으로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스스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인물을 통해 일본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최근에 있었던 SPC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나라의 기업들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마음을 무겁게 했다.
끝으로 자식이나 제자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른이 보여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잘 지적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거나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중 드물게는 범죄로 연결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들키지 않았으니 묻어둘 것인가,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벌을 받게 할 것인가는 사실 도덕적으로 보면 고민할 계제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식이나 제자가 그런 일에 연루되었다고 한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도덕적으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작품답게 이 작품 역시 400페이지가 넘어 두꺼워 보이지만 막상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다.
가가 교이치로의 매력 역시 특출나고 스토리도 재미난 편이었다.
이미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어서 기회가 닿으면 영상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