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많은 그림체와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도 단출하다.
바닷가 근처에서 소라 껍데기를 모으며 지내던 열세 살 소년 '셀레스틴'은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된다.
고향과 다른 삭막한 풍경에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웃에 사는 '로뜨'라는 동갑내기 여자아이를 만난다.
둘은 각각 가족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다.
셀레스틴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형이 14세가 되었을 무렵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죽었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형은 나이를 먹지 않아 자신이 곧 형보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셀레스틴은 형이 '하늘 탐험가'가 되어 자신을 계속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형은 셀레스틴에게 초당 200번의 날갯짓을 위해 마치 혼수상태에 빠진 것처럼 쉬고 있는 벌새를 한 마리 선물하고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셀레스틴은 형의 사망 후 대화가 사라진 부모님, 떠나온 바다에 대한 그리움, 형에 대한 그리움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고 로뜨는 부모님의 결별과 그로 인해 원치 않는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셀레스틴은 형을 따라 하늘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로뜨와 함께 죽은 듯 잠자는 벌새를 바라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160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고 글의 양이 많지 않아 글만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림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 책 역시 그림이 주는 여백이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한다.
그림에 새들의 움직임이나 소리의 묘사가 많은데, 셀레스틴의 감정을 벌새를 포함한 다양한 새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새들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유심히 읽을 필요가 있다.
색채 역시 굉장히 절제되어 있어서 이 색채가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그림 감상의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