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들게 하는 또라이들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분노 유발자의 심리학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상대가 저렇게 나쁜 짓을 하는데 왜 나만 달라져야 하냐고 묻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싫어하는 인간도 칭찬해야 하느냐고? 항상 그렇게 뒤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대답은 'NO'다. 그렇지 않다. 거짓말하거나 꼼수를 부리라는 말이 아니다.

비굴하게 굽실거리라는 뜻도 아니다.

다만, 상대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를 알고 대처한다면 자신의 뛰어난 사회적 지능을 만방에 알릴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도 역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다.

감정을 가진 동물인 이상 모든 사람이 다 제각각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상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뭔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비속어를 그대로 책 제목에 사용해 이목을 끈다. 

역자 말로는 독일어 'Arschloch'를 '또라이'로 번역했다고 한다. (영어로 'Asshole'이라는 단어와 같은 쓰임의 단어인 것 같다.)

해당 단어의 순우리말 번역어은 영 욕처럼 들리지 않는데 또라이라고 하면 어떤 부류의 사람을 지칭하는지 확 와 닿기 때문에

역자의 단어 선택은 가히 초월 번역이라 할 만 하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우리 주변에 존재할 수 있는 이상한 부류의 사람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대처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구분한 또라이의 종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피해망상 또라이 -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는 사람
2. 자뻑이 또라이 - 자신을 너무 확신하는 사람
3. 대마왕 또라이 - 감정 조절을 못 하고 사회성 제로인 사람
4. 변덕쟁이 또라이 -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사람
5. 원칙주의자 또라이 - 말이 안 통하고 규칙을 맹신하는 사람
6. 겁쟁이 또라이 - 상처가 두려워 숨어 사는 예민한 사람
7. 우유부단 또라이 -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사람
8. 디바 또라이 - 과장되게 행동하고 이기적인 사람
9. 괴팍이 또라이 - 자기 주관과 고집대로만 하는 사람


사람을 유형별로 구분하는 책들은 워낙에 많기 때문에 이런 접근법 자체가 엄청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 책만의 특징이라면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의 또라이 기질이 있는지 체크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주변에 또라이가 없다면 자신이 또라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체크를 해봐야 한다. 


책의 흐름은 먼저 저자가 구분한 9가지의 또라이 유형과 특징을 살펴본 후 자신에게는 어떤 또라이 기질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그런 뒤 각 유형과 상성이 잘 맞는 유형들을 살펴보고 다른 유형들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흐름 상 책을 처음부터 쭉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먼저 체크를 해본 뒤 해당되는 부분부터 읽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앞에서 각 또라이들의 유형별 특징들을 알고나면 체크리스트를 진행할 때 정직하지 못한 응답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체크리스트를 먼저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자신을 속이지 말자. 내가 고른 대답이 아무리 부끄럽더라도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선택이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대마왕 또라이라고 결론이 날 것 같은데, 어쩌지?'와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도 테스트를 멈추지 말자. (pg 92)



나도 체크해 본 뒤 결과가 재밌어서 집사람에게도 시켜 보았다.

총 14개의 문항이 있고 각 문항에는 모두 9개의 보기가 있다. 

각 보기들은 위에서 서술한 또라이의 9가지 유형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신이 응답한 보기들이 특정 번호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체크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 때 특정한 숫자가 10개 이상 나왔을 경우 해당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상당한 또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선택한 14개의 응답 중 7번이 10개라면 자신은 우유부단 또라이라는 의미가 된다.)

특정 번호가 6개에서 10개 내외로 나왔다면 심각한 또라이는 아니지만 해당 유형의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며, 

선택한 번호들의 쏠림이 별로 없다면 다양한 성향이 약하게 골고루 있는 편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나는 겁쟁이 성향이 4개, 원칙주의자 성향이 3개였고 나머지들은 2개 이하로 나타났다.

집사람은 원칙주의자가 6개, 디바가 3개였고 나머지들은 2개 이하로 나타났다. 

다행히 둘 다 심각한 또라이는 아니었지만, 집사람과 함께 해본 뒤 둘 다 이 체크리스트의 엄청난 정확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겁쟁이 또라이와 우유부단 또라이 역시 원칙주의자 또라이와 잘 맞는다.

원칙주의자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고, 

겁쟁이와 우유부단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결단력 부족 때문에 그에게 복종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를 것이다. (pg 158)


겁쟁이 또라이는 누구에게나 복종하기 때문에 파트너를 찾는데 가장 어려움이 적은 유형이다.

그래도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pg 159)


집사람과 난 굉장히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이렇게 드러나 버렸다.

실제로 나는 집사람이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경우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편인데 집사람에게 디바 성향도 조금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까지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겁쟁이 또라이와 원칙주의자 또라이의 관계는 겁쟁이가 규칙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대부분 원칙주의자에게 복종하지만, 겁쟁이는 우유부단과 달리 결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도무지 규칙에 동의할 수 없을 때는 속에서

불만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 불만이 도를 넘으면 겁쟁이는 원칙주의자와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파트너를 찾게 된다.

겁쟁이는 떠날 준비를 다 마친 뒤에야 원칙주의자에게 이별을 통고한다. (중략)

바로 이 것이 겁쟁이 특유의 진정한 또라이스러운 미학이다.

관계의 변화를 꾀하느니 차라리 파트너를 바꾸겠다! (pg 161)


집사람과 연애하던 시절 실제로 내가 저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위 구절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시켜보면 상당히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용기가 없어서 직접 해보지는 못할 것 같다. (어차피 난 겁쟁이니까!)


초반에 또라이들의 유형을 소개할 때에는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나 자신을 체크해 본 뒤로는 몰입도가 크게 올라갔다.

확실히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어야 몰입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책을 접하게 될 사람들이라면 꼭 체크리스트 먼저 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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