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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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정의롭지 않아 보이는 제목에 정신없는 표지까지 도무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운 책이다.

게다가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니, 어떤 설정이 붙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살인자가 천국에 있다.

다만 그 살인자가 죽인 다섯 명도 함께 있다. (즉 다섯을 죽이고 본인도 죽었다.)

하지만 모두가 죽기 바로 직전의 기억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현실에서의 한 시간이 하루로 흐르는 천국 세계에 여섯 명의 남녀가 모여 있다.

작품은 표지의 오른쪽 사람의 모습을 한 화자의 시각으로 전개되는데, 천국에는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이다.

서로가 자신의 정체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씩 실마리를 주워 모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 얽힘처럼 현실에서 조사를 통해 무언가 발견하게 되면 천국에서도 이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설정도 붙어 있다.

현실 세계의 한 시간, 즉 천국의 하루마다 신문이 한 편 배달되는데 여기에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조금씩 살을 붙여간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인물들의 추리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물론 스포일러에 주의하며 작성했으나, 이런 장르의 특성상 결말을 알고 나면 읽는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 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자랑하니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아래는 읽지 않을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제철이 아닐 때 핀 꽃과 닮았다.

그에 비해 겹겹이 쌓인 시간과 과거는 줄기와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게 화려함이 부족한 부위라고 해도 줄기와 뿌리가 없으면

꽃은 일그러진 모조품일 뿐이다.

역시 한때의, 늘, 원래의 자신을, 진실을, 되찾아야만 한다.

(pg 253)

먼저 '특수 설정'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배경이 정말 참신하다.

모든 인물들이 영혼 상태로 등장한다.

죽은 장소에 가거나 사망 당시를 강하게 회상하면 죽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으며 조금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

다칠 수도, 다시 죽을 수도 없이 모든 미스터리가 풀려야만 성불한다는 재미난 설정도 포함되어 있다.

사건 해결에 필요한 도구들도 창고 문을 닫고 소원을 빌면 '짠'하고 나타나는 재미난 시스템도 있다.(물론 여러 제한이 있다.)

게다가 중간중간 개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중간 실소를 머금을 수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트릭도 재미있는 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소설의 트릭을 밝혀내는데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은 꽤나 정확하게 주요 트릭을 맞힐 수 있었다.

그만큼 저자가 힌트를 풍부하게 주는 편이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조금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건의 진상 역시 대체로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주였지만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휘말려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다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읽는 재미 하나만으로도 아쉬움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는 책이었다.

선혈이 낭자한 배경이지만 중후반까지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다.

저자의 데뷔작이라 하는데 이후로도 어떤 독창적인 작품을 들고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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