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는 사이코패스가 산다
서종한 지음 / 시간여행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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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시라는 병리적 성향을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주고 있다.

이것을 소위 사이코패스적 영민함이라 이야기하며 대범함, 냉정함, 무정함, 불안감에서 벗어난 이런 특성을 부러워하며 

장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배성을 갖고 권력과 힘을 얻으려고 기꺼이 인생을 바치려 한다. 

그 도구적 힘에 진정 삶의 의미가 있음을 출생 때부터 가르치며 무조건적 최면을 걸고 있다. (pg 248-249)



네이버에 '사이코패스'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아래와 같은 설명이 뜬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중략)

한편,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직장 같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후략)

출처 :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40942&docId=1211139&categoryId=32783


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위에 제시된 견해 중 두 번째 문장에 더 가까운 입장으로 사이코패스의 개념을 더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최근 고유정, 이춘재 등 굵직한 살인사건이 있었고 조두순 출소 등의 이슈들이 겹치면서 사이코패스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상 이러한 정보들을 접하는 일반 대중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내 주변에 이들이 있지는 않은지, 이들을 구별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있을텐데 

이 책은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사이코패스 여부 판단을 위한 진단 도구, 사이코패스 치료 방법 등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사이코패스에 관한 일반적인 궁금증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 역시 정신적인 질환으로 본다면, 정상적인 범주가 있고 그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를 사이코패스라 진단할텐데

문제는 이것이 정신적인 영역이다보니 개개인마다 발현되는 정도와 방향이 복잡,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신의 견해는 '사이코패스 =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한 현저한 무관심,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타인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로 정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란 연쇄살인마처럼 극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정신질환 환자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즉 직장에서 종종 마주치는 폭압적인 상사나 비열한 동료, 지나친 갑질을 하는 고객, 심지어는 다른 가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만이 중요한 내 가족 중 누군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흉악범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히며 사회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아직 합의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이코패스가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지, 아니면 어릴 적 양육 과정에서의 문제들 때문에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지 

아직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아이가 어릴 적 양육 과정에서 겪는 폭력이나 가난, 애정결핍 등이 사이코패스 기질을 더욱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pg 151)


사이코패스의 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아직 확실한 치료 방법이 정립된 것은 아니다.

일부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당연히 정신적인 증상이고 뇌 기능 이상도 동반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비싸서 범용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치료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강제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교화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우리 주변에 사이코패스들이 살 수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법도, 치료법도 없는 상태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했지만 나에겐 그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기 이전에 사이코패스 증상이 보이는 경우 충분한 지원과 치료면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런 성향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양육 과정에서 문제를 보이게 되고 그럴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도 대물림되며 

치료할 방법도 딱히 없다는 데에 있다. 

사이코패스 부모가 자식의 사이코패스 치료에 관심을 가질리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범죄자는 아니지만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던 사이코패스를 3-5명 정도는 만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그 조직을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읽으면서도 그것으로 충분한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강간 피해자에게 추가 강간을 당할 수 있으니 강간할 것 같은 사람을 피해다니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가해자지 피해자가 어떻게 피하느냐가 아니다.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술 먹고 돌진하는 차를 왜 못피했냐고 할텐가. 

오히려 조직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을 사전에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제시했다면 더 현실적이었을지 모르겠다. 


얻은 정보도 많았으나 이런 점들 때문에 아쉬움도 크게 남는 책이었다. 

내용 외적인 부분이지만, 요즘 책 답지 않게 비문이나 오탈자도 너무 많았다. 

이런 부분들은 출판 과정에서 충분한 검수를 통해 개선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더 아쉬웠다.



최근에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드라마도 나오는 모양이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래와 같은 이미지는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시라는 병리적 성향을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주고 있다.

이것을 소위 사이코패스적 영민함이라 이야기하며 대범함, 냉정함, 무정함, 불안감에서 벗어난 이런 특성을 부러워하며 

장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배성을 갖고 권력과 힘을 얻으려고 기꺼이 인생을 바치려 한다. 

그 도구적 힘에 진정 삶의 의미가 있음을 출생 때부터 가르치며 무조건적 최면을 걸고 있다. (pg 248-249)


확실히 최근에 나온 엽기적인 사건들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연구된 흐름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특히 저자도 한국인이어서 조두순, 유영철, 강호순, 이춘재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굵직굵직한 사건의 주인공들로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가 좋았다. (물론 그래서 더 생생하고 끔찍하게 느껴지는 부작용도 있다.)


책에서 다양한 연구자들과 나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가정폭력과 학대에 내몰린 우리의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버려진 우리의 조그만 보석에게 따뜻한 시선이 머물기를 바란다.

설령 악의 씨앗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손길을 건냈으면 한다. (pg 248)


섣부른 예상이긴 하지만 사회와 인간관계가 더 피상적이고 파편화 될수록 사이코패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야로의 연구와 지원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 사람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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