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들게 하는 또라이들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분노 유발자의 심리학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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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상깊은 구절

상대가 저렇게 나쁜 짓을 하는데 왜 나만 달라져야 하냐고 묻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싫어하는 인간도 칭찬해야 하느냐고? 항상 그렇게 뒤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대답은 'NO'다. 그렇지 않다. 거짓말하거나 꼼수를 부리라는 말이 아니다.

비굴하게 굽실거리라는 뜻도 아니다.

다만, 상대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를 알고 대처한다면 자신의 뛰어난 사회적 지능을 만방에 알릴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도 역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감정을 가진 동물인 이상 모든 사람이 다 제각각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상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뭔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비속어를 그대로 책 제목에 사용해 이목을 끈다. 

역자 말로는 독일어 'Arschloch'를 '또라이'로 번역했다고 한다. (영어로 'Asshole'이라는 단어와 같은 쓰임의 단어인 것 같다.)

해당 단어의 순우리말 번역어은 영 욕처럼 들리지 않는데 또라이라고 하면 어떤 부류의 사람을 지칭하는지 확 와 닿기 때문에

역자의 단어 선택은 가히 초월 번역이라 할 만 하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우리 주변에 존재할 수 있는 이상한 부류의 사람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대처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구분한 또라이의 종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피해망상 또라이 -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는 사람
2. 자뻑이 또라이 - 자신을 너무 확신하는 사람
3. 대마왕 또라이 - 감정 조절을 못 하고 사회성 제로인 사람
4. 변덕쟁이 또라이 -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사람
5. 원칙주의자 또라이 - 말이 안 통하고 규칙을 맹신하는 사람
6. 겁쟁이 또라이 - 상처가 두려워 숨어 사는 예민한 사람
7. 우유부단 또라이 -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사람
8. 디바 또라이 - 과장되게 행동하고 이기적인 사람
9. 괴팍이 또라이 - 자기 주관과 고집대로만 하는 사람


사람을 유형별로 구분하는 책들은 워낙에 많기 때문에 이런 접근법 자체가 엄청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 책만의 특징이라면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의 또라이 기질이 있는지 체크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주변에 또라이가 없다면 자신이 또라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체크를 해봐야 한다. 


책의 흐름은 먼저 저자가 구분한 9가지의 또라이 유형과 특징을 살펴본 후 자신에게는 어떤 또라이 기질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그런 뒤 각 유형과 상성이 잘 맞는 유형들을 살펴보고 다른 유형들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흐름 상 책을 처음부터 쭉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먼저 체크를 해본 뒤 해당되는 부분부터 읽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앞에서 각 또라이들의 유형별 특징들을 알고나면 체크리스트를 진행할 때 정직하지 못한 응답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체크리스트를 먼저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자신을 속이지 말자. 내가 고른 대답이 아무리 부끄럽더라도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선택이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대마왕 또라이라고 결론이 날 것 같은데, 어쩌지?'와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도 테스트를 멈추지 말자. (pg 92)



나도 체크해 본 뒤 결과가 재밌어서 집사람에게도 시켜 보았다.

총 14개의 문항이 있고 각 문항에는 모두 9개의 보기가 있다. 

각 보기들은 위에서 서술한 또라이의 9가지 유형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신이 응답한 보기들이 특정 번호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체크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 때 특정한 숫자가 10개 이상 나왔을 경우 해당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상당한 또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선택한 14개의 응답 중 7번이 10개라면 자신은 우유부단 또라이라는 의미가 된다.)

특정 번호가 6개에서 10개 내외로 나왔다면 심각한 또라이는 아니지만 해당 유형의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며, 

선택한 번호들의 쏠림이 별로 없다면 다양한 성향이 약하게 골고루 있는 편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나는 겁쟁이 성향이 4개, 원칙주의자 성향이 3개였고 나머지들은 2개 이하로 나타났다.

집사람은 원칙주의자가 6개, 디바가 3개였고 나머지들은 2개 이하로 나타났다. 

다행히 둘 다 심각한 또라이는 아니었지만, 집사람과 함께 해본 뒤 둘 다 이 체크리스트의 엄청난 정확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겁쟁이 또라이와 우유부단 또라이 역시 원칙주의자 또라이와 잘 맞는다.

원칙주의자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고, 

겁쟁이와 우유부단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결단력 부족 때문에 그에게 복종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를 것이다. (pg 158)


겁쟁이 또라이는 누구에게나 복종하기 때문에 파트너를 찾는데 가장 어려움이 적은 유형이다.

그래도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pg 159)


집사람과 난 굉장히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이렇게 드러나 버렸다.

실제로 나는 집사람이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경우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편인데 집사람에게 디바 성향도 조금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까지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겁쟁이 또라이와 원칙주의자 또라이의 관계는 겁쟁이가 규칙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대부분 원칙주의자에게 복종하지만, 겁쟁이는 우유부단과 달리 결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도무지 규칙에 동의할 수 없을 때는 속에서

불만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 불만이 도를 넘으면 겁쟁이는 원칙주의자와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파트너를 찾게 된다.

겁쟁이는 떠날 준비를 다 마친 뒤에야 원칙주의자에게 이별을 통고한다. (중략)

바로 이 것이 겁쟁이 특유의 진정한 또라이스러운 미학이다.

관계의 변화를 꾀하느니 차라리 파트너를 바꾸겠다! (pg 161)


집사람과 연애하던 시절 실제로 내가 저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위 구절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시켜보면 상당히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용기가 없어서 직접 해보지는 못할 것 같다. (어차피 난 겁쟁이니까!)


초반에 또라이들의 유형을 소개할 때에는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나 자신을 체크해 본 뒤로는 몰입도가 크게 올라갔다.

확실히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어야 몰입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책을 접하게 될 사람들이라면 꼭 체크리스트 먼저 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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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 김유정의 소설 ㅣ 문득 시리즈 4
김유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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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수능 준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김유정. 

학창시절 경험한 주입식 교육으로 작가의 이름과 함께 '봄봄', '동백꽃'과 같은 대표작의 제목은 기억에 남지만 

소설의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감자 갖다주던 점순이 뿐)

더욱이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위의 작품들 외에 어떤 작품들을 더 남겼는지까지 자세히 알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책 소개에 실린 '아내'라는 작품의 일부분을 보고 더 읽고 싶어져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제목에 있는 '떡' 외에도 '봄봄', '만무방', '동백꽃'과 같은 그의 대표작은 물론이고

'아내', '따라지', '땡볕'과 같이 나에겐 좀 생소한 작품들도 함께 실려 있다. 


수능준비를 할 때 김유정을 공부하면 '해학'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에 걸맞게 위에 언급한 작품들에선 상당한 해학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내'라는 작품이 가장 읽고 싶기도 했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내'에서는 요즘 서브컬쳐에서 흔히 쓰는 말로 '츤데레'라는 것이 있는데, 이 츤데레의 전형을 보여준다. 

외모도 별로고 밥도 많이 먹는다며 타박하지만, 가난한 자신과 함께 고생하면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준 

아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다른 사람들은 밤에 만나면 "마누라 밥 먹었수?"

"아니오, 당신 오면 같이 먹을랴구-." 하고 일어나 반색을 하겠지만 우리는 안 그러기다.

누가 그렇게 괭이 소리로 달라붙느냐. 방에 떡 들어서는 길로 우선 넓적한 년의 궁뎅이를 발길로 퍽 들이질른다.

"이년아! 일어나서 밥 차려-."

"이눔이 왜 이래, 대릴 꺾어놀라."

하고 년이 고개를 겨우 돌리면 "나무 판 돈 뭐했어, 또 술 처먹었지?" 이렇게 제법 탕탕 호령하였다.

사실이지 우리는 이래야 정이 보째 쏟아지고 또한 계집을 데리고 사는 멋이 있다.

손자새끼 낯을 해가지고 마누라 어쩌구 하고 어리광으로 덤비는 건 보기만 해도 눈허리가 시질 않겠니. (pg 88-89)


이런 츤데레 성격의 인물들은 '봄봄'이나 '동백꽃' 등의 작품에서 해학의 맛을 극도로 끌어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두 작품 모두 츤데레 성격을 갖는 인물의 이름이 '점순이'다.)

그런 인물들의 매력이 지금 젊은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지 다양한 2차 창작물들이 나오면서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면 구글에 '츤데레 점순이'를 검색해보라. 엄청나게 많은 창작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19금도 더러 있다.)

대략 100년 전에 나온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현대에까지 읽히고 또 재해석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김유정이 창조한 세계가 매력적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떡'에서도 이런 해학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굶주림이 일상화된 가정에서 자란 어린 아이가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잔뜩 얻어먹고 탈이 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때 아이가 음식을 먹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타인들의 태도가 마치 재미난 서커스라도 보는 듯 유쾌한 문체로 쓰여 있다. 

하지만 실상 작가는 매우 냉소적인 표정으로 이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읽고 나면 슬프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사실상 음식을 베푼 이들도 온전한 동정의 감정에서 나온 행동이라 보기 어렵고, 

오히려 굶주림에 지친 아이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구경거리로 소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아이를 생각해서 음식을 주었다면 적당히 먹인 후 나중에 먹으라며 남은 음식을 싸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요즘으로 시대를 바꾸어 설명하면, 어린 아이가 먹방 유투버를 하는데 구독자들이 도네를 쏘면서 '잘 먹네, 더 먹어라'하며

부추기자 금전과 칭찬(을 가장한 조롱)을 이기지 못한 아이가 결국 탈이 나 사경을 헤메는 지경까지 먹고야 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이런 해학적인 느낌이 별로 안 들었던 작품도 있었는데 바로 '생의 반려'라는 작품이다. 

검색해보니 이 작품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자 미완성 유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 작품들에서 보이는 뭔가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느낌 보다는 우울한 정서가 더 강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자전적 소설이므로 등장인물의 설정을 통해 작가의 실제 삶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유복하게 태어났지만 형의 탕진으로 집안이 몰락하고 공장에서 궂은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누나집에 얹혀 살며 

누나의 히스테리를 다 받아내야 하는 가난한 한 남자의 무기력함이 생생히 느껴졌다. 

또한 작가의 삶에 있어서 아마도 유일한 논쟁거리로 남을 한 여인을 향한 스토커적인 집착도 관찰자 시점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김유정의 작품을 접하면서 또 하나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우리말의 '맛'이다. 

묘사들이 워낙 생생한데다 마치 노래 가사처럼 운율이 느껴지는 문체, 적절한 사투리,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날 단어 등

우리말을 모국어로 쓴다는 것의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설령 처음 보는 단어라 하더라도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면 금새 무슨 뜻인지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진짜 모르는 단어들은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사이트를 알게 되어 겸사 같이 소개한다.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는 생경한 단어들의 뜻과 원문에서의 쓰임을 같이 알려주는 사이트이다.)


http://www.kimyoujeong.org/Kimyoujeong/DictionaryList?Page=8&LinesPerPage=10&Type=0&Search=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한다.

문학 작품을 즐기는 방법 대신 문학 작품을 이용한 문제 풀이에만 초점을 맞추어 교육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김유정'이라는 이름을 평생토록 기억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교육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김유정의 작품들은 '먹고 사는 것'에 관계된 삶의 애환을 담고 있어서 한창 세상 무서울 줄 모르는 학창시절보다는 

사회생활을 좀 해본 뒤에 읽어보면 그 감동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펴낸 곳에서 '김유정'처럼 이름은 잘 알지만 막상 작품은 잘 모르는 작가들을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찾아보니 김유정과 함께 피의 우정을 나누었던 이상의 소설집도 있어서 그 역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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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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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술을 끊었다고 하면 술꾼으로부터 종종 "그러면 인생이 쓸쓸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거? 없다. 왜냐면, 인생이란 원래 쓸쓸한 것이니까. (pg 278)



술...

이름도 징한 애증의 존재.

담배까지는 어찌저찌 잘 끊었는데 이놈의 술은 정말 도무지 못끊겠다.

술 자체를 엄청 좋아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난 오로지 맥주만 좋아한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술 갖다 줘도 맥주 외에는 그닥 입에 맞지 않아서 잘 먹지 않는다. 

퇴근 후 모든 집안일을 끝내고 아이도 잠들고 나면, 모니터 앞에서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하는 맥주는 정말이지...끊을 수가 없다. 


애가 있기 전에는 1주일에 3-4번은 마신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그래도 1주일에 1회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뭐...여기까지만 보면 그 정도면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 1주일, 1회에 맥주를 4,000cc 이상 마신다. 

그 다음 날 숙취를 좀 겪긴 하지만 숙취 때문에 직장에 늦거나 중요한 일을 그르친 경험은 아직은 없다. 


저자 역시 술을 엄청나게 먹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끊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금주 철학을 세상에 내 보인 책이다. 

나 역시도 술을 끊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이 술을 끊겠다는 다짐으로 읽은 첫 번째 책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도 속 시원한 비법이나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술을 끊는 방법으로 자신의 '인식 개조'를 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술을 즐기는 사람은 무언가 힘들거나 행복하지 못한 시간을 일정부분 보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말한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나도 그런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적당히 눈치보며 할 일을 하고 때론 진상들을 만나기도 한다. 

집에 오면 모든 기를 다 빨린 아내와 그 기를 다 빨아 먹고도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아이가 나를 반긴다. 

그런 삶이 6일 있으면 1일 정도는 나를 좀 놓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에게는 매일 즐겁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오늘 하루, 별로 즐겁지 않았다.

 먹고 살 돈을 버느라 정신없이 지내는 바람에 나를 위한 시간이 단 1초도 없었다. (중략)

 나는 오늘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를 위한 시간에서 가장 손쉽고 간편하고 효율적인(이라고 생각되는)것이 음주다. (pg 178)


하지만 저자는 술을 끊고 싶다면 이런 보상심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당하게 권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다. 왜냐면 그런 권리는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pg 178)


저자는 결코 심각한 어조로 우리에게 행복추구권이 있는지 없는지를 진지하게 논해보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금주를 위해 가볍게,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사고실험을 걸어보는 것 뿐이다. 


이 책에서는 금주를 위해 자기가 자각하는 자기 자신이 평균 이하의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해보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원래' 대부분의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삶을 살며, 그런 삶의 대부분은 '원래' 재미가 없다. 

그러니 억지로 재미를 찾기 위해 술을 찾는 짓은 무의미하다 뭐 그런 논리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원래 보잘 것도 없고 재미도 없는 삶에 술이 끼어들어 봐야 보잘 것과 재미 둘 다 점점 더 없어질 뿐이라고 말이다. 


책이 두껍지도 않고 문장도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힘 빼고 쓰여진 책이라 읽기에 부담도 별로 없었다. 

다만 읽는 이에 따라서는 이런 편한 문체가 오히려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지한 느낌이 별로 안든다.)

하지만 책 역시 저자와 독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때, 이 책을 읽고 금주(양이나 빈도를 줄이는 절주라도)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책을 읽고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 당장에 술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책이 재미있었고 술에 대한 마음 속 찬양(?)도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저자는 술을 끊고 나면 이런 저런 장점들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부분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다만 생각해보면 육아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아이를 통한 행복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했었으니, 

금주 역시 내가 경험해보고 나면 저자의 말에 더 공감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점차 커가는 아이에게 숙취로 찌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술을 좀 줄여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금주, 단주라는 것은 늘 자신의 제정신과 미친 광기의 싸움이다.

마시고 싶다는 제정신과 마시지 않겠다는 광기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것이 바로 금주이자 단주다. (pg 40)


닭튀김 한 조각과 맥주 한 잔으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 비해 

맛있는 음식, 좋은 안주, 최상의 포도주를 앞에 두고 '입맛이 없네'라고 투덜대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는 범위가 상당히 좁다.

그런 이유로 절대적인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은 절대적인 행복이 존재한다고 믿고 이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pg 146)


(전략) 진정한 즐거움을 한창 즐기고 있을 때 사람은 '지금 얼마나 즐겁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며

그것을 기록하고 증거로 남기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그런 즐거움은 추구하나고, 또 돈을 지불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다. (pg 174)


자신을 보통 이하 바보로 여기고 그 결과 자기 인식 개조에 성공하면 술을 끊을 순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얻는 최대의 장점은 사실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다. (pg 198)


인간은 그렇게 못한다.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그냥 마실 수 없으며 위에서 말했듯 상당히 수상쩍은 명분이라도 있어야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술꾼도, 음주광도,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술을 마시지 못한다.

왜냐면 거기엔 그 어떤 대의명분도, 도리도, 큰 뜻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어서 마신다. (pg 228)


술을 끊었다고 하면 술꾼으로부터 종종 "그러면 인생이 쓸쓸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거? 없다. 왜냐면, 인생이란 원래 쓸쓸한 것이니까. (pg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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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매튜 존스톤 지음, 채정호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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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사람들이 수군대며 내 흉을 보는 것 같아 늘 걱정스러웠다.

나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pg 34)



우울증이라는 단어는 이제 내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단어가 되고 말았다.

작년에 친동생을 우울증으로 잃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이 책을 받아든 것이 그 녀석의 생일 즈음이니, 언제나 그렇듯 책과의 인연도 우연은 없는 모양이다. 


얼핏 보기엔 귀여워 보이는 검은색 개 한 마리가 그려진 표지.

처칠이 자신의 우울증 증상을 블랙독으로 표현한 이후 우울증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우울증을 앓고 치료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시각화하여 보여준 책이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 자체가 너무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작가가 큼직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낸 이미지 옆에 해당 그림을 설명하는 간략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 수도 적고 글자도 적어서 보려고 마음 먹으면 10분이면 볼 책이라 하겠지만, 

실제 우울증 환자들이 접한다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그림들이 한 번 보면 생각할 여운이 남는데, 아래와 같은 그림들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그저 사람들이 대화를 할 뿐인데도 블랙독이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으면 다 내 욕처럼 들리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g 35)

사람들이 수군대며 내 흉을 보는 것 같아 늘 걱정스러웠다.

나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pg 34)


실제로 내가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싶지만 나는 좀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나를 대충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멀쩡하게 지내는 편인데,

집사람도 가끔 '자기는 생각보다 남 눈치를 많이 보는구나' 할 정도로 의식을 많이 한다. 

(블랙독이 지켜보고 있는데 타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림도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큼직큼직한 결정들의 대부분이 진짜 내가 원해서 했던 것이기 보다는

타인들이 내게 갖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때가 많았다.

결국 내 행복을 위해서는 이런 기대감에서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길이가 짧은 만큼 책이 주는 메시지도 단순하다.

결국 우울증 극복의 시작은 블랙독이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자신부터 돌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생 일이 있고 난 후 갑자기 불쑥불쑥 찾아오는 우울감 때문에 우울증 관련 책을 나름 좀 찾아봤었다.

자가진단 같은 것들이 제공되는 책도 있어서 진단해보니 나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주 전문적인 우울증 서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우울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괜찮은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우울증 환자를 위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게 쉬우면 정신과 의사가 '의사'일리 없다.)

동생 일이 있고서 사람들이 툭 던지는 말로 '평소에 얘기 좀 잘 들어주지 그랬냐'는 소리를 할 때마다 면상에 침을 뱉고 싶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우울증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다.

고민이 있다고 해서 듣다 보면 끊임없는 자책과 세상에 대한 원망 속으로 빠져드는데 이를 위로하려 하면 '니가 뭘 아느냐'고 하고 

공감해주다 보면 '역시 나 같은 건 살 필요가 없지' 따위의 말들로 대화가 끝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에게 섣부르게 위로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여하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법 괜찮은 위로가 될 법 하다. 

우울증 환자라면 자신이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림으로 형상화 해 봄으로써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 소개를 위해 검색을 좀 해 보니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이 2007년이었다.

검색 상으로는 내가 읽은 것이 세 번째 버전인 듯 하다. 

내용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이 잘 팔리는 세상이 되었다고도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사족이지만, 만약에 이 책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아래의 책도 꼭 권해주고 싶다.

나에게는 나름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었다.


https://blog.naver.com/qhrgkrtnsgud/22166286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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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는 사이코패스가 산다
서종한 지음 / 시간여행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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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시라는 병리적 성향을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주고 있다.

이것을 소위 사이코패스적 영민함이라 이야기하며 대범함, 냉정함, 무정함, 불안감에서 벗어난 이런 특성을 부러워하며 

장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배성을 갖고 권력과 힘을 얻으려고 기꺼이 인생을 바치려 한다. 

그 도구적 힘에 진정 삶의 의미가 있음을 출생 때부터 가르치며 무조건적 최면을 걸고 있다. (pg 248-249)



네이버에 '사이코패스'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아래와 같은 설명이 뜬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중략)

한편,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직장 같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후략)

출처 :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40942&docId=1211139&categoryId=32783


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위에 제시된 견해 중 두 번째 문장에 더 가까운 입장으로 사이코패스의 개념을 더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최근 고유정, 이춘재 등 굵직한 살인사건이 있었고 조두순 출소 등의 이슈들이 겹치면서 사이코패스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상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는 일반 대중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내 주변에 이들이 있지는 않은지, 이들을 구별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있을텐데 

이 책은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사이코패스 여부 판단을 위한 진단 도구, 사이코패스 치료 방법 등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사이코패스에 관한 일반적인 궁금증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 역시 정신적인 질환으로 본다면, 정상적인 범주가 있고 그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를 사이코패스라 진단할텐데

문제는 이것이 정신적인 영역이다보니 개개인마다 발현되는 정도와 방향이 복잡,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신의 견해는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한 현저한 무관심,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타인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로 정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란 연쇄살인마처럼 극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정신질환 환자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즉 직장에서 종종 마주치는 폭압적인 상사나 비열한 동료, 지나친 갑질을 하는 고객, 심지어는 다른 가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만이 중요한 내 가족 중 누군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흉악범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히며 사회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아직 합의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이코패스가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지, 아니면 어릴 적 양육 과정에서의 문제들 때문에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지 

아직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아이가 어릴 적 양육 과정에서 겪는 폭력이나 가난, 애정결핍 등이 사이코패스 기질을 더욱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pg 151)


사이코패스의 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아직 확실한 치료 방법이 정립된 것은 아니다.

일부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당연히 정신적인 증상이고 뇌 기능 이상도 동반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비싸서 범용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치료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강제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교화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우리 주변에 사이코패스들이 살 수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법도, 치료법도 없는 상태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했지만 나에겐 그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기 이전에 사이코패스 증상이 보이는 경우 충분한 지원과 치료면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런 성향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양육 과정에서 문제를 보이게 되고 그럴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도 대물림되며 

치료할 방법도 딱히 없다는 데에 있다. 

사이코패스 부모가 자식의 사이코패스 치료에 관심을 가질리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범죄자는 아니지만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던 사이코패스를 3-5명 정도는 만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그 조직을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읽으면서도 그것으로 충분한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강간 피해자에게 추가 강간을 당할 수 있으니 강간할 것 같은 사람을 피해다니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가해자지 피해자가 어떻게 피하느냐가 아니다.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술 먹고 돌진하는 차를 왜 못피했냐고 할텐가. 

오히려 조직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을 사전에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제시했다면 더 현실적이었을지 모르겠다. 


얻은 정보도 많았으나 이런 점들 때문에 아쉬움도 크게 남는 책이었다. 

내용 외적인 부분이지만, 요즘 책 답지 않게 비문이나 오탈자도 너무 많았다. 

이런 부분들은 출판 과정에서 충분한 검수를 통해 개선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더 아쉬웠다.



최근에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드라마도 나오는 모양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래와 같은 이미지는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시라는 병리적 성향을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주고 있다.

이것을 소위 사이코패스적 영민함이라 이야기하며 대범함, 냉정함, 무정함, 불안감에서 벗어난 이런 특성을 부러워하며 

장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배성을 갖고 권력과 힘을 얻으려고 기꺼이 인생을 바치려 한다. 

그 도구적 힘에 진정 삶의 의미가 있음을 출생 때부터 가르치며 무조건적 최면을 걸고 있다. (pg 248-249)


확실히 최근에 나온 엽기적인 사건들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연구된 흐름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특히 저자도 한국인이어서 조두순, 유영철, 강호순, 이춘재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굵직굵직한 사건의 주인공들로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가 좋았다. (물론 그래서 더 생생하고 끔찍하게 느껴지는 부작용도 있다.)


책에서 다양한 연구자들과 나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가정폭력과 학대에 내몰린 우리의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버려진 우리의 조그만 보석에게 따뜻한 시선이 머물기를 바란다.

설령 악의 씨앗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손길을 건냈으면 한다. (pg 248)


섣부른 예상이긴 하지만 사회와 인간관계가 더 피상적이고 파편화 될수록 사이코패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야로의 연구와 지원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 사람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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