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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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한 탐정 캐릭터인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제목의 기린은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이 긴 동물이 아니라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 기린이라고 한다.

대충 서양인들이 묘사한 용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보면 되겠다.

여하튼 표지에서 보이는 다리에 기린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곳에서 한 중년의 남성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작품은 시작된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근처 공원에서 발견되는데 경찰이 나타나는 순간 찻길로 도망치다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저자의 추리소설이 이렇게 싱겁게 끝날 리 없기 때문에 이 용의자가 진범인지, 그리고 한 남자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의 중반쯤 용의자가 피해자와 같은 곳에서 근무했었던 계약직 직원이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차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가가 교이치로가 직접 발로 현장을 다니면서 피해자의 죽음 이면에 3년 전에 있었던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작품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치닫는다.

"산재 은폐는 범죄입니다. 좋은 일은 결코 아니죠.

원한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해되어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pg 180)

물론 주된 내용은 추리소설에 걸맞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작품답게 여러 사회문제들을 그 사이에 잘 녹여내고 있다.

먼저 가족이라 하더라도 속을 터놓고 지내지 못하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아버지가 살해당했지만 직장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가족들도 그렇고 피해자 역시 생전에 가족들에게 해야 할 말들을 직접 전하지 못했다.

또한 파견 계약직으로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스스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인물을 통해 일본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최근에 있었던 SPC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나라의 기업들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마음을 무겁게 했다.

끝으로 자식이나 제자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른이 보여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잘 지적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거나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중 드물게는 범죄로 연결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들키지 않았으니 묻어둘 것인가,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벌을 받게 할 것인가는 사실 도덕적으로 보면 고민할 계제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식이나 제자가 그런 일에 연루되었다고 한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도덕적으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작품답게 이 작품 역시 400페이지가 넘어 두꺼워 보이지만 막상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다.

가가 교이치로의 매력 역시 특출나고 스토리도 재미난 편이었다.

이미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어서 기회가 닿으면 영상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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