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ㅣ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11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엘렌 베클랭 그림, 문현임 옮김 / 북극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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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그림에 밝은 초록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그래픽 노블이다.

감각적인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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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많은 그림체와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도 단출하다.

바닷가 근처에서 소라 껍데기를 모으며 지내던 열세 살 소년 '셀레스틴'은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된다.

고향과 다른 삭막한 풍경에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웃에 사는 '로뜨'라는 동갑내기 여자아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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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각각 가족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다.

셀레스틴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형이 14세가 되었을 무렵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죽었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형은 나이를 먹지 않아 자신이 곧 형보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셀레스틴은 형이 '하늘 탐험가'가 되어 자신을 계속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형은 셀레스틴에게 초당 200번의 날갯짓을 위해 마치 혼수상태에 빠진 것처럼 쉬고 있는 벌새를 한 마리 선물하고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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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틴은 형의 사망 후 대화가 사라진 부모님, 떠나온 바다에 대한 그리움, 형에 대한 그리움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고 로뜨는 부모님의 결별과 그로 인해 원치 않는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셀레스틴은 형을 따라 하늘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로뜨와 함께 죽은 듯 잠자는 벌새를 바라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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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고 글의 양이 많지 않아 글만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림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 책 역시 그림이 주는 여백이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한다.

그림에 새들의 움직임이나 소리의 묘사가 많은데, 셀레스틴의 감정을 벌새를 포함한 다양한 새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새들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유심히 읽을 필요가 있다.

색채 역시 굉장히 절제되어 있어서 이 색채가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그림 감상의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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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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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청소년용으로 쓴 책이라는데 상실의 아픔은 인생 전반에 걸쳐 경험하게 되는 감정이므로 일정 나이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어봄직한 작품이었다.

타인의 아픔은 자신의 경험치가 높을수록 더 깊이 와닿는 법이므로 오히려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보기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더운 날씨에 그리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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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방귀 소년 ㅣ 샤미의 책놀이터 7
윤수란 지음, 이갑규 그림 / 이지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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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현상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도 유지되는 모양이다.

초등학교에 가면 좀 덜해지려나 했는데 아직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생리현상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나 농담을 너무도 좋아하는 딸이 관심 있어 할법한 책이 나와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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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게 힘을 주고 있는 표지부터가 눈길을 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방귀'라는 소재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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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기원'이라는 이름의 소년이다.

놀랍게도 기원이는 방귀를 정말 크고 강력하게 뀔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데 심지어는 이 능력이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슈퍼파워라는 설정이다.

심지어 기원이의 부모님은 국가를 위해 방귀로 헌신하는(?!) 비밀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기원이는 이 신비하고도 놀라운 힘을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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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웃기지만 지저분한 이야기로 튀기 쉬운 소재로 슈퍼히어로물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재미있다.

당연히 아이도 깔깔 웃으며 좋아한다.

책 소개로 보면 3학년 이상의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온 것 같은데 그만큼 글씨가 아주 적지는 않아서 스스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조금 도전적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재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쉽게 흥미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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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70-71)

기원이의 신비로운 힘이 주변 친구들 몇몇에게 알려지지만 그 친구들도 힘을 모아 다른 친구들을 도와준다는 내용이 참신하면서도 교훈적이었다.

그 신비로운 힘의 기원도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금도끼 은도끼' 전설을 살짝 비튼 것이라는 점도 흥미 요소 중 하나였다.

참신한 소재로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같이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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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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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수수께끼 도전! 294문제 ㅣ 글송이 어린이 첫 사전 시리즈 11
차현진 지음 / 글송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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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좀 푼다고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은 당연히 마케팅적 과장이 좀 들어가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것들이 확실히 아이의 언어 능력이나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는 것도 벅찬 시기를 지나면 이제 말로 장난을 칠 수 있게 되는데 그때부터 수수께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럴 때 선물해 주면 좋을 것 같은 책이 나와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4-7세용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도 정말 재미나게 본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아이와 함께 한 문제씩 내며 맞히기를 해봤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잘 맞혀서 깜짝 놀랐다.

나도 이런 쪽으로는 제법 잔머리를 굴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정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문제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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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94개나 되는 수수께끼가 포함되어 있고, 동물, 식물, 사람, 인체, 자연 등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어서 나중에 생각나지 않는 수수께끼를 찾아보기에도 용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수수께끼가 메인이므로 글자 수도 그리 많지 않은데 그림도 아기자기하게 귀여운 느낌이어서 오래도록 재미나게 읽지 않을까 싶다.

내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본다고 책가방에 챙겨두는 걸 보니 보는 입장도 기분이 좋았다.

(pg 120-121)

어른들 눈에는 대부분 단순한 말놀이지만 아이들이 그 말놀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단어를 알아야 하고 문맥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 수수께끼가 왜 재미있는지는 문맥을 얼마나 뒤틀어놓았느냐로 결정된다.

문학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신문 기사에도 이러한 비유나 말장난은 심심치 않게 들어가는지라 어려서부터 이러한 말놀이에 익숙해진다면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므로 아이들 독서 습관을 키워주려는 부모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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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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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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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정의롭지 않아 보이는 제목에 정신없는 표지까지 도무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운 책이다.

게다가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니, 어떤 설정이 붙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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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살인자가 천국에 있다.

다만 그 살인자가 죽인 다섯 명도 함께 있다. (즉 다섯을 죽이고 본인도 죽었다.)

하지만 모두가 죽기 바로 직전의 기억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현실에서의 한 시간이 하루로 흐르는 천국 세계에 여섯 명의 남녀가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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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표지의 오른쪽 사람의 모습을 한 화자의 시각으로 전개되는데, 천국에는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이다.

서로가 자신의 정체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씩 실마리를 주워 모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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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 얽힘처럼 현실에서 조사를 통해 무언가 발견하게 되면 천국에서도 이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설정도 붙어 있다.

현실 세계의 한 시간, 즉 천국의 하루마다 신문이 한 편 배달되는데 여기에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조금씩 살을 붙여간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인물들의 추리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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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포일러에 주의하며 작성했으나, 이런 장르의 특성상 결말을 알고 나면 읽는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 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자랑하니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아래는 읽지 않을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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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모습은 제철이 아닐 때 핀 꽃과 닮았다.

그에 비해 겹겹이 쌓인 시간과 과거는 줄기와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게 화려함이 부족한 부위라고 해도 줄기와 뿌리가 없으면

꽃은 일그러진 모조품일 뿐이다.

역시 한때의, 늘, 원래의 자신을, 진실을, 되찾아야만 한다.

(pg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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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특수 설정'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배경이 정말 참신하다.

모든 인물들이 영혼 상태로 등장한다.

죽은 장소에 가거나 사망 당시를 강하게 회상하면 죽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으며 조금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

다칠 수도, 다시 죽을 수도 없이 모든 미스터리가 풀려야만 성불한다는 재미난 설정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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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해결에 필요한 도구들도 창고 문을 닫고 소원을 빌면 '짠'하고 나타나는 재미난 시스템도 있다.(물론 여러 제한이 있다.)

게다가 중간중간 개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중간 실소를 머금을 수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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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로서의 트릭도 재미있는 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소설의 트릭을 밝혀내는데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은 꽤나 정확하게 주요 트릭을 맞힐 수 있었다. ​

그만큼 저자가 힌트를 풍부하게 주는 편이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조금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건의 진상 역시 대체로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주였지만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휘말려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다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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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읽는 재미 하나만으로도 아쉬움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는 책이었다.

선혈이 낭자한 배경이지만 중후반까지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다.

저자의 데뷔작이라 하는데 이후로도 어떤 독창적인 작품을 들고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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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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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저자의 장편소설이다.

이번에도 역시 SF라서 취향에는 잘 맞을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근래에 나온 책이지만 표지 디자인이 썩 예쁜 편은 아닌데, 읽다 보면 나름 세계관을 충실하게 반영한 표지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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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우주로 떠나는 대신 지구를 좀 더 낯선 곳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본 작품 속 지구는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외계에서 온 '범람체'라 불리는 포자 생물이 있는데 이 생물은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에 기생할 수 있으며 무기물은 부식시킨다.

이들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지표를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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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범람체에 당하게 되면 서서히 자아를 잃고 범람체에 육체와 정신이 종속된다. (즉 유기체를 좀비로 만드는 곰팡이나 버섯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은 개체에 머무를 때에는 그저 본능이 지배하는 생물이지만 일정 수준 군집을 이루게 되면 그 안에서 지성이 생겨나고, 개별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집단의 의식이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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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물에 습격당한 인류는 지상을 포기하고 지하로 들어가 도시를 건설하고 살아간다.

본래 인류의 것이었던 지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인류는 끊임없이 지상을 탈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를 위해 지상을 탐사하거나 국지적인 전투를 벌이는 '파견자'라는 집단을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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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머릿속에서 이상한 환청이 들리는 '태린'이라는 소녀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어릴 적 자신을 거둬준 파견자를 따라 자신도 파견자가 되려 하는데, 머릿속 환청에게 때로는 도움을, 때로는 방해를 받으며 초중반이 이어진다.

중반 이후 범람체 군락과 조우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하겠으나, 하단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소개만 읽고 바로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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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태린이 인간과 범람체의 조합이라는 사실은 초반부터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재미난 점은 범람체들이 인식하는 자아의 개념이 인간의 인식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에 있다.

너희는 이미 수많은 개체의 총합. 하나의 개체로는 너희를 설명할 수 없어.

네 안에는 다른 생물들이 잔뜩 살고 있어.

'미생물들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의존해 살 뿐이지, 나와 이어져 있는 건 아니야.

내가 의식하는 나라는 개체는 단 하나인걸.'

그 존재들은 너와 같이 살 뿐만 아니라, 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의식이야말로 주관적 감각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야.

(pg 182-183)

즉 범람체들은 군집을 이루면 자신이라는 경계가 녹아 없어지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목소리는 유지하되 공동체와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기존의 작품들에서 굳이 예를 찾아보자면,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이 언제든 '에이와' 속 영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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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반의 범람체는 마치 '기생수'처럼 인간이라는 종을 그저 파괴하기 위해 존재하는 생물로 보였지만, 중반 이후로는 인간의 몸에서 각자의 자아를 유지한 채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인간의 수명이 다 하면 범람체의 군집으로 돌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류와 외계의 생명체가 지구를 무대로 공존하는 세상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남기며 작품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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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 있어.

(pg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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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을 벌써 네 권째 읽고 그중 장편도 두 번째인지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소재의 참신함에 비해 스토리의 참신함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들에 익숙해서 그런지, 내가 SF를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기가 굉장히 쉬웠다.

주인공의 성장 배경이라던가, 중간에 일어남직한 사건들, 후반에서야 밝혀지는 흑막과 마지막 결말에 이르기까지 예상을 벗어나는 지점이 크게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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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디어 저자의 여성 캐릭터 강박이 조금은 옅어진 느낌이라 반가웠다.

집사람이 앞 부분을 읽고서 인물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다길래 '남자라는 명확한 언급이 없으면 무조건 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알려주었는데, 이 조언은 물론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자들도 주연급은 아니지만 조연급으로는 등장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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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경력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거듭해서 작품을 발표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나이도 상당히 어린 편인지라 앞으로 어떤 작품을 더 발표할지 기대가 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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